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MD의 2025 갈무리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MD의 마음에 콕 박힌 책들

좋은 책은
외롭지 않다

엄마만 남은 김미자
김중미 지음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가 꺼내놓은 나의 내밀한 가족 이야기. 제목의 ‘김미자’는 김중미 작가 어머니의 이름이다. 이제는 자식들의 이름조차 잘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만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김미자. 김중미에서 김미자로, 김미자에서 그의 어머니로 이어지는 삶의 궤적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그 시절 여성으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좋은 에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과도 같은 책.

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박선영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했다. 기자가 쓴 에세이가 뭘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를 하겠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기자 생활을 마감하고 일곱 해가 지난 후에야 드디어 적어 낸 그의 글에는 아마도 투철했을 기자로서의 직업정신과 좋은 시민으로서의 다정함이 고스란히 보였다. 낙담하기 쉬운 세상, 그래도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이런 글과 함께라면 우리는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널 보낼 용기
송지영 지음

솔직히 궁금했다. 그 궁금함이 죄책감이 되기도 했다.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이 떨어졌다. 자살 유가족들은 한없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누구보다 더 조용히 그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고 한다. 사회가 그 자살의 원인을 대부분 가족에게서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남겨진 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또 함께 살아갈 우리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자녀를 둔 모든 부모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고전적인’ 맛이 있는 책이다. 해보자고, 할 수 있다고, 해도 된다고 말해 주는 책이 요즘은 워낙 드물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의미 있다.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로 월가에서 활동 중인 저자에게는 누구보다 필요했을 긍정적인 마인드와 ‘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매일매일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새해에는 이런 다짐들이 필요한 법이니까. 잠시 희미해졌던 내 마음속 의지를 다시 다잡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양양
양주연 지음

어느 날 술 취한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너는 고모처럼 살지 마라.’ 나에게 고모가 있었다고? 동명의 장편 다큐멘터리 작품인 ‘양양’의 제작 과정을 담은 에세이. 한 가족에게서 지워진 고모의 짧은 일생을 따라가며 가부장제와 여성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작가의 개인사를 넘어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모든 여자들, 모든 ‘양양’들에게 바치는 글.

평균 연령 90세, 노인 네 명을 돌보는 프리랜서 작가의 기막힌 돌봄 일기. 이것은 에세이인가, 한 편의 소설인가?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 초고령 사회 한국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인데, 왜인지 모르게 계속 웃게 된다. 부모님과 이모 부부를 돌보느라 작가의 수명은 정작 짧아지는 듯하다. ‘최강 노인 4인방’과 함께하는 웃픈 돌봄 일기.

아빠, 당신의 죽음을 허락합니다
에리카 프라이지히 지음, 박민경 옮김, 최다혜 감수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시리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은중과 상연〉이었다. 조력 사망이라는 이슈를 다룬 이 드라마를 보던 중, 우연히 아버지의 존엄사를 함께한 영국인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과도 만나게 되었다. 책의 첫머리에는 이틀 후 조력 사망을 허락받은 저자 아버지의 환한 미소가 실려 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단 한 장의 이미지였다.

주말엔 산사
윤설희 지음

나는 산사를 참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크리스마스에도 교회보다는 절을 찾을 정도다. 그 고즈넉함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일상의 묵은 때가 조금이나마 벗겨지는 기분이 든다. 저자가 주말마다 찾아다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사를 펜 그림으로 담아낸 이 책은 섬세한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이는, 참으로 인상적인 책이다. 추워도 이번 주말엔 무조건 산사다.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자고 일어난 뒤 두서없이 꿈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 꿈과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오가며 내 상상력의 깊이를 가늠해 보기도 한다. 소설과 에세이를 넘나드는 온갖 트릭으로 가득한 이 책은 그래서 오히려 작가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모호하면서도 아름답고, 명백히 보여 주는 것 같으면서도 끝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이 마치 우리의 인생 같기도 하다.

책, 읽는 재미 말고
조경국 지음

전자책이 출시되었을 때 사람들은 드디어 종이책의 종말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살아남았고, 아마 세상의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책을 읽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니까. 애서가인 저자가 전하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책을 가지고 노는 법! 오늘도 신간을 구매하며 이제는 정말 터질 것 같은 책장을 유심히 바라보는 독자들에게 또다시 구매를 권하는 책, 책,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