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누가 뭐래도 그건 명백한 죄악이었다. 그런데도 그 죄악은 삼십 년 동안 여태 단 한 번도 고발되어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가 그건 엄두도 안 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군 지휘관이나 경찰 간부가 아직도 권력 주변에 머문 채 떨어져 나가지 않았으리라고 섬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들고 나왔다 간 빨갱이로 몰릴 것이 두려웠다. (85쪽)
이 중편쯤 되는 소설은 제주 학살의 사건을 세상에 고발한 소설이라 한다. +더보기 |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은 4.3사건이라는 인생의 한 점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헤집고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쉬쉬하는 동안 누구는 자신을 해치고, 누구는 가슴앓이를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DNA는 시대와 세대를 넘어 계속 나아간다.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