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체험한 것만을 적는다고 알려진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 1991년 프랑스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단순한 열정>은 그녀 특유의 지독하게 꼼꼼한 묘사와 분석을 동원해 기록한 '눈먼 불륜의 사랑'에 대한 보고서이다.
'단순'하기까지 한 '열정'에 사로잡힌 여자는 어떻게 되는가? 그녀는 오로지 그를 기다린다. 유부남이고 외국인인 그를. 그의 전화가 올까 일분 일초가 노심초사의 연속이 되고, 이전엔 좋아하지도 않았던 에디트 피아프 같은 가수의 대중가요를 듣다 눈물까지 흘린다.
써야 하는 원고, 아들들의 일, 만나야 할 친구도 그녀의 머릿 속에선 지워져버리고, 오직 그에 대한 생각만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 모습을 속속들이 기록한 것이다.
자, 그리고 이 책은 그 다음으로
<포옹>이라는 책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에르노가 <단순한 열정>을 쓰고 나서 만난 33세 연하의 애인 필립 빌랭의 <포옹>은 에르노와의 5년간의 열애를 기록한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포옹>이 정확히 <단순한 열정>의 방식대로, 그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여 씌어졌다는 점이다.
처음에 책이 있었고, 다음에 남녀의 새로운 사랑이 있었으며, 그 사랑의 결렬이 또 다른 책을 잉태해낸 것이다. 그 처음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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