[멀리 오래 보기] 저자는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충실한 내용으로 쓴 것을 독자들이 경험의 진술로 음미하는 것이 궁극의 읽기라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명백히 밝혀줄 이야기들을 찾아다니고 최고의 논리를 전개해 줄 언어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결국 모든 것은 '관점'이라는 문제로 돌아간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관점을 찾아야 했다. 더 이상 밖에서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안쪽에서 밖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페르소나)'를 찾게 된다. 즉, 저자의 페르소나는 글쓰기 뿐 아니라 읽기에도 적용된다. 글을 읽을 때 문장 사이에서 화자의 진정한 관점을 찾게 된다.

'고닉은 자신의 비판적 페르소나를 통해 타인의 글을 이끌어가는 페르소나를 찾아내고 두 진술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일인칭 개인 비평'이라는 포괄적인 관점을 성취해낸다.(352쪽)'

아름다운 글(美文)은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어야 하며, 독자는 그 행간에서 말하는 관점을 찾아 나의 경험과 만나는 게 독서의 의미이고 진술하는 것이 비평이지 않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팩트로 말 하고 팩트로 글 쓰고 진지하게 진심으로 살아보자. 

세월이 쏜 화살같다. 담 주부터 몇 주간 캐나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다녀온다. 준비할 게 많다. 에어캐나다 예매, 비자 및 국제면허증 발급, 호텔과 에어비앤비 및 렌트카 예약, 캐나다 국내비행기표 등등, 일단은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각자 가고 싶은 곳을 다녔지만, 처음으로 함께 떠나본다. 부디 같이 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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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오래 보기 - 진정한 관점을 찾기 위한 기나긴 응시
비비언 고닉 지음, 이주혜 옮김 / 에트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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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었든지 결국 모든 것은 관점이라는 지배적인 문제로 돌아갔다. (중략) 그저 관점을 하나 ‘가지기만‘ 해도 정말로 할 말이 있을 때와 단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종이 위에 검은 점을 옮기고 있을 때를 진지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9쪽)

이 판에서 그 남자들과 동등하게 여겨진 유일한 여성들이 메리 매카시와 한나 아렌트였고, 나머지는 사교 모임에는 받아들여졌지만 아무도 그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던 아내들이나 여자친구들이었다. (62쪽)

그러나 이와 같은 문장을 - 우리의 실제 삶과 너무도 동떨어진 - 표현력 있는 언어를 향한 사랑으로 반세기 전과 똑같이 찬사를 받는 예술가의 작품에서 읽는다는 것은 슬프고도 혼란스러운 일이다. (118쪽)

실천과 이론 사이 가장 중요한 차이를 만드는 정확한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것이 바로 이것 - 내면의 혼돈 - 이다. 그 차이 안에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삶이 존재하는데, 중재를 위한 이성이 영원히 감정적 갈등에 사로잡혀 있는 바람에 우리가 자신을 대하듯 진실로 타인을 대하기 위해 필요한 존중을 서로에게 허용하는 능력이 꾸준히 훼손되고 있다. (139쪽)

다시 말해 세계는 우리 스스로 만든 결과라는 통찰이다. 자유롭게 숨 쉴 필요는 주어진 것이지만 자유롭게 숨 쉴 권리는 그렇지 않다. 인간에게 권력을 향한 의지는 거리를 차지하기 위해 우리와 같지 않은 사람들의 권리에 지속적으로 도전해야 하는 체화된 힘이다. 어떤 조건에서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은 그 도전을 자유롭게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그 도전은 해당 조건 속에서 저항해야 한다. (179쪽)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행동력이 필요하다. 행동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정말로 행동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180쪽)

[남자로서 나의 삶]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여성협오는 느리고 새까만 독처럼 페이지 곳곳으로 새어 나와 예술적 일관성을 흐리고, 도덕적 지능을 붕괴시키며, 삶을 더 사랑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사실상 아무 소용 없을 정도로 작품의 진정한 주제를 너무도 사적이고 추악하게 만들어버린다. (282쪽)

내가 보기에 여성의 종속은 여성의 결혼이 중추적인 경험이라는 -남성과 여성 모두 공유하는- 확신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중략) 결혼해 ‘보살핌을 받을‘ 것을 ‘깊이‘ 아는 여성은 -그래서 결혼이 인생의 중심 사건임을 아는- 어떻게 보면 자신의 경험 자아를 남편에게 넘겨주는 것이고, 그 경험 자아는 남편이 자신의 싸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분의 무기가 된다. (중략) 오늘날 페미니즘의 과업은 여성의 경험 자아를 다시 창조하는 일이다. 오래된 반응, 오래된 습관, 오래된 감정적 확신을 새로운 관점, 즉 새로운 의식의 관점으로 다시 검토하는 광범위한 내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290-291쪽)

궁극적으로 우리 예술은 우리의 두려움에 엮인 욕망의 진영을 반영한다. 사회운동은 두려움이 우세를 물리치려는 본능적 욕구에서 곧바로 나올 때 의미가 있다. 그 욕구가 감정적인 -그리하여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변화를 서서히 확립하고 서서히 강제하는 한 가지 생각이 된다. (중략) 이제 가장 어두운 불안보다 명백한 욕구에 따라 행동하게 될수록 여성적 감수성도 성장할 것이고, 그렇게 발달하는 감수성으로 쓰여질 소설들은 동시에 페미니스트 프로젝트, 즉 경험하는 자아의 해방을 향한 길잡이이자 반영이 될 것이다. (316-317쪽)

고닉이 존중하는 ‘증언‘ 혹은 경험의 진술은 상상력이 풍부한 언어를 동반해야 하는데, 이 언어를 음미하며 대화를 나누고(‘독서모임‘ 같은 실제 대화와 작품 속 페르소나와의 대화를 모두 말한다) 읽기 전과는 다른 지평으로 자신을 데려가는 행위가 고닉에겐 바로 궁극의 일기다. 그러나 고닉이 생각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언어는 소위 ‘미문‘이 아니다. 온갖 수사를 동원한 언어보다 경험의 의미를 가장 명료하게 전달하는 언어다 고닉에겐 가장 아름다운 언어일 것이다. (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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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랜 만에 책을 읽었다. 

인터뷰한 글이다. 

묻는 이나 답하는 이나 모두 서로에게 상황에 두루 해박하다. 읽는 이는 많이 부족하다.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니 어떻게 알고 있을까,그러면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떤 느낌으로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지만, 인터뷰이가 된다면, 나와는 다르게 수식되고 어설픈 모방의 답을 내 놓을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지금 이 나이가 되면, 나의 안팎이 동일하게, 진실하게, 살고 있어야 한다.  

손택은 자신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자신의 존재를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서 타인에게 비쳐지는 부분을 고심했다. 물론 왜곡되고 거짓 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완벽한 드라마로 만들고 떠났다.  

홍상수 영화를 보았다. '여행자의 필요'에서는 지금 여기에서 진지하게 살아간다는 것, 거기서 느끼는 감정들을 더 깊이 드려다 보면서 말로 표현해 보는 것, 그것에 새로운 언어로 부여하는 것, 그 누구의 삶에 대해서도 단정할 수 없다는 것, 그러한 말과 행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 이게 살아가는 방식일까, 또는 우리는 삶이라는 길을 따라가는 여행자일까, 성장하면서 걷는 걸까, 그러면 매 순간 어떻게 살아야지...   Live as you lik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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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말 (경쾌한 에디션)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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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바로 지금 겪고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입니다. (28쪽)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60쪽)

산다는 건 일종의 공격이에요. 세계 안에서 움직이다 보면 온갖 차원에서 공격과 연루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타인이 점유할 수 없는 공간을 점유하고 걸을 때마다 식물군, 동물군, 작은 생물들을 짓밟게 되죠. (82쪽)

사유와 감정의 분리를 타파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요. 이런 이분법이야말로 사실 모든 반지성적 견해들의 기반이죠. 심장과 머리, 사유와 감정, 판타지와 분별....... 전 그런 이항 대립이 옳다고 믿지 않습니다. (102쪽)

내 상상력이 제멋대로 뛰어다니게 두는 건 나를 어디 다른 곳으로 데려 가주는 교통수단 같아요. 정확하게 내가 하는 일, 생각하고 느끼는 것, 내가 사는 방식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벗어나게 해주거든요. 그래서 그런 게 좋은 거죠. 그래서 자전적인 글을 쓰지 않는 거고요. (156쪽)

언어가 참 근사한 건 우리가 같은 사물에 대해 이처럼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단어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언어가 무한한 보물인 거에요. (168쪽)

궁극적으로 우리는 거짓되고 선동적인 해석들을 파괴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중략) 저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한바 작가의 소명은 온갖 종류의 허위에 맞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에요...... 역시 마찬가지로 이것이 끝없는 작업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하는 일이죠. 아무리 해도 허위나 허위의식이나 해석의 체계를 끝장낼 수는 없을 테니까요.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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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을 읽는 내내 속이 울렁거린다. 모두에게 적어도 발가락 하나 정도는 꼬투리가 될 만한 이야기라서 그럴까. 이 이야기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나에게로 이어지는, 할머니의 이야기로 전달된다. '할마이는 언니에게 지나간 사람이라고. 지나간 사람이 언니 발목을 잡을 수 없다고(298쪽)', 지나간 사람이 현재의 사람의 발목을 잡으면 안된다면서, 그러면 안된다고 하면서 모두들 부여 잡고 있다. 누군가에게 하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말로 반복된다.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이 부질없지 않고 의미가 있음을, 결국 나로 되돌아와서 나에게 집중해야 하는 거다...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 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큰글자책, 453쪽)

'고려거란전쟁' 마지막 회를 보았다. 적군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단단한 마음을 가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래전 그 상황을 떠올려보면 무너질 거 같은 마음이 먼저 드는데.. 그래서 귀주대첩이 아직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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