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 강남 3구에 두루 살아보는 경험을 했다. 강남 개발이 한창이던 때였기에, 도시의 변화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도시’라는 평생의 연구 주제를 만났다. 오늘날 전국을 두 발로 누비며 촬영하고 기록하는 도시 답사가이자, 온갖 기록에서 잊힌 기억을 캐내는 도시문헌학자이며, 이로써 한국인의 삶과 한국의 미래를 두루 살피는 인문학자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 ‘한국 도시 아카이브 시리즈’를 비롯해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한국 도시의 미래》 《철거되는 기억》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일본인 이야기 1, 2》 《전쟁의 문헌학》 《일본의 대외 전쟁》 등이 있다.
인문학자의 발걸음을 따라 강남이라는 세계에 한 발짝 더 깊이 들어간다. 저자는 강남 3구 곳곳에서 살아본 경험에 더해, 두 발로 누빈 답사 현장에서, 또 새롭게 발굴한 각종 문헌에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찾아 강남의 실제 모습을 복원해낸다. 철거민부터 수십억 원대 자산가까지, 강남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난개발에 시달리던 강남은 어떻게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을까? ‘강남적 삶의 양식’은 현대 한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살고 싶은 강남’은 어디이고, ‘사고 싶은 강남’은 어디인가? 앞으로 강남은 한국을 어떻게 바꿀까? 책은 인문적·경제적 관점을 넘나드는 물음들에 답을 찾아가며, 막연한 선망이나 오해에 가려져 있던 강남의 전모를 밝힌다.
인문학자의 고유한 시선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공간의 ‘과거·현재·미래’를 짚어가는 과정은 재미있고도 유익하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그 ‘역동성’에 깜짝 놀라게 된다. 강남은 처음부터 계획된 공간이었지만, 정확히 그만큼 계획에서 벗어난 공간이었다. 그 결과 물난리처럼 첨단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문제에 맞닥뜨리는 한편, ‘확장하는 1극 도시’로서의 역량 또한 품게 되었다. 책이 전하는 이 통찰을 찬찬히 곱씹어보자. 강남에 대한 이해의 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