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푸르트벵글러(1886~1954)는 베를린 필을 세계 최고의 악단으로 육성한 일등공신이며 20세기 독일계 지휘자의 아이콘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에 협력했다는 의혹을 받아 한동안 지휘를 금지당하기도 했지만 자의에 의한 협조는 아닌 것으로 밝혀져 베를린 필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 필름은 푸르트벵글러보다 27세나 연하였던 두 번째 아내 엘리자베트의 인터뷰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푸르트벵글러 서거 50주년을 기념하여 이 다큐가 제작된 2004년 현재 90세가 넘었지만 놀랍도록 건강한 엘리자베트는 푸르트벵글러와의 만남과 결혼, 죽음을 명료하게 회상해낸다. 네 아이를 둔 전쟁미망인이었던 29세의 엘리자베트는 어떻게 아버지뻘 나이의 푸르트벵글러와 사랑에 빠졌을까? 게다가 첫 아내와 이별한 것은 물론 다른 여인들과의 사이에 여러 사생아까지 둔 이 남자와 말이다. 음악적으로는 위대한 지휘자이기에 앞서 보수적 악풍을 견지한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 독특한 필름이기도 하다. 보너스로 무려 318분에 달하는 푸르트벵글러의 인터뷰와 리허설 자료가 MP3포맷으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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