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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에세이. "부부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아이들은 학교까지 때려치우고 서울을 떠나 6년째 고흥에 살고 있다"면,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부터 하게 될까. 대개는 아이들에게 무책임하다, 이상주의다, 현실을 모른다, 얼마나 가나 보자, 한마디로 '미쳤다'? 아니면 나와는 뭔가 다른 사람들인가 보다, 대단하다, 부럽다 정도 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겉으로는 상반된 듯 보이는 두 반응에는 실은 공통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는 통찰로 이 책의 첫 문단을 시작한다. 자본주의는 세계를 지배하는 정치경제 '체제'로서도 굳건하지만 '삶의 양식'으로서도 완전히 자리 잡았고, 사람들은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좀처럼 상상조차 해보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귀농'을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른바 생태적인 삶을 표방하며 점점 '가족'이나 '개인'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또렷한 어조로 말한다. 농민들의 삶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도시사람들에게 자주 화가 나지만, 도시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생태주의자들에게도 화가 날 때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종합인문교양지 「말과 활」에 2013년 여름부터 2015년 가을까지 '남쪽으로 튀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9편의 글을 몸통으로 하여 책을 엮으면서 '에필로그'를 덧붙인 이 책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저자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깊어지고 넓어지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한다. 도시의 삶이 잃어버린 질문을 되새겨주는 인문적 에세이이다.

프롤로그 : ‘다른’ 삶은 가능할까
‘귀농’도 ‘자발적 가난’도 아닌……
이 철부지들아
이 집은 먹는 거 하난 황제급이라니깐~
존경하다, 또는 다시 보다(re-spect)
내 인생 마지막 이사를 꿈꾸며
손이 전하는 말, 그리고 질문
돈, 돈? 돈!
밭에서 노동을 생각하다
꿈이 더 필요한 세상?
에필로그: 시골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만, 우리는 사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프랑스 68혁명 당시의 낙서다. 자본주의는 우리 모두의 가난과 비참과 소외와 불안과 굴종을 필요로 하지만, 실상 우리는 왕과 왕족들 없이도 현재를 잘 살 듯이 자본주의와 자본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이상’을 유쾌한 현실로 앞당겨 살아가기 위해 명인과 그 가족은 어느 날 ‘회사를 해고’하고, ‘학교를 해고’하고, ‘도시를 해고’하고, 남도 맨 끝자락으로 ‘생의 대전환’을 감행한다. ‘미처 봄이 오기도 전에’ 피어나버린 붉은 동백꽃들처럼, ‘우리의 24시간과 모든 공간을 지배하는 삶의 양식’으로 굳건한 자본주의의 일상을 거슬러 소유 너머에 있는 조화로움과 인류애를 배우기 위해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한다. ‘몸’을 다시 찾고, ‘소외되지 않은 노동과 자연’을 다시 찾고, ‘관계’를 다시 찾아보는 좌충우돌기. 이 책은 그런 신나는 삶의 여행기다. 우리 모두가 그립지만 함부로 발설하지 못하는 다른 삶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잊었던 ‘살림’의 재미와 용기를 되새기게 한다. 우리 모두가 명인의 가족처럼 훈육된 전문성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의 문 앞에 선 ‘초보자’들로 다시 태어날 때, 이 세계도 비로소 고통없는 해맑은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것 아니겠는가.
엄기호 (사회학자, 『단속사회』『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저자)
: 귀농이 아니다. 회사와 학교를 자신들이 해고하고 제 삶답게 살겠다고 시골로 내려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이들이 해고한 것이 학교와 회사만이 아니다. 도처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로, 고객과 노동자로 나뉘어진 관계도 해고했다. 일년 내내 '싱싱한' 먹을 거리가 넘쳐 흘러서 봄인지 겨울인지 구분도 못하는 시간을 해고했다. 맞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무릎을 치며 알게 된다. 이들이 해고한 것은 '자본주의'였다.

자본주의를 해고하다니, 너무 재밌다. 우리는 사실 자본주의로부터 해고 당하기만 하는 존재들이 아니었는가? 자본주의의 시간과 공간, 자본주의적 인간관계에 매여 있으면서 그걸 '자유'라고 알고 살다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해고당하는 게 우리들 아니었는가?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자본주의를 해고해버렸다. 자본주의의 시간과 관계, 그리고 노동과 몸을 해고했다.

이들은 제 시간을 찾고 제 몸을 찾고 제 노동을 찾고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는 인간의 '間'을 찾았다. 자본주의적 '間'을 버릭 제 '間'을 찾은 것이다. 시간과의, 지리와의, 이웃과의, 자기 자신의 몸과의 '사이'를 되찾아 세계를 돌려받았다. 제 철에 무엇을 먹고, 무엇을 캐고, 그걸 누구에게 어떻게 거저 배웠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기쁨을 돌려주었는지에 대한 경이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4월 6일자 '출판 새책'

최근작 :<문화과학 112호 - 2022.겨울>,<회사를 해고하다>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

삼인   
최근작 :<반려 명상>,<BTS, 인문학 향연>,<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등 총 288종
대표분야 :한국시 30위 (브랜드 지수 22,85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