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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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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윤대녕이 <눈의 여행자> 이후 2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섬세한 문체와 치밀한 서사, 신화적 상상력이 결합되었다. 윤대녕 소설의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작중인물의 과거를 재구성하는 데 골몰하는데, 그 인물들이란 현재 한국사회의 중추를 담당하는 386세대다.
소설은 1962년생 81학번의 한 사내가 고통스럽게 관통해 온 지난 이십여 년의 삶에 대한 자기고백과 성찰의 보고서인 동시에, 마흔이 넘은 사내와 아홉 살 연하의 여자의 연애담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당한 영빈과 동화책에 삽화를 그리는 해연이 주인공이다. 참혹했던 성수대교 붕괴현장에서 처음 만난 '나'와 해연. 사고 이후, 9년 만에 이웃주민으로 재회해 친구가 된 두 사람은 붕괴된 가족으로 인해 철저히 고립되어 있다. 동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 히데코 역시 이들과 묘하게 닮아 스스로 만든 상처 속에 갇혀 살아간다. 어느 날 영빈은 최초의 인간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제주도로 떠난다. 그가 제주도로 간 까닭은 자기 내면에서 자라고 있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 '호랑이'란 프락치로 몰렸던 형의 자살 이후, 내면에 키워왔던 삶에 대한 불안과 공포다. 제주도에서 영빈은 낚시에 집착하고, 서울에 남겨진 해연은 폭식으로 고독에 대한 허기를 채운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 90년대 초 등단하면서 존재의 시원이란 이색적인 문제의식을 선보여 주목받았던 윤대녕이 느닷없이 386세대의 과거를 들고 나온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90년대의 그가 혼란스러운 시대 상호아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기보다 거꾸로 인간 존재의 근원을 화두로 삼아 자기정체성을 확립하려 했다면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의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폭력의 실체를 밝히고 죽은 자들의 용서를 구함으로써 온전한 의미의 화해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졌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등단 초기의 그가 현실보다 현실 저편의 이상이나 환영의 세계에 매력을 느꼈었다면, 지금은 현실에 뿌리를 내린 채 환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유연한 사고와 서사전략이 작가의 연륜이자 윤대녕 소설의 독특한 리얼리티 미학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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