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세계문학 66권. 20세기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도미니카 태생 영국 작가 진 리스의 작품으로, 어두운 심연에서의 항해 끝에 희미한 한줄기 희망을 마주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광막한 싸르가소해> <한밤이여, 안녕>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진 진 리스 자신이 "가장 자전적"이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 나아가 "최고작"으로 꼽은 장편소설이다.
영국령 도미니카(현 도미니카연방)에서 태어나 열여섯살에 가족을 떠나 영국으로 건너온 진 리스는 독특한 억양과 이국적 외모로 학교와 사회에서 소외당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경제적 지원마저 끊기자 코러스걸, 마네킹, 누드모델 등의 일을 하며 영국 각지를 떠돌았다.
그러다 만난 한 부유하고 나이 많은 영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게 버림받고, 불법 낙태수술을 받다가 죽을 고비까지 넘겼다. 1914년 약 열흘간 검은 표지의 노트 네권에 열정적으로 써내려갔던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까지의 이 자전적 이야기는 20년 뒤에 <어둠속의 항해>로 탄생했다.
가난한, 젊은, 여성, 더구나 식민지 출신의 이방인이라는 사중의 억압이 작용하는 냉혹한 세계에서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단지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도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야 했던 진 리스가 자신의 언어로 신랄하고 고통스럽게 토해낸 이 기록은, 개인사를 넘어 강력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수많은 여자들이 처해온 수난사이자 제국주의에 의해 박탈되어온 식민지 사람들의 목소리로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새롭게 읽히며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작품해설 / 무성한 열대와 잿빛 영국을 항해하는 젊은 여인의 초상
작가연보
발간사
역자후기
작품 속 이야기가 끝난 지 얼마 안되는 시점인 1914년 벽두에 리스가 열흘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이 작품의 초고가 될 글을 열정적으로 써내려갔다는 일화가 시사하듯이, 이 작품은 요컨대 그가 물 밖으로 나와 자유로운 발설을 시도한 구체적인 성과이다. 수월하고 자신 있게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발설의 힘겨움 자체를 정확히 응시하고 적시함으로써, 나아가 이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리스는 자유로운 발설의 경지를 적극 성취한 것이다. 자기 존재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두 세계와 젊은 시절의 가장 큰 좌절 경험을 제대로 발설하게 한 계기이며 그것을 향한 힘겨운 여정의 기록이자 성과로서 『어둠속의 항해』는 그의 “최고작”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