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의 서점 추천 도서 영혼의 물질적인 밤
편집자 박우진의 추천
작가란 결국 세속에 내려앉지 못하고 언어 안에 거처를 마련하는 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책은 일종의 설계도, 한 소설가가 자기 자리를 지어온 내력이라 할 법하다. 설계도라고 해서 질서정연한 공식 따위를 기대하지는 말 것. 그 대신 쓰면 쓸수록 쓰는 인간을 훌쩍 넘어 통제 불가능한, 세상 요망스러운 언어를 재료로 삼는 건축의 곤경이 펼쳐진다. 아등바등 언어와 벌이는 저자의 분투에 휘말린 채 손에 땀을 쥐다 보면 불현듯 “소설 속 세계가 작가에게 자신을 개방하는” 순간이 번뜩이고, 작가라는 이상한 사람들이 언어에 삶을 거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