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문학 웹진 『림LIM』에 「농부의 피」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5년 「슬픈 마음 있는 사람」으로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나주에 대하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연작소설집 《공룡의 이동 경로》, 장편소설 《동경》,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개구리가 되고 싶어》가 있다.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읽고 나면, 무언가 하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야기는 멀어진 친구에게 연락해 그동안 말하지 못한 감정을 털어놓고 싶게 한다. 또 어떤 이야기는 허기를 자극하며 당장 냉장고를 열고 이야기 속 음식처럼 뭔가를 만들고 싶게 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우리가 한없이 미뤄온 고백과 용서, 또 수용과 수긍으로 나아가도록 이끈다. 그렇다면 정기현의 소설은 무엇을 하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일까? 단연, 걷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
그의 소설은 운동화 끈을 조여 묶고 물병을 배낭에 챙겨 바깥으로 향하도록 이끈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권태로워진 길을 새로운 마음으로 탐색하도록 만든다. 그건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이 자주 걷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걷는다는 건, 오래 누워 있던 마음을 일으켜 세워 다시 움직이고 살아나도록 만드는 일. 그러니까 정기현의 소설은 무기력에 휩싸여 멈춰버린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2023년 가을 단편소설 「농부의 피」로 데뷔한 정기현의 첫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은 그렇게 산뜻한 두 발의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2024년 가을 문학과지성사가 주관하는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되고, 2025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단편소설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이미 읽어본 독자라면, 이러한 설명을 단숨에 이해하리라. 걷는 동안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물결, 그리고 길에서 마주치는 우연한 흔적들이 특유의 리드미컬한 문장에 실려 있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따라가다보면, 우리도 두 다리를 뻗어 성큼성큼 걸어보고 싶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