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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단 하나의 텍스트만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열하일기>를 들 것이다. 또 동서고금의 여행기 가운데 오직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또한 <열하일기>를 들 것이다. <열하일기>는 이국적 풍물과 기이한 체럼을 지리하게 나열하는 흔해 빠진 여행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뜨거운 '접속'의 과정이고, 침묵하고 있던 '말과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굴'의 현장이며, 예기치 않은 담론들이 범람하는 '생성'의 장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열하일기>를 통해 아주 낯설고 새로운 여행의 배치를 만나게 된다.(고미숙, 북드라망판 <열하일기> 옮긴이)
역사를 움직여 나가는 활동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 이 인간들이 무엇을 사고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관찰하고 이를 묘사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전망하려는 주제와 마주 닿아 있다. 최고 통치자 황제에서 종교 지도자, 고위 관료, 정치적 실세, 지식인, 하급 관료, 서민 대중, 하천인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인간들의 행동 양태가 그려져 있는데, 이들의 호흡을 통해 청조 통치의 현실, 민정의 향배 등을 드러냈다 특히 하층 민중들에 대한 경쾌한 묘사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주는바, 이 역시 연암의 의도된 창작 수법이다. 인물 형상의 창조에서 그 누구보다 돋보이는 인물은 바로 작가 연암이다. 사상가, 학자, 지식인으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한 자연인으로서 때로 경쾌 발랄하기도 하고, 진솔하고 구김살 없는 모습의 매력적 캐릭터로 자신을 창조하였다. 기실 <열하일기>는 위대한 주인공 연암이 끌어 나가는 한 편의 서사극인 셈이다.(김혈조, 돌베개판 <열하일기>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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