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시작

모험의 시작
<반지의 제왕 일러스트 특별판>
“조심히 가세요.
몸조심하시고요, 프로도 씨!

이 숲에는 들어가지 않길 바랐는데.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무 위험이 없길 바랄
수밖에 없겠군요.

어쨌든 행운을 빌어요. 이 순간부터 영원히.”

호빗들은 몸을 떨었다.

샤이어에서도 묵은숲 너머 고분구릉에 사는 고분악령들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던 이야기였다. 아무리 아늑한 난롯가에서라도 마찬가지였다.
네 명의 호빗은 그 집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빠져 잊고 있던 사실을 갑자기 기억해 냈다.
톰 봄바딜의 집은 바로 그 무시무시한 산골짜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간달프를 알게 된 후로 이번처럼 걱정되기는 처음일세.

만약 올 수가 없었으면 연락이라도 했을 텐데 말이야.
며칠 전에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그 나쁜 소식을 들었지.
간달프가 사라지고 기사들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사방에 짜하게 퍼졌더군.

모든 반지를 지배하고,


모든 반지를 발견하는 것은 절대반지,


모든 반지를 불러 모아 암흑에 가두는 것은 절대반지.

거대한 두려움이 그를 덮쳤다. 오랫동안 예견해 왔으나
결코 일어날 리가 없다고 헛되이 희망을 품고 있었던 어떤 운명이 마침내 선고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마음에는 빌보와 함께 깊은골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일었다. 마침내 그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마치 다른 어떤 힘에 이끌려 나오기라도 하듯,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길은 잘 모릅니다만, 제가 반지를 갖고 떠나겠습니다.

“아! 아! 발로그! 발로그가 왔어!”

그러자 김리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쳐다보았다.

“두린의 재앙!”

그는 비명을 지르며 도끼를 떨어뜨리고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간달프가 휘청거리는 몸을 지팡이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발로그! 이제 알겠군.
정말 운이 너무 없어! 난 벌써 너무 지쳤는데.

메리와 피핀은 군마들의 울음소리와 갑작스런 많은 사람들의 노래 소리를 차가운 대기 속에서 선명하게 들었다. 세상의 가장자리 위로 궁형의 불길처럼 태양의 손발이 떠올랐다. 그때 기사들이 동쪽으로부터 우렁찬 함성을 토하며 돌격했고, 갑옷과 창들에 붉은 빛이 번뜩였다.

피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성벽과 탑들, 멋진 깃발, 하늘 높이 뜬 태양을 바라보고, 동쪽의 점점 커져가는 어둠을 응시했다.
암흑의 긴 손가락, 숲과 산속의 오르크들, 아이센가드의 배신, 사악한 눈을 가진 새들, 샤이어의 오솔길에도 나타난 암흑의 기사들, 그리고 날개달린 공포의 사자 나즈굴이 떠올랐다.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희망이 시들어버린 것 같았다. 그 순간 태양도 검은 날개가 지나가며 가리기라도 한 듯 한순간 흔들리며 어두워졌다.

별안간 능선 위로 하얗게 차려입은 기사 하나가 떠오르는 태양 속에 환하게 나타났다.
낮은 구릉지 위로는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긴 비탈들을 서둘러 내려오는 1000병의 보병이 있었다.
그들은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키가 크고 강대한 전사 하나가 그들 가운데서 큰 걸음으로 걸었다.
그의 방패는 붉은색이었다.
계곡 가장자리에 이르자 그는 거대한 검은 뿔나팔을 입술에 갖다 대고 힘차게 불었다.

샘은 얼굴을 붉히고 앉으면서 중얼거렸다.

이제 진짜 아슬아슬한 모험을 하게 되었군요, 프로도 씨!

그러면서 그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북펀드에 참여한 출판원정대 명단은 초판에만 수록되어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일러스트 특별판>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김보원, 김번, 이미애 옮김 | 아르테
자세히보기

20세기 판타지 문학의 걸작

<반지의 제왕>의 특별한 판본

톨킨이 그린 일러스트, 지도, 스케치


국내 최초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