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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여전히 공부가 필요하다
작품과 세상의 사이를 잇는,
어느 평론가의 이토록 성실하고 아름다운 가교(架橋)
타인의 슬픔’은 결코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다른 이의 슬픔을 이해하고 공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우리 문학을 향한 ‘정확한 사랑’으로 시대와 호흡해온 신형철 평론가의 산문집이 출간된 지 4년이 되었다. 2010년 이후 연재했던 글과 미발표 원고를 모아 엮은 이 책은 시와 소설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 노래,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정확히 읽고 듣고 보면서 온기를 잃지 않으려 했던 저자의 흔적이 빼곡히 담겨 있어 독자와 평단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다. 작품과 세상 사이에 가교를 놓고자 했던 저자의 성실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산문집을 통해 비로소 평론가 신형철의 삶과 철학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사회와 문화를 관통하는 너른 시선, 깊이 있는 사유, 단단한 문장으로 말미암아 독자는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의 슬픔을 공부하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자신과 세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부지런한 사랑임을.
“우리는 누군가와 반드시 두 번 만나는데, 한 번은 서로 같은 나이였을 때, 다른 한 번은 나중에 상대의 나이가 됐을 때” (김애란 소설가)라는 말을 기억한다. 가끔은 두 번째 만남이 훨씬 좋다는 것도. 이를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 빗대어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떤 책을 두 번 만난다. 한 번은 나의 독서로, 한 번은 어느 성실한 평론가의 공부로. 2018년 출간한 이래 이 책은 꾸준히 사랑받았다. 타인의 슬픔을 결코 알 수 없으리란 결말을 알면서도, 다른 이의 슬픔을 공부하는 것이 인간의 일이기도 함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통찰은 슬픔이 점점 많아지는 이 시절에 여전히 유효하다. 작품과 세상 사이를 잇는 작업에 복무해온 한 평론가의 이 소중한 기록들이 기존 독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독자에게도 모쪼록 가닿길 바란다.
“지금은 내가 이르지 못할 슬픔을 가졌을 당신의 뒷모습”을 담은 원래 표지에 호응하는 표지를 해보고 싶었다. 아무리 용기를 쥐어짜도 당신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은 없겠지만, 마주한다 한들 끝내 이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계속 공부하면서 다가가려는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굵은 입자의 얼굴로 표현했다. 당신과 나의 시야각을 좁혀갈수록 입자는 점점 촘촘해지리라.
_이기준(디자이너)
  • 최상의 산문 문장은 고통도 적확하게 묘파되면 달콤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문장이다. 달콤한 고통이 무엇인지를 꿈과 잠의 주체인 우리는 안다. 꿈과 잠에 비유해본다면, 그녀의 문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는 한참을 더 울게 되는 그런 꿈이고,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 한참을 더 울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그 슬픔이 달콤한 안도감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을 느끼는 순간 다시 찾아오는 그런 잠이다.
  • 최상의 산문 문장은 고통도 적확하게 묘파되면 달콤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문장이다. 달콤한 고통이 무엇인지를 꿈과 잠의 주체인 우리는 안다. 꿈과 잠에 비유해본다면, 그녀의 문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는 한참을 더 울게 되는 그런 꿈이고,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 한참을 더 울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그 슬픔이 달콤한 안도감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을 느끼는 순간 다시 찾아오는 그런 잠이다.
  • 그렇다면 유다는,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배반해야만 그 사랑을 완성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던, 비극적인 인물이다. 물론 신학적으로는 터무니없는 오독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이 오독의 빛에 의지해 인간이라는 심해로 내려간다.
  • 나는 ‘소설적인 문장’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저 아름답게 쓰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요령부득의 문장을 써놓고 폼을 잡아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동어반복처럼 들리겠지만, 소설적인 문장은 ‘소설적인 문장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속에서 고뇌한 흔적을 품고 있는 문장이다.
  • 나는 아포리즘을 경멸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중언부언과 지리멸렬이 차라리 더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아포리즘이 시나 소설에서 반드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아포리즘 따위는 쓰지 않겠다는 고집이 오히려 독창적인 문학적 개성을 만들기도 한다.
  • 인간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서 그 어둠 속에 앉아 있어본 작가는 대낮의 햇살에서도 영혼을 느낄 것이다. 내게 작품의 깊이란 곧 ‘인간 이해’의 깊이다.
  • 아름다움이라는 말에 질색하고 시에서 그 가치를 수상쩍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그들이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얻은 것들에 조금도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시는 세계와 싸울 때조차도, 아름다움을 위해, 아름다움과 함께 싸워야 한다.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확한 길이기는 하지만, 쉽고 빠른 길은 아니다.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섬세하고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해야 한다. 그 어렵고 느린 길을 걸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이들은 그 대신 권력을 가지려 한다. 권력을 얻어 명령의 주체가 되면 커뮤니케이션을 생략해도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소개
신형철
문학평론가. 2005년 계간 <문학동네>에 글을 발표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몰락의 에티카> <느낌의 공동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인생의 역사>를 출간했다. 2014년 봄부터 2022년 여름까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직했고, 2022년 가을부터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비교문학 협동과정)에서 근무한다. 관심사는 예술의 윤리적 역량, 윤리의 비평적 역량, 비평의 예술적 역량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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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친필 메시지 인쇄.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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