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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변화 챗GPT 학교 - 생성형 인공지능이 바꾸기 시작한 학교와 수업, 그리고 미래역량과 인재상
송은정 지음 / 테크빌교육 / 2023년 8월
평점 :
매학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호 활동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학생들의 선호 활동에서 변화를 느끼고 있다. 매년 토론, 토의와 같은 자기 표현에 대한 선호도가 제일 높았고, 자료 조사나 정리 활동을 하는 것은 토론 활동이라는 과실을 따먹기 위한 통과 의례로서 여기고, 사실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사실 선생님은 여러분이 책을 읽고 정리하게 하기 위해 토론 활동을 도입한 거랍니다.) 그런데 올해는 처음으로 조사, 정리 활동이 최고로 뽑혔다. 물론 아주 신뢰도 있는 증거라고 말하기는 기간이 짧지만, 당장에 현장에서는 변화를 감지한다. 매체나 도구의 발달로 어린 학생들이 조사하고 그 결과를 자료로 정리하는 작업이 말도 못하게 수월해졌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
흔히 기성세대의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접근은 매체에 대한 접근에 대한 어려움과 도구 활용의 낯섬을 이유로 들어, 즉 컴퓨터 공학 등과 같은 특수 이해 관련 학과 자체의 교육으로의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외부 강사를 고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의도된 소동이 학교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은 여전히 사고력, 즉 리터러시에 방점을 찍어야 함을 절감한다. 새로운 기기에 대한 적응은, 교사도 아이들도 전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도구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무언가를 생산해 가는 그 과정 자체인 것이다.
따라서 본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3장인데, 생성형 AI를 교실에서 쓸 때의 이슈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아마 교육계에서 정말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해당 부분일 것이다.
물론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등장 이후, 이 책의 표현처럼 교사로서 비서를 둔 느낌이 들 정도로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제일 도움을 받는 부분은 어학 공부인데, 챗지피티가 편안하고 재미있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예전에 대학원에서 리포트를 영어를 쓰면서 본 학습보다 영어 작문 자체에 곤란을 겪었는데, 이제 대학원생들은 훨씬 공부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누구보다 생성형 ai를 먼저 시작해 보았고 많이 쓰는 사람이지만, 교사로서 교실에 도입하는 것에는 정말 고민이 많았고 결국 고사했다. 해당 도구는 개인적으로 쓰며 수많은 오개념과 그럴싸함을 경험했으며, 교수자이자 평가자로서 학생들의 생산물을 평가할 최소한의 객관성조차 보호 되지 않은 현실을 바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웬만해서 동료 교사가 시도하는 교육활동은 비판보다 관대한 편인 나이지만, 초등교실에서 바로 챗지피티를 사용하는 교사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표절에 관해 그렇게 지도를 해도 웬만한 경력의 학자도 양심을 속이는 경우가 많은데, 약간의 편집만으로 표절 탐지가 불가능한 무소불위의 도구를 학생들에게 제한 장치 없이 던져주는 것은 무책임하게까지 보인다. 해당 ai 개발 기관이 미성년자의 사용에 제한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 유수의 대학과 우리나라 대학의 일부도 자체 규정 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다는 사례를 보면, 생성형 AI를 준비없이 가르치는 교실에 더욱 우려가 든다.
생성형 AI 컨텐츠 범람에 의한 종국의 자기복제로 인한 모델 붕괴가 이미 연구로 실질적 입증까지 되었다고 하니, 이 분야의 지식이 일천한 나로서도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수준인 것이다. 챗지피티 유행으로 한 동안 서점가에 인스턴트 라면을 끓이는 것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저자에 챗지피티를 달고 수많은 1회용 책들이 서점에 범람했는데, 책지피티로 생산한 컨텐츠에 대한 사용자들의 의식 재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저자가 든, 플라톤의 걱정(양피지와 문자의 발명을 인류 두뇌 발달의 퇴보의 계기가 될까)의 예시에서 지나친 기우의 우스움도 자각을 했지만, 그래도 특히 교육계의 사용은 정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생성형 AI의 사용을 논문 초록 정도로 국한해야 한다는 데에 크게 동감하며, 무엇보다 교실에 들이기 전에 철저한 합의와 사용 기준이 우선함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