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 재미로 하는 연구가 종종 필요로 하는 연구를 능가한다. 의과대학 교수가 취미로 시작한 거미 관찰이 끝내 거미줄로 트럭을 끌고 바이올린 현을 만들어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2장」을 연주해 세계를 감동시키는 데까지 이른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하지 않는가? 과학자에게 쓸데없는 연구를 허하라!
정재승 (물리학자,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학과장,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저자) : 오래된 집 처마 끝이나 앙상한 나뭇가지에 거미줄을 치고 살아가는 거미들을 보면, 도대체 이 녀석들은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살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늘면서도 질긴 거미줄에 매달려 보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거미줄로 트럭을 끌어 보려 시도했던 방송국도 있었다. 지난 100년간, 거미줄을 공학적으로 이용하려는 엔지니어들도 숱하게 등장했다.
그런데 여기 거미줄을 다발로 묶어 바이올린 현으로 만들어 연주를 하려는 과학자가 있다. 거미줄에 대한 물리학적 연구와 공학적 응용, 그리고 바이올린 음향에 대한 연구와 심지어 연주 레슨까지. 무엇보다 이 둘의 행복한 결합! 흥미롭게도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얻게 된 과학적 성과물을 세계적인 물리학 저널에 투고해 심사위원들과 100일 동안 논쟁하고, 결국 저널에 논문을 싣게 된다.
집요하다 못해 이상하게까지 보이는 한 과학자의 눈물겨운 거미줄 탐구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담담하게 써 내려갔지만, 우리는 이 책에서 자연에 대한 깊은 탐구 정신과 포기할 줄 모르는 불굴의 공학 정신에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 과학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