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5일 : 3호
우리는 통증으로부터 흘러나와 점차 흉터가 되어가는 중이지
지난 여름에 출간된 시집 <빛의 자격을 얻어>가 시를 읽는 독자에게 여전히 전해지고 있는 계절, 핀 시인선으로 이혜미 시인의 신작이 함께 출간되었습니다. '통증으로부터 흘러나와 점차 흉터가 되어가는' (201쪽) 시간들에게 보내는, 회복을 이야기하는 시와 에세이가 함께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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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출간된 시집 <빛의 자격을 얻어>가 시를 읽는 독자에게 여전히 전해지고 있는 계절, 핀 시인선으로 이혜미 시인의 신작이 함께 출간되었습니다. '통증으로부터 흘러나와 점차 흉터가 되어가는' (201쪽) 시간들에게 보내는, 회복을 이야기하는 시와 에세이가 함께 실려있습니다.
<여름 자두 깨물면서> 시는 나직이 묻습니다. '기분의 단면을 본 적 있니.'(29쪽) 여름자두 맛은 이제 다음 계절에나 만날 수 있겠지요. 계절이 가면 제철과일이 가듯, 시간은 흐를 것이고, 가만히 기다리면 다음 계절이 돌아올 것입니다. 과즙처럼 흐르는 감정을 묘사하는 말이 선명하고 감각적입니다.
나무의 숨이 울창해지면
무구하고 무수한 색들이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어.
가을엔 이 계절의 맛에 집중할 일입니다. '부푸는 것을 설렘이라 믿으며' 후일을 도모하면 틀림없이 회복이 찾아올 것을 믿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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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버려진 영수증을 주워 펼치면 음용 시 주의사항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 ; 오늘의 감정에는 오늘의 책임이 필요합니다.
Q : 신작 <재수사>는 원고지 3천 매, 장편으로서 6년 만인 대작입니다. 긴 호흡으로 한 소설을 마무리한 후, 소설가로서 달라진 점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원고 작업 중에 ‘끝이 안 날 것 같다, 끝을 못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좌절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초고를 마무리할 때 ‘이 정도 분량의 책은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겠다’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자신감보다는 안도감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긴 소설이 짧은 소설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고, 긴 소설이라고 다 좋은 작품도 아니겠지만, 긴 원고에만 담을 수 있는 이야기, 긴 호흡으로만 전할 수 있는 메시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로서는 성장했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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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신작 <재수사>는 원고지 3천 매, 장편으로서 6년 만인 대작입니다. 긴 호흡으로 한 소설을 마무리한 후, 소설가로서 달라진 점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원고 작업 중에 ‘끝이 안 날 것 같다, 끝을 못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좌절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초고를 마무리할 때 ‘이 정도 분량의 책은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겠다’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자신감보다는 안도감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긴 소설이 짧은 소설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고, 긴 소설이라고 다 좋은 작품도 아니겠지만, 긴 원고에만 담을 수 있는 이야기, 긴 호흡으로만 전할 수 있는 메시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로서는 성장했다는 마음입니다.
Q : 도스토옙스키 독서모임이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장강명 작가가 운영을 시작한 온라인 독서모임 '그믐'에 대한 감회도 궁금합니다. 모임 소개 등이 가능할까요?
A :
저는 사실 크게 간여를 하고 있지는 않고, 제 아내인 김혜정 대표가 지인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지식공동체? 맥락 있는 대화를 추구하는 사이트? 그냥 둘러보시면 대강 어떤 곳인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의 주소는 www.gmeum.com 입니다. ‘이렇게 만들면 성공한다’보다는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공간인데, 어떻게 발전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굉장히 투지를 불태우는 모습입니다.
Q : 신작 <재수사> 출간 이후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 장강명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일단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네요. 소설을 열심히 읽는 독자들이 어떤 분들인지, 무슨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문학이 힘을 잃은 것 같고, 시시한 취급을 당하니 서러우실까요. 소설이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은 혹시 해보신 적 없으세요. 저는 제 자리에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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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은 금세 읽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죠. 길이가 짧다고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니까요. 언제든 펼치면 (부담을 주지 않는) 이야기가 쏟아질 듯하고 ‘나뭇잎 소설(엽편)’ ‘미니픽션’이라고도 불리지만, 세상 어디 사람 이야기가 쉽게만 읽히나요. 특별한 여운을 생각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길이가 짧으니 ‘어떤 인물’과 ‘어떤 사건’에 초집중하여 보다 압축적인 글쓰기가 이루어지죠.
마음산책에서 펴내는 짧은 소설에는 작가의 개성과 통찰, 매력이 살아 있습니다. 짧은 소설을 읽고 해당 작가를 더 알고 싶어졌다고 고백하는 독자도 있고요. 역시나, 짧은 소설에서도 작가의 고유한 글 세계가 잘 드러났다고 더욱 좋아졌다는 독자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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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은 금세 읽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죠. 길이가 짧다고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니까요. 언제든 펼치면 (부담을 주지 않는) 이야기가 쏟아질 듯하고 ‘나뭇잎 소설(엽편)’ ‘미니픽션’이라고도 불리지만, 세상 어디 사람 이야기가 쉽게만 읽히나요. 특별한 여운을 생각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길이가 짧으니 ‘어떤 인물’과 ‘어떤 사건’에 초집중하여 보다 압축적인 글쓰기가 이루어지죠.
마음산책에서 펴내는 짧은 소설에는 작가의 개성과 통찰, 매력이 살아 있습니다. 짧은 소설을 읽고 해당 작가를 더 알고 싶어졌다고 고백하는 독자도 있고요. 역시나, 짧은 소설에서도 작가의 고유한 글 세계가 잘 드러났다고 더욱 좋아졌다는 독자도 많아요.
2009년 박완서 작가의 『세 가지 소원』이 시작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들려주듯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이야기보따리 같은 짧은 소설은 이후 정이현, 이기호, 김숨, 이승우, 김금희, 손보미, 백수린, 정지돈, 박서련, 최정화, 김초엽, 조해진, 최은영, 다시 이기호 작가까지 총 열다섯 권의 짧은 소설로 이어졌습니다. 평범한 이웃들의 울고 웃는 이야기부터 근미래 시공간을 다루는 SF, 그로테스크한 인간 내면의 풍경을 제시하는 작품까지 ‘짧은 소설’이라는 이름 아래 꿰어져 있습니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은 대부분 그림과 함께 엮은, ‘그림 소설집’이지요. 이야기의 톤에 맞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은 이미지에 매혹당하는 독자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안기죠. 소설 원고가 들어오면 일러스트레이터 선정과 섭외에 꽤 공을 들입니다. 한 편 한 편 소설의 상상력에 새로운 해석을 시각화하는 그림을 편집하는 재미는 색다릅니다.
짧은 소설은 멈추지 않고 출간될 것입니다. 중견부터 신진까지 한국문학의 빛나는 작가들의 소설이 준비되어 있어요. 한국문학의 세계는 더욱 다채로워지고 풍요로워지겠죠. 단편, 장편만이 아닌 새로운 호흡, 찰나의 포착을 만끽할 수 있는 짧은 소설에 대해 이기호 작가의 말을 들어봅니다. 이보다 더 정확한 말은 없을 테니까요.
“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 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 짧았던 사랑일수록 치열하게 다퉜거늘.”
― 성혜현(마음산책 문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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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장소에서 좋은 책을 읽는 일은 두 배로 즐겁습니다. 가을 휴가지에서 문목하의 데뷔작 <돌이킬 수 있는>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바닷 바람이 유리창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읽은 소설이라 더욱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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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장소에서 좋은 책을 읽는 일은 두 배로 즐겁습니다. 가을 휴가지에서 문목하의 데뷔작 <돌이킬 수 있는>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바닷 바람이 유리창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읽은 소설이라 더욱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신입 수사관이 부패경찰에게 업무 지시를 받다 위험한 범죄조직을 건드립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많이 본 이야기인데요, 대형 싱크홀 발생으로 폐쇄된 유령도시로 이 신입 수사관이 들어서는 순간 이야기가 장르를 넘나듭니다. 시작하고, 마주하고, 감내하고, 선택하고, 그럼에도 무르는 이야기를 배치한 목차 역시 재밌습니다. 뒷장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한 소설을 찾는 독자와 함께 이 소설을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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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는 기획의 말과 함께, 전설적인 시집을 복간하는 문학동네포에지가 가을을 맞습니다. 2020년 말 출간한 <당신은 첫눈입니까>와 함께 읽힐 이규리 시인의 시집과, 2023년 타계 30주기를 맞는 진이정 시인의 전설적인 시집을 함께 놓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