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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의 시집 <사과꽃 당신이 올 때> 3부 “사과꽃 진혼제”를 다룬 사진집이다. 류가헌갤러리에서 사진전도 치뤘다. 시인, 사진작가인 신현림이 한국 근현대사와 혼곤히 이어진 자전적인 삶과 서구미술사와 15년째 사과 던지기 연작을 명화콜라보로 사진예술의 확장을 선보인다. 또한 역사의 발전은 수많은 익명의 희생으로 이루어졌음을 사과밭에서 설치작업한 “사과꽃 진혼제”를 선보였다. 시집 <사과꽃 당신이 올 때>는 에코페미니스트로서, 아니 그 이름 너머 한국인의 정체성과 꿈과 절망, 오늘의 고뇌를 담았다.

최근작 :<새로 시작했어>,<울컥, 대한민국>,<7초간의 포옹> … 총 148종 (모두보기)
소개 :

신현림 (지은이)의 말
왜 사과인가?

나는 KBS 출연자로 사과밭을 갔다가 사과꽃과 사과알이 주렁주렁 린 풍경을 처음으로 보고 황홀감을 맛보았다. 빨간 사과들이 등불같이 열린 모습이 경이로와 깊이 빠져들었다. 나는 사과꽃 피는 봄부터 계절마다 사과밭을 집 수시로 오가며 설치 퍼포먼스의 작업을 했다. 사과밭이 지구의 상징였다면, 그 지구를 돌며 찍은 것이 <사과여행>이다. 15년째 일구는 사과작업이다. 사과가 던져진 풍경에서 인간 존재의 뜻을 새기고 남기고 싶었다. 물론 사과는 물이고, 생명이고, 누구나 갖고 싶은 사랑의 상징이다. 나이며, 그 누군가이다. 사과가 살아 날듯이 힘차게 그려내야 했다. 하늘에 녹아 없어져가듯이 던져내어 만물은 한 몸이란 동양적 생태적 세계관을 사진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동양적 세계관은 사람과 자연을 나누지 않는다. 우리는 자연과 내면적으로 깊이 이어져 있다. 첫 전시때부터 이 같은 철학개념과 기이한 인생의 맥 속에서 사진을 계속 찍어왔다. 그 사과밭에서 나는 시를 많이 쓰게 되었다, 그중 몇 편을 여기에 놓아두었다.

“사과꽃 당신이 올 때”는 사라진 이들이 올 때다.
<when you, apple flower, comes to me> is the time for those who disappeared to come back.

나에게 “사과꽃 당신이 올 때”는 사라진 이들이 올 때다. 내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과꽃이 왜 이리 이쁠까? 간절하게 피어서라고 생각했다. 죽은 이들이 이 세상과 사람이 그리워서 핀 것이라고 느꼈다. 시를 썼고, 무명의 독립군으로 독립 자금을 나르다 잡혀 고문받고, 광복 6개월 전에 돌아가신 나의 외할아버지의 삶과 죽음에서 내 작업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조상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시를 썼다. 전쟁 때 가방을 도둑맞아 엄마의 가족사진은 없다. 엄마의 증언에 기대서 나의 반쪽을 알아갔다. 역사의 진보는 이름 있는 자들로 기록되지만, 이름 없는 이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다. 이 소중한 사실을 잊지 않고, 기리고 싶다. 여기에 일제 때 희생당한 내가 사랑하는 시인들까지 사과밭에 설치해 놓고 그들 영혼을 따뜻이 달래갔다.

현실감옥에서 벗어나 저마다 깊이, 뜨겁게 울고 싶은 곳을 찾듯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게 그곳은 사진작가로서 설치작업과 사진을 찍었던 사과밭이었다.
그 치유의 자리에서 끝으로 서구미술사와 15년째 사과 던지기 연작을 명화콜라보로 꾸며 보았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놓인 인간의 본성을 깊이 고뇌했던 고야와 초기 사진의 역사에서 중요한 스티글리츠와 알마 태디마, 드라크루아, 빈센트 반 고호 작업을 인용하였다. 이 작가들은 내게 많은 자극과 위로를 주었다. 이로써 사적이면서 공적인 역사 증언을 혼곤히 녹여내어, 사진예술의 확장까지 일구고자 했다.작가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