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김은미그림책상이 무엇이고 또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이실까요?
A :
김은미 작가는 온다프레스에서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를 2018년에 펴냈습니다. 6개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남 모란시장으로 출근하며 그곳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이야기를 그려낸 참 귀한 작품이었습니다. 김은미 작가는 이 책의 후기에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공간만이 행복을 주는 것도 아니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이 서사의 주인공일 필요도 없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어서일까 (중략) 그 눈으로 바라본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나의 연작은 이렇게 시작된다." 고 썼습니다. 그러나 이때 이미 작가는 암투병을 하고 있었고, 결국 2020년 44살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나의 연작은 이렇게 시작된다."는 작가의 말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작가를 기리는 최선의 방식은 그 작가의 작업이 이어지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여 시작했으나 이어지지 못한 김은미의 '연작'이 계속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 김은미의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들을 응원해 주자!'
Q :
그런 뜻깊은 의미가 있었군요.
A :
코로나팬데믹 종료 후 줄곧 매출이 곤두박질쳐 출판사 형편이 어려웠지만 소박하게 시작하면 못할 게 있을까 싶어 그냥 저질렀지요. 온다프레스 박대우 대표께 연락해 동참을 청했고, 그림책협회에도 홍보와 심사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대개 출판사에서 공모하는 그림책상들은 그 출판사에서 출간을 전제로 하고 선인세를 포함하여 상금을 제시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순수한 상금 200만원, 출간된 작품이든 작업 중인 작품이든 김은미의 작업을 이어가는 논픽션그림책을 대상으로 한다.'는 뼈대로 2024년 2월 1일에 공모를 하였습니다.
40여 작품이 응모를 했고, 이야기꽃 대표인 저와 온다프레스 박대우 대표, 그림책협회 최혜진 부회장, 서울시립대학고 곽영권 교수 네명이 이작은 작가의<우리 동네 청수마트>를 만장일치로 꼽았습니다.
Q :
이작은 작가님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A :
이작은 작가는 공고를 보자마자 '이건 나를 위한 거다'라고 생각했다더군요. 마감을 한 달 남기고 공고를 봤는데, 처음엔 그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워낙 몸으로 경험한 이야기라 거짓말처럼 한 달 만에 더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시상을 하고 나서 이야기꽃에서 출간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사실은 오랫동안 이야기꽃에서 책을 내고 싶어했고, 다른 작품으로 투고도 했었는데 답장도 못 받았었노라며 웃더라고요.
Q :
출간 이후의 에피소드도 공유해주세요.
A :
시상식 이후 9달만에 책이 나왔습니다. 출간 이후에는 청수마트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로부터 오랜만에 연락도 받고, 만나서 밥도 먹고, '정육'사장한테서는 '정육 세트' 선물도 받았다며 신기해하고 있답니다. 엊그제는 '대리'한테서도 연락이 왔따며 이런 카톡을 보내왔어요.
대표님! 지금 청수마트 대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감동받아서 눈물 나왔다고요. 그리고 대리 친구 중에 음악하는 친구가 있대요. 그 친구가 청수마트로 동요를 만들고 싶다네요. 가사는 저보고 쓰라고 하는 것 같은데...
제가 1991년부터 35년째 책을 만들고 있는 지금까지 제가 한 일 중에서 제일 잘한 일이 '김은미 그림책상' 제정과 <우리 동네 청수마트> 출간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