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리커버 표지
표지의 일러스트
표지의 일러스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Eichmann in Jerusalem :
Ein Bericht von der Banalitat des Bosen

끔찍하게도 또 전율스럽게도
‘정상적인’ 아이히만이 자행한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로서의 폭력, 즉 홀로코스트였다.

‘악의 평범성’ 논의를 촉발한 20세기 정치사상 고전
The New Yorker 연재를 바탕으로 탄생한 문제작
한나 아렌트 탄생 120주년 맞이해 20년 만에 재번역
읽기 어려운 고전을 읽히는 고전으로, 문장 호흡 정리
인물·지명 각주, 사진과 지도 추가

아돌프 아이히만은 나치 친위대에서 유대인 강제이송과 학살의 핵심 실무를 담당했다. 세상은 아이히만이 증오에 빠지고 피에 굶주린 악마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가 법정에서 마주한 아이히만은 나치 광신자도, 유대인 혐오자도 아니었다. 아렌트가 이 대목에서 주목한 것은, 학살을 떠받치는 동력이 개인의 증오나 잔혹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렌트는 생각하기를 멈추고 규칙에만 따르는 아이히만의 모습에서 ‘악의 평범성’을 발견했다. 아렌트는 이것이야말로 현대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악의 형태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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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리커버 표지
  • 디자이너 노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리커버 작업에서 총칼이 아니라 타자기로 저질러진 범죄를 표지로 보여주려 했다. 표지의 검은 배경은 인간 내면의 깊은 어둠을 의미한다. 반대로 이미지와 타이포는 빛나는 은색 박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계급장과 철십자의 인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리커버 작업은 기대와 부담이 공존한다. 기존 표지 디자인과 어떤 차별성을 두고, 재해석을 어떻게 표현할지 책의 꼴은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시간은 어렵지만 설렌다. 이런 고민들이 세심하게 다듬어져 나온 이번 표지 디자인이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많은 독자들에게 선택되기를 바란다. - 디자이너 김현주

  • 편집자의 말

    “…오히려 일반적으로 살상 도구를 자신의 손으로 사용한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책임의 정도는 증가한다.” _1961년 12월 11일, 예루살렘 재판 판결문 예루살렘 재판부는 수백만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나치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아이히만의 언어에는 ‘학살’도 ‘살인’도 없었다. 그에게는 ‘최종 해결책’이라는 말이면 충분했다. 단어 한 겹만 덧씌우면 아이히만은 자신이 만든 참상을 못 본 척할 수 있었다. 알라딘 단독 리커버 한정판은 한나 아렌트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전면 재번역과 더불어 기획했다. 분업과 절차 속에서 무감각하게 완성되는 범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붙잡은 현대의 절대악을 차가운 은박 활자와 타자기 이미지로 표현했다. - 편집자 박홍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책속에서

116쪽

여섯 명의 정신과 의사가 그를 “정상”으로 판정했다. 그들 중 한 명은 아이히만의 상태가 “그를 검진한 후의 나보다 더 정상”이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162쪽

그는 “그들을 존중했고, 동등하게 대했으며”, 그들의 모든 “요구와 불평과 지원 요청을” 경청했고, 자신의 “약속”을 가능한 한 지켰다. “사람들은 이제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아이히만 그가 아니었다면 누가 몇십만의 유대인을 구했겠는가?

206쪽

“거기서 저는 충분히 봤습니다. 저는 완전히 끝장났습니다. 거기 있던 흰옷을 입은 의사 한 명이 제게 구멍을 통해 트럭 안을 들여다보라고 말한 것만 기억납니다. 저는 거부했습니다. 할 수가 없었죠. 저는 자리를 떠나야 했습니다.” 이 일 직후에 아이히만은 더 끔찍한 것을 보게 되었다.

271쪽

이것이 현실이었고, 이것이 총통의 명령에 기초한 국가의 새로운 법이었다. 그가 이해하는 한, 그가 행한 모든 일은 법을 준수하는 시민으로서 행한 것이었다.

293쪽

아이히만은 거대한 체계 안에서 가장 중요한 컨베이어 벨트와 같았다. 얼마나 많은 유대인이 어떤 특정한 지역에서 수송될 수 있고 또 수송되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항상 그와 부하들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341쪽

그는 이 일이 어차피 이루어져야 했다면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더 나았다고 주장했다. 재판 기간에는 아무도, 심지어 피고 측 변호인도 이 주장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384쪽

“없는 죄까지 다 불어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고, 또 한 번은 자기를 “스테이크 익히듯 달달 볶았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그는 아주 침착했고, 더는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협박할 때도 진지하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423쪽

마지막 순간에, 아이히만은 인간의 사악함 가운데 이루어진 이 오랜 과정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을 요약하는 듯했다. 두려운 교훈, 즉 말과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을.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한나 아렌트 사진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났다. 철학과 신학에 관심이 많았던 아렌트는 마르부르크 대학으로 가 불트만과 하이데거에게 배운다. 거기서 하이데거와 사랑에 빠졌던 아렌트는 곧 그를 떠나 하이델베르크의 야스퍼스를 찾아 그의 지도로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 개념」이란 주제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후 아렌트는 정치적 억압과 유대인 박해가 점차 심해지던 독일에서 시온주의자들을 위해 활동하다 체포되어 심문을 받은 뒤, 1933년에 프랑스로 망명하고 또 거기서 수용소에 갇혔다가 결국 탈출하여 1941년에 미국으로 망명한다. 첫 번째 주저인 『전체주의의 기원』(1951)의 발간과 더불어 아렌트는 본격적인 정치사상가의 길을 걷는다. 이후 『라헬 파른하겐』(1957), 『인간의 조건』(1958), 『과거와 미래 사이』(1961),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 『혁명론』(1963), 『공화국의 위기』(1972) 등 중요 저작들을 연이어 출간했다. 특히 유대인 학살의 핵심 책임자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되고 예루살렘으로 압송되어 재판을 받자 아렌트는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그 재판에 대한 보고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쓰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설명한 악의 평범성 개념은 수많은 논쟁을 낳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아렌트는 정치적 악을 유발하는 정신의 문제에 집중하여 『정신의 삶』(1978)을 남긴다. 아렌트의 판단이론의 강의내용을 담은 『칸트의 정치철학』(1982)이 아렌트 사후에 출간되었고, 또 유고를 정리해 『이해에 대한 에세이』1(994), 『정치의 약속』(2005), 『판단과 책임』(2005), 『난간 없이 사유하기』(2023) 등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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