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1931-2011 박완서 타계 15주기 대표작 리커버

그 남자네 집 리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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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마지막 장편소설
힘들고 지난했던 시절을 견디게 해준
'문학'에 바치는 헌사

사랑의 기억, 그 사랑을 기억하려고 쓰신 글이구나.
사랑의 기억, 사랑받은 기억, 음악과 시와 아름다운 정원이 주었던 감성이 '척박하고 남루한' 시기를 넘기는 약이었구나. 힘이었구나.

-10주기 추모 에세이, 호원숙 <그 남자네 집을 찾아서> 중

1970년 마흔 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하여, 2011년 1월 타계하기까지 40여 년간 15편의 장편과 80여 편의 단편, 동화와 산문집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들을 발표한 박완서가 《현대문학》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장편 소설. 2004년 출간된 작가의 마지막 장편소설을 타계 15주기를 맞아 특별판으로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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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타계 15주기
특별판 편집자의 말

『그 남자네 집』은 박완서 소설가의 마지막 장편소설로, 수십 년간 가슴에 소중히 품어온 ‘첫사랑’의 기억을 풀어놓은 특별한 작품이다. 박완서 소설가 타계 15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이 조용한 고백을 다시 한번 건네고자 표지를 새롭게 단장했다. ‘투명하고 고요하게 흩어진 작고 작은 존재들’을 캔버스에 그려내는 화가 진풀의 작품이 이 특별판을 한층 더 빛냈다. ‘5월이 되자 사랑마당에서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그렇게 여러 가지 꽃나무가 있는 줄은 몰랐다. 향기 짙은 흰 라일락을 비롯해서 보랏빛 아이리스, 불꽃 같은 영산홍, 간드러지게 요염한 유도화, 홍등가의 등불 같은 석류꽃, 숨가쁜 치자꽃, 그런 것들이 차례로 불온한 열정 - 화냥기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분출했다.’ 이 소설의 봄은 유난히 요란하게 시작된다. 꽃은 장식이 아니라 징후라 했던가. 그 남자네 집 사랑마당에 피어난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는 순간, 오래 잠들어 있던 욕망과 비슷한 감정이 고개를 든다. 그 향기가 지나치게 짙어, 마음이 찬란해진다. 첫사랑을 회상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시간이 흘러도 쉽게 퇴색되지 않는 애틋함을 담담하게 절제하며 담아낸다. 한 편의 연애편지처럼 조용히 펼쳐지는 이 소설에, 오늘날의 독자는 조금 애틋해지고 또 많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_편집자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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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타계 15주기
특별판 디자이너의 말

『그 남자네 집』에서 ‘그 남자’와 보낸 시간은 구슬 같은 반짝임과 피어나는 꽃들로 묘사됩니다. 무성히 피어난 봄날을 그린 진풀 작가의 작품과, 한 겹 덧씌운 커버에서 오래전 기억임에도 남아있는 반짝임이 느껴지길 기대합니다. _디자이너 김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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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책속에서

12쪽

아름다운 전망, 상쾌한 공기, 조용한 환경, 적당한 고독, 그런 것들은 오랫동안 내가 꿈꾸던 것이 아니던가. 온갖 편리한 기능이 구비되고 투자 가치까지 보장된 아파트에 살면서 줄곧 이게 아닌데 싶었다면 이게 아닌 저것은 뭐였을까.

25쪽

어머니는 우리 딸이 서울대학에 들어가서 지금 구두 사주러 나가는 길이라고 자랑을 했다. 그냥 대학에 들어갔다고만 해도 될 텐데 명토까지 박은 것은 서울대학 이상 가는 대학은 없으니까 하는 어머니의 자만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마님의 막내도 대학에 붙었다고 했다. 좋은 대학이었지만 서울대학은 아니었다.

36쪽

열무 장수의 실패는 어머니에게도 충격적이었던지 혹은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는지 어머니는 못 이기는 척 설득을 당했고, 그 후 나는 미군부대의 꽤 편한 자리에 취직이 되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는데도 가난은 날로 남루해졌다. 딸이 미군부대에서 벌어 오는 돈으로 먹고사는 걸 식구들이 치욕스러워했기 때문이다.

42쪽

국가라는 큰 몸뚱이가 그런 자반뒤집기를 하는데 성하게 남아날 수 있는 백성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여 우리는 서로 조금도 동정 같은 거 하지 않았다. 우리가 받은 고통은 김치하고 밥처럼 평균치의 밥상이었으니까.

52쪽

우리에게 시가 사치라면 우리가 누린 물질의 사치는 시가 아니었을까. 그 암울하고 극빈하던 흉흉한 전시를 견디게 한 것은 내핍도 원한도 이념도 아니고 사치였다. 시였다.

133쪽

밥 파는 천한 일을 며느리는 시켜도 되고 딸에게는 안 시키고 싶은 건 엄마의 당당한 권한이었다. 나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신랑의 제안을 쾌히 승낙했다. 그의 표정에서 근심이 가시자 그까짓 일을 가지고 미리 교통정리를 해야만 안심이 되는 신랑의 옹졸한 성격이 약간은 마음에 걸렸다. 한마디라도 비꼬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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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저자 소개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일곱 살에 서울로 이주했다. 숙명여자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6·25전쟁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마흔의 나이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 여든에 가까운 나이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며 소설과 산문을 쓰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담낭암으로 투병하다 2011년 1월 22일,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작품 세계는 유년의 기억과 전쟁의 비극, 여성의 삶, 중산층의 생애 등으로 압축된다. 각각의 작품은 특유의 신랄한 시선과 뛰어난 현실감각으로 우리 삶의 실체를 온전하게 드러낸다한국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1993),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한무숙문학상(1995),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인촌문학상(2000), 황순원문학상(2001), 호암예술상(2006) 등을 수상했으며,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타계 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금박 유리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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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그 남자네 집>을 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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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오래 숙성시켜 비로소 세상에 내놓은 사랑이야기는 구슬같이 빛나는 것이었다. 우리 글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소설이기도 했다. 전후라 출구가 보이지 않고 막무가내로 답답한 시절, 범속하고 따분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은 힘은 바로 문학이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 남자네 집>은 일과 사랑, 육아, 지루한 일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질식할 것은 현대인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