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서점 주인

블라인드 북

책의 날 기념, 40인의 책 추천
비밀 추천 도서를 확인하세요.

이렇게 진지하고 도끼같은 책만 팔아서 서점 유지가 가능할까요…? 가상서점임에도 엄습하는 불안감으로 골라보는 힐링과 위로의 책. 이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요.

이 작품을 읽으면, 수많은 문학, 영화, 뮤지컬, 드라마의 출발이 바로 여기였구나 하는 감탄과 기시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원천이 된 ‘씨간장’이 된 원본을 그대로 내놓지 않고 또 한 번 재해석해 놓은 작품입니다. 어렴풋이 머리에 구현해 놓았던 일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질 때의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한 번 정도는 상상해 보았던 바로 그 일이죠. 여러 번 읽어도 항상 다른 장면에서 저는 깜짝 놀라곤 합니다. 동시에, 이건 우리의 일상에서 매일매일 반복해서 일어나는 뻔한 일이기도 하죠. 비일상과 일상이 어렵지 않게 만나는 곳. 문학이라는 시공간입니다.

인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작가다. 왜냐하면 작가는 인물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가장 열심히 관찰하고 분석할 수밖에 없다. OOO은 작가와 그의 문학을 읽고 비판하는 평론가다. 내 생각에 한국 제일의 문학평론가다. 인간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OOO의 글은 철학 같고, 과학 같고, 문학 같다. 인간을 진짜 알고 싶다면 OOO을 읽으라.

살다 보면 많은 것이 사라진다는 것을 어린이도 배우게 됩니다. 비눗방울처럼 아까운 것도, 벌레처럼 끔찍한 것도, 음악처럼 아름다운 것도 사라집니다. 경험이 적은 어린이에게 무언가 ‘사라진다’는 건 안타깝고 속상하고 때로 무섭기도 한 개념이지요. 이 책은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고, 그런데 알고 보면 사라지지 않았다는 이상하고 멋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직접 책장을 넘겨보아야만 알 수 있는 감동도 담겨 있어요. 이 감동은 아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마침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야 만, 간절하게 보고 싶은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낼까요? 동그란 발, 갸름한 발, 뾰족한 발, 넓적한 발로 우리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들의 발을 더 많이 만졌고, 발을 손이라고 불렀고, 그 발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가족들에게 권하는 그림책입니다.

롤랑 바르트, 수전 손택, 앙드레 바쟁,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사진론과 대비하여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사진론이자 21세기의 이미지 생태계를 지배하는 ‘기술적 이미지’에 대한 선구적 통찰.

1945년생인 저자가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서 쓴 책이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고 재미있다.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현대인은 동물을 사람의 지위로 끌어올리거나 아니면 물건의 위치로 내동댕이친다. 개는 사람처럼 옷을 입고 침대에서 자고 심지어 학교에 다니지만, 돼지는 손질된 고기의 형태로만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이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돼지를 키우는 건 잡아먹기 위해서지만, 돼지는 개 못지 않게 사랑받는다. 모순적이지만 더 자연스러운 관계라고 할까?

한 사람에게 빠진 뒤 어쩌지 못하는 사람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를 선택한다는 게 자신에게 어떤 일을 초래할지도 모른 채 선택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상한 화학 작용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관계를 장악할 수 있다고 믿던 사람이 고꾸라지는 걸 보면 애처로운 동시에 꼴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곧 고꾸라질 사람이 어느 순간만큼은 뻔뻔하고 자신만만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그것도 좋습니다.

이제 갓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요즘 대화하다가 다투는 일이 잦아져서 괴로운데, 책에 소개된 한나 아렌트의 구분법을 보고서 저의 대화가 ‘행위’가 아니라 ‘작업’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상대방을 이해시키려고, 통제하려고 하는 대화는 상대방을 작업의 재료로 치부하는 행동입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 스스로 변화할 각오를 해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한 번 읽었을 뿐인데,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를 영화화한 『올란도』가 올해 말 재개봉한다니 꼭 가서 봐야겠습니다.

그릇된 제도는 그릇된 믿음으로부터 잉태된 뒤 선의를 통해 지속되곤 하는데, 어쨌거나 인간에게는 옳다고 가르침받은 것에 순응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을 떠올리면 번듯하니 좋은 사람이 열렬한 나치 당원이었다거나 노예제의 지지자였다거나 하는 사실은 자연스러운 귀결처럼 느껴진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다. ‘노예제의 지지자이지만 자격 있는 흑인은 자유민이 되어 다른 노예를 거느릴 수 있다고 믿는’, 믿음직스럽고 성실할 뿐만 아니라 자비롭기까지 한 백인 남자를 상상해 보라. 이 남자는 흑인 노예 소년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서 농장주로 기르고,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분노한다. 그리고 이 셋이 모두 죽어 사라진 뒤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명백한 악역을 내세우는 대신 제도에 붙들린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내세움으로써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을(더 나아가, 명목과 실질의 충돌을) 정직하게 그려낸다.

동성애가 금기시되던 1990년대 대만에서 출간되어 ‘금서’로까지 지정된 문제작. 두 여성 사이의 집착과 심리적 의존을 중심으로 사랑과 폭력, 동경과 파괴가 교차하는 관계를 그려낸 퀴어 소설이다. 관능적 성애 묘사를 통해 사회가 규정한 ‘정상적 섹슈얼리티’의 기준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칠레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 그들을 기리고 증언하느라 남은 삶을 다 보낸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작가는 평행우주를 오간다. 죽음과 고통으로 잠식된 현실의 한 편에 만약 그들이 다른 사회, 다른 상황에서 살았더라면 누렸을지도 모르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상상을 나란히 둔다. 그 간극은 참담하지만, 동시에 간곡하다. 극악한 시대에 한평생을 빼앗겨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바랐는지조차 잊은 사람들의 꿈을 보존하는 장면이기에, 그것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함께 기억해 달라고 독자에게 청하는 장면이기에. 작가란 타인의 꿈을 대신 꾸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책이다.

철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더 나아가, 철학자란 도대체 누구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확정적인 답변은 존재할 수 없겠지만, 그에 대한 유럽 대륙철학의 답변으로 가장 매력적인 것은 바로 이 책일 것입니다. 이 짧은 강연문에서 저자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놀라운 답변,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답변을 제출합니다. 이 답변을 분석 철학의 답변이나 동양 철학의 답변과 비교해보면 굉장히 흥미로울 것입니다.

거를 타선 없는 일곱 편의 이야기. 분명 만족하실 것.

힌트가 있다면 이 책은 밤에 하는 어떤 활동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무 살 무렵부터 이런 책을 써보는 게 꿈이었고, 누군가가 이런 책을 기획해서 내주길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그런데 정말로 이런 책이 나와서 너무나 반가웠다! 읽는 사람만큼이나 쓰는 사람에게도 재미있는 작업이었을 것 같아 더 좋았던 책.

시만한 외계어가 또 있을까? 어떻게 시를 읽으면 좋겠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시인인 내가 할 수 있는 대답도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다. 보통은 이렇게 권했던 것 같다. 느낀다고 생각해보세요. 가사 없는 음악이나 자막 없는 영화처럼……. 이 시집은 내밀한 아트 필름을 연상시킨다. 특히 첫 번째 시는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기이하고 정교했다. 소문 내는 대신 약간은 비밀스럽게 간직해두고 싶던 책이었다. 어쩌다 이런 수상한 걸 쓰게 되었느냐고, 나중에는 저자에게 연락해 진지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육체노동자이자 아마추어 작가의 첫 책. 20여 년간 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통해 얻은 직관, 통찰의 힘으로 써낸 명랑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이다. 분노 속에서도 희망을 담아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평범하지만 비범하다. 정직하게 절망하면서도 냉소하지 않는 재능으로 매 페이지에 힘과 유머를 담았다.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들과 마주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상처와 치유에 대한 섬세한 하나의 응답. 우리는 서로를 길들일 수 있을까요.

책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 물을 시대가 아니다. 감상문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닥쳐오는 전쟁과 재난, 기술봉건주의에 맞서 한 번은 읽어 둬야 할 두 편의 감상문.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미래는 그곳에서부터 온다.

영화 ‘냉혈한’(1967) / 애플티비플러스 개별 구매 가능 개인적인 경험이다. 화려한 트릭으로 지탱되는 일본 미스터리밖에 모르던 시절, 이 작품을 기획, 편집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범죄를 이렇게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었구나, 라는 깨달음. 이후 장르를 보는 시선은 넓어졌고, 편견은 엷어졌다. 1967년 영화는 애플티비플러스에서 원제가 아니라 ‘냉혈한’으로 검색해야 찾을 수 있다.

OOO의 30년 미스터리 스릴러의 세계를 읽으려면 우선 그의 데뷔작인 단편 ‘OOO OOO OO OO OO’으로 시작하면 좋다.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그의 미스터리 세계를 찾아갈 것이다. OOO는 일상 속에서 스릴러를 만든다. 어떤 독자들에게는 매우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이 가지는 묘한 힘은 다 읽고 나면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강렬히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비평가 리타 펠스키가 이 책에 대해 ‘공명하는 글쓰기’라고 평한 이유도 아마 그런 데 있지 않을까. 책을 몇 권 번역해 본 경험이 있지만, 번역하다가 눈물을 쏟은 경우는 이 책이 유일하다. 물론 어떤 대목이었는지는 비밀이다.

더는 장래 희망을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나이에도 이룰 수 있는 꿈이 있다. 백만 년 뒤에 박물관에 전시될 화석이 되는 것. 이 책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식으로 화석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장 최근에 손을 떠난 책이기도 하고, 편집자로서 배 아프기만 하면서 살아온 건 아니라고 증명(?)하는 책이라 소개해봅니다. 제 배를 아프게 했던 책들의 ‘좋은 점’들과 공명하는 점이 많은 책이기도 하고요. 한 줄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 책입니다. 누락되어온 어떤 목소리들이 구체적 얼굴들로 드러나 역사화되는 작업이자, 저자의 오랜 숙제이며, 세계를 단일한 층위로 보기를 거부하며 고민하고 분투하는 글이자, 변화하는 산업 지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노동에 대한 기록인 책입니다. 어떤 책일지 궁금해하셨으면 좋겠네요.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짜릿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그렇지,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는 같은 데 너무 다르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진저브레드는 먹어본 것도 같지만 영원히 금종이별 달린 생강빵은 먹을 수 없을 것이다……(여기까지 『메리포핀스』에 나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른이 된 내 안의 멜랑콜리한 소녀를 느끼며, ‘도대체 흰 빵과 검은 빵은 무슨 맛이기에 이 난리란 말인가’ 라는 심오한 고민에 빠진 적 있는 소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오늘의 정찬은 세라의 따끈한 건포도빵으로 시작, 스칼렛 오하라의 햄과 그레이비를 먹은 다음, 주디 애벗의 레몬 젤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들 무슨 말인지 아셨지요? 그럼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작가님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감도 안 온다. 처음 출판사에 취업했을 때 ‘활자밥’ 먹는 딸이 자랑스럽다던 우리 엄마는 내가 밤새 일하는 걸 보고는 책 만드는 그게 뭐라고, 그만두라 했었다. 내가 얼마나 이 일을 사랑하는지, 이 일을 사랑하는 나 자신을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사실을 내가 알면 그것으로 되었다.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마스터피스다. 책을 사랑하는 알라딘의 독자들에게 세계 책의 날 기념으로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영광이다.

조현병과 함께 살아가는 ‘나무’와, 그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 조현병 환자를 무조건 악마화하지 않고 가족의 희생을 미화하지 않는 진짜 일상과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영화: 클로드 란츠만 <쇼아>] 블라인드의 자리에 무얼 올려놓을까, 약간 고심했다. 그런 다음 이 자리에는 다음 달에도 선정 목록에서 바꾸지 않을 책을 골라야 한다고 결심했다. 항상 내 책상 바로 앞의 책장 앞줄에 꽂혀있는 책이어야 한다고 원칙을 세웠다. 서가를 바라보다가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이 시인에 관해 설명을 더 하는 것은 독자에게 결례가 될 것이다. 비유법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자신을 시에 담은 사람. 체호프의 러시아어 소설을 루마니아어로 번역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한 사람. 그리고 어디에 있었습니까. 어디서 돌아왔습니까. 파울 첼란이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같은 수용소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이 담겨있는 영화 <쇼아>를 이 시집 곁에 두고 읽을 때마다 보아야 한다. 시와 영화는 그렇게 가까이 있다.

뱀파이어물에 새로움이 더해질 수 있을지 잠깐 회의에 빠졌을 때 이 작품을 만나 깊은 충격을 받았다. 갱신되고야 마는 장르의 매력을 한껏 느꼈던 책이다.

이 책은 성서 속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대체로 성서/성경은 종교적으로 해석되었지만, 이 책은 그 모든 이야기들 속에 있는 사랑을 무척 혼란스러우면서도 인간적으로 그려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사랑은 신의 사랑이 아닌 인간들의 “사랑”입니다. 책에선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과 질투가 나오고, 형제와 형제 사이의 폭력도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들 중심을 흐르는 사랑은 종교적인 표현이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문학과 같이 표현되고 해석됩니다. 저는 인간들이 믿고 말하는 모든 이야기가 결국에는 이러한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이야기는 증오와 폭력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영원히 남게 될 인간의 이야기는 사랑이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가장 문학적이면서, 가장 종교적인 사랑이 우리의 이야기라고 믿으며 서사들의 소개를 마쳐봅니다.

이 책은 한 과학자의 생애를 따라가며, 뇌과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기억이라는 가장 사적인 경험이 어떻게 분자 수준의 사건으로 환원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면서, 동시에 과학이 얼마나 인간적인 서사로 남는지를 드러낸다.

‘2026년’의 정의(定意) 중의 하나는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해이다. 그간 외국어로 읽어왔던 이들에겐 올해 출판계의 가장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21세기 최고의 책. 1,462쪽을 기꺼이 읽을 수 있는 파시즘 연구의 고전 중의 고전. 극우 현상을 문학, 문화이론, 영화, 역사,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젠더 이론을 가로질러 분석한 책. 역으로, ‘돌봄’ 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슬픔 서점 속의 슬픔 서점이다. 한 권의 슬픔 서점이다. 이 노련한 서점지기 평론가가 다정하고 섬세한 목소리로 소개하는 슬픔의 책들을 찾아 읽으라고, 나는 만나는 모든 이에게 권유해 왔다.

미지의 타자를 탐색하는 거대한 서사시. 푸른 물이 아닌, 사방에서 나를 옥죄는 검고 커다란 물이 느껴진다. 알지 못하는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무시무시한 일이다. 방금 전에 쓴 문장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나는 어지러웠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나는 내 이야기 안으로 들어갔고 이곳에서 사라졌었다. 여기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나는 원고지에서 눈을 떼고 시선을 창문 쪽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그래서 결국 여기로, 현재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여기는 어디고 지금은 언제란 말인가?” - 이 소설은 곰의 이야기다. 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곰의 관점에서 쓰인 이야기다. 달리 말하면 ‘곰의 자서전’인 것이다. 동물들이 인간으로 살게 된다면 그들은 과연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살아갈 것인가. 이 점을 생각할 때 다시금 인간이란 누구인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자꾸 상기해야 할 주요한 질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대개 반복해서 읽는 시집은 내게 그 시인이 필요해서 그를 곁에 두기 위해 읽는다. 이 시집은 내가 시인에게 가고 싶어서, 그의 곁에 머물고 싶어서 반복해서 읽는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함께 애도하기 위해, 또 슬픔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을 함께 보고 싶어서.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많이 추천된 책 중 하나겠지만, 저의 ‘가상 서점’에 이 책을 제외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소설을 처음 완독한 날 아침이 기억납니다. 순전히 과제를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 이른 아침의 빛을 받으며 독서를 마쳤습니다. “백번 죽었다 태어나도 이런 글은 못 쓰겠다”하고 깨달은 순간의 기쁨도 생생합니다.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변할 수 있는지, 거대한 손이 짚어준 느낌이었습니다. 심판과 구원에 관한 이 책은 출간된 지 15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에게 이야기를 읽는 기쁨과 슬픔, 타자의 삶을 겪을 수 있음의 희망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어떤 환영이 일으킬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충격이었다. 그가 그곳에 서 있었다! 잔디밭 너머, 첫날 아침 어린 플로라가 나를 안내해 주었던 탑의 맨 꼭대기 높은 곳에. 이 짧은 소설은 정말 재미있는데, 정말 놀라운 것들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설명하면 재미가 없어지므로 말할 수는 없지만 꼭 한 번 읽어 보면서 보물찾기를 해보길 바란다...

나는 꿈을 꾸고 기록하는 것을 즐긴다. 그중 어떤 것들은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했다가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꿈에 꽤 특별한 소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지는. 일상의 재료들이 모여 초현실이 불쑥 튀어나오고, 그 엉뚱함은 더할 나위 없는 능청으로 펼쳐진다. 우리는 어리둥절하다가도, 그것이 생전 생각해본 적 없는, 하지만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치 꿈 속에서 놀라운 모든 일들을 자연스레 이해하듯 말이다. 꿈의 문법에 익숙해지고 싶다면, 이 작품을 읽어보시길.

테마 [몸] : 이 세상은 환자에게는 삶이 없다고 생각하고, 젊음에는 질환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 납작한 편리에 맞서, 젊고 아픈 백인 퀴어 여성인 저자는 저마다의 몸으로 질환을 경험하고 해석하는 여성들을 만나 “거대한 대화”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