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의 열다섯 번째 책은 다른 존재를 향한다.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만들어내고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로 ‘2023 젊은 작가’ 1위로 호명되었던 그의 시선은 다시 타인을 향한다. 굳건한 눈동자를 가진 이들만이 성공한다는 세상의 통념 속에서, 이슬아는 주저하고 흔들리며 갈등하는 눈동자로 살아가는 이들을 주목한다.
이게 마지막 싸움이라는 홍예린의 눈동자부터 천년 세월을 살아낸 프리렌의 눈동자,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눈동자, 미지의 타인을 향해 가장 크게 열려 있던 하마의 눈동자, 열망과 관습 사이에서 요동치던 에르노의 눈동자, 실명한 채 말갛게 웃고 있는 김성은의 눈동자까지 반복해서 등장하는 시선, 응시, 동공, 눈빛, 눈망울과 같은 단어들은 일관되게 다른 이를 향한다. 몹시 흔들리는 눈동자에 눈물을 머금은 채 에세이의 모험을 감행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슬아의 시선을 따라 울창한 타자의 세계로 진입한다.
만난 적 없는 다른 사람이 그리워서,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그리워서, 어느 날 책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13쪽)
그 아이에게 사랑은 이렇게나 다양한 모양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64쪽)
가장 잘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응시를 거듭하다 보면 작가는 어느새 자신의 인생과 조금 멀찍이 서 있게 된다. (88쪽)
좋아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으면, 공들여 읽지 않으면 영영 모를 세계가 있지요. (112쪽)
한때는 믿을 수 있었지만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 것들에 대한 슬픔을 적어왔습니다. (169쪽)
저에게 본다는 건 그런 거예요. 얼마나 컸는지, 얼마나 통통해졌는지, 매일매일 촉감으로 관찰하며 보고 또 봐요. (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