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당근밭 걷기』, 산문집으로 『단어의 집』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원도』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쓰게 될 것』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나날이 슬픔이 차오르는 천국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과 싸우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간절한 문장으로 써내려온 시인 안희연. 그의 2005년부터 2025년까지의 여행을 담은 산문집 『줍는 순간』이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그는 대학생이 되던 열아홉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여행을 떠났다.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혀 물리적 떠남이 불가능해졌을 때에도 여행이라는 삶의 형식을 포기하지 않고 일상과 생활이라는 여행지를 성실히 걸으며 흰 종이 안으로 시선의 방향을 틀었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책은 차례대로 ‘생의 풋기’를 ‘예술’을 ‘사람’을 여행한다. 바람과 물결을 일으켜 안희연을 번번이 떠나게 한 프로펠러, 그 기착지들을 통과해 다다른 마지막 여행지는 ‘시’다. 여행은 시인을 기르고 시인으로 만들었다. 안희연은 시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든 시를 발견하고 싶어한다. 그에게 여행은 상한 포도알 같았던 삶을 생생하게 만들어주고 제 안의 말간 얼굴을 들키게 하는 순간들이다.
안희연의 여행이라는 채집통은 자신을 찌르고 관통하고 심벌즈처럼 다가와 쨍하고 부딪혀 얼얼하게 한 순간들, 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는 보석 같은 장면들로 불룩해진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오래 머리에서 심장으로 정수리에서 발바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회로. 하나의 이야기가 온몸을 한 바퀴 돌아나갈 때까지 채근하지 않고 자신을 기다려주는 일. 안희연에게 이 책은 그런 기다림을 모아 완성한, “엉터리 지도제작자”가 채집한 “아무도 모를 골목”을 걸어보는 마음의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