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노동자문학회’를 중심으로 한국에서의 노동자 글쓰기의 문학사를 거칠게나마 조망해보려는 시도. 텍스트에 흔적으로 새겨진 수많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아래로부터의 문학사’를 구축한다. ‘구로노동자문학회’를 중심에 두면서도, 이를 예외적 사건으로 보기보다는 문학사적인 연속성 속에서 조망하고자 하는 셈이다.
‘일하다 다치고 병든 이들의 삶과 노동’을 이야기해온 기록노동자 희정이 이번엔 죽음과 애도를 둘러싼 노동의 세계에 노동자로, 기록자로 선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염습실에서 직접 고인을 마주하고, 의전관리사, 시신 복원사, 화장기사, 수의 제작자, 묘지 관리자, 상여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 각 분야 장례업 노동자들을 인터뷰하여 점차 산업화되어가는 장례 문화와 다변화된 가족 구성을 포괄하지 못하는 장례 제도를 경유해 이 시대의 죽음과 애도 문제를 탐구한다.
하반신 마비 장애로 걷지 못하는 소년이 입원 중인 병원에서 또래 소녀와 교감하며 삶의 의미를 깨닫는 이야기. 두 아이가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 애틋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독서의 몰입도를 높이며, 슬픔 속에서도 살아갈 의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아름다운 메시지가 강한 호소력을 띤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붓 터치가 돋보이는 화가 노인경의 수채화는 풍성한 서사와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에게 더욱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북미 장애정의운동을 일궈온 주요 활동가 중 한 사람이자 장애정의 공연 집단 신스인발리드 소속 공연예술가인 리아 락슈미 피엡즈나-사마라신하가 본격적으로 장애정의를 소개하는 책. 계급/젠더/섹슈얼리티/장애/인종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어떤 운동, 어떤 돌봄을 실천할 수 있을까? 장애정의에 기반한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누구도 뒤에 남겨지지 않는 해방 공동체란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도록 이끈다.
다석(多夕) 류영모(柳永模, 1890~1981)는 동서고금에 능통했던 석학이자 평생 진리를 좇은 우리나라의 큰 사상가로 우리말로 철학을 한 최초의 사상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성서 신학자인 정양모 신부가 지난 20년 동안 일지 속에 들어 있는 한글 시조에 초점을 맞추어 주해한 것으로, 그동안 암호문처럼 난해하기로 유명한 류영모의 유일한 저서에 대해 온전히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