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동안 가난한 사람과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싸웠던 엘리너 루스벨트의 일생을 담은 그림동화책이다. 네 번에 걸쳐 대통령에 당선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에 만족하지 않고 여성 단체, 청년 운동, 소비자 단체에 관여해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너 루스벨트의 삶을 만날 수 있다.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 엘리너
"엘리너는 어둠을 저주하기보다는 촛불을 켜는 사람이었어요."-라이 스티븐슨
미국의 영부인으로, 두려움을 모르는 인권 옹호자로,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사회 운동가로 평생을 산 엘리너 루스벨트의 어린 시절을 담은 그림책이다.
엘리너는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못생긴 외모 때문에 어머니한테 구박덩어리가 되었다. 어머니는 심지어 손님에게 "난 쟤를 '할머니'라고 부른답니다. 우스꽝스럽고 촌스럽게 생겼거든요." 하고 말할
정도로 엘리너를 예뻐하지 않았다. 게다가 엘리너를 무척 사랑해 주던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제멋대로 사는 습관 때문에 가족과 함께 살 수 없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집안에서 혼자가 된 엘리너는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고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아이로 자랐다. 그나마도 어머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나서 더욱 철저히 혼자가 된 엘리너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노력하지만, 사촌들과도,
또래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애정 결핍으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엘리너는 앨런스 우드 기숙 학교에 들어가 수베스트르 교장 선생님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일찍이 유모에게 배웠던 프랑스 어로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인정받았고, 수베스트르 여사의 관심과 격려로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친구도 여럿 사귀고, 칭찬받고 사랑받는 생활을 하게 된 엘리너는 그 곳에서 최고로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엘리너가 혼자 힘으로 생각하고 의문을 던질 수 있도록, 자기 인생과 다른 사람들의 삶에 열성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 수베스트르 여사와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엘리너는 침착하고, 자신만만하고,
용감하고 성실하며 진실한 사람으로 변한다.
일찍 돌아가셨지만 엘리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었던 아버지와 엘리너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었던 수베스트르 여사는 엘리너가 훗날에 그토록 훌륭한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인생의 등불이 되어 준 것이다.
사랑과 관심과 격려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 준다.
힘들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은 평생 엘리너가 소외받고 가난하고, 권리 없는 사람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싸우고 권리를 찾아 주는 일을 하는 데에 원동력이 되었고,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그 상황을 저주하거나
피하지 않고 참고 이겨 내어 세상의 불을 밝히는 인물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어린 엘리너의 아픔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준 스승과 아버지의 힘, 그래서 오늘날 미국 사람들이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기억하는 엘리너 루스벨트가 된 그녀의 인생 자체가 깊은
감동을 준다.
그림책의 거장 바버러 쿠니의 인물 이야기
두 번의 칼데콧 상, 100권 남짓한 그림책을 써 낸 작가. 늘 바버러 쿠니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이다. 그런 바버러 쿠니의 그림책답게 글과 그림이 짜임새 있게 잘 구성되어 있는데다 글보다 그림 속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객관적이고 담담한 이야기 흐름에서도 엘리너의 아픔과 외로움, 희망이 가슴 깊이 전해지는 그림책이다.
엘리너는 어렸을 때 경험 때문에 높은 곳에 가면 무서움증을 느끼지만 사랑하는 아버지와 함께 있기 위해 높은 마차를 타며 무서움증을 참는다. 친척들에게 겁쟁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물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런 장면에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어린아이의 순수한지만 절박한 욕구를 느낄 수 있다.
어머니가 두 동생을 양 옆에 끼고 책을 읽어 주고 있는 것을 멀찌감치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 어머니와 손님이 계시는 응접실로 들어서지 못하고 문 밖에 주춤 서 있는 모습에서는 엘리너의 깊은 외로움이
묻어난다.
그리고 여전히 꼬마처럼 짤뚱한 원피스를 입고 파티에 가서 동갑인 사촌이 숙녀처럼 긴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엘리너가 느꼈을 비참한 심정 또한 그림을 통해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림책 작가의 거장 바버러 쿠니는 《엘리너 루스벨트》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3년 동안 엘리너 루스벨트의 어린 시절을 조사했다. 엘리너가 종종 방문했던 사가모어 힐, 허드슨 강가에 있는 홀 할머니의 여름
별장인 오크 테라스를 찾아가 취재하는 것은 물론, 엘리너 루스벨트의 자전적인 글과 편지, 가족 사진, 중요한 기사 같은 온갖 자료들을 찾기 위해 하이드파크 루스벨트 도서관을 뒤졌다. 그 덕분에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대화와 장면들을 사실에 근거해 상세하게 되살려 낼 수 있었다.
바버러 쿠니의 조사와 노력, 그리고 짧을 글과 풍부한 그림 속에서 나타나는 작가의 역량이 실존 인물 엘리너의 외로움과 아픔, 소외감, 그리고 희망을 읽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소설 같은 재미와
가슴을 울리는 깊은 감동을 전해 주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