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1일 :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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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이 소설, 많관부(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국문학을 읽는 독자들이 봄이면 손에 쥐는 앤솔러지,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작품을 수록한 이서수 작가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젊은 근희의 행진>이라는 사랑스러운 소설이 표제작(한 소설집의 대표소설이라고 칭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스스로의 아름다운 몸에 쏟아지는 인터넷 친구들의 관심을 산뜻하게 받아들이는 근희를 도저히 문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관종' 동생 근희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을 보며 동생에게 쏟아지는 악플을 읽어보는 언니 문희. 너의 행진과 나의 행진이 명백히 다를 것을 알면서도 근희의 방송창에 댓글을 다는 문희의 모습이 오래 떠오를 것 같습니다. + 더 보기

28쪽 : 침해하지 말라고. 이게 어렵나?
각자 그 자리에서 독립적으로. 이게 어렵나?
머리 차일 일 없이. 네가 먹는 반찬 내가 알 일도 없이. 이게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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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알라딘 : 2021년 5월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첫 작품으로 독자를 만나는 한이솔, 박민혁, 조서월, 최이아,허달립 다섯 작가께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독자를 만나고 싶은지, 출간 계획 및 지향점 등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두 회차에 걸쳐 소개될 예정입니다.

한이솔 : 나는 당신이,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땐 글을 쓰며, 글만이 싹 틔울 수 있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문학은 패배할 수 없지만, 무정하도록 빠르고 번잡한 일상에서마저 읽히려면 그럴 이유를 갖춰야겠지요. 읽고 싶은 글은 읽힐 수밖에 없고, 정보를 원해서가 아니라 내용이 궁금해 읽고 싶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나의 글이 갖추길 바래봅니다. 그래서 우연히 서로를 알아본 나의 독자들이 비밀스러운 환희를 나누며 동질감을 느낄, 그런 작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최후의 심판> 분량의 중편소설 여러 편을 쓰고 있습니다. 일부 소개하면, 지구에 갑자기 떠오른 정체불명의 물체 / 정부의 은밀한 생명공학 프로젝트 / 고양이에게 숨겨진 우주적 진실 / 정보와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우주 등과 관련한 이야기예요. 가만 보면 대체로 내가 사랑하는 ‘세계의 비밀과 그 폭로’라는 주제를 공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벗어나야 할 기벽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론 내가 좇는 경이의 본질을 해부하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나를 사로잡았던 글은 가슴을 뛰게 하고, 그 세계의 여운이 잠시나마 일상을 일렁이게 하는 힘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나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그런 순간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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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딸에 대하여>부터 <경청>까지, 첨예한 도덕적 딜레마에 처한 사람들의 상황의 일면을 보여줌으로써 깊은 한숨을 쉬게 하는 작가, 김혜진의 짧은 소설을 읽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가능성을 품은 채 그대로 둘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들을 쓰면서 배웠다."(8쪽)는 작가의 말처럼, 김혜진의 소설을 따라 읽던 독자인 제게도 좋아하는 소설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어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작은 갈등과 각자의 사정이 와글와글 일어나고 또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말을 해야 알지. 말 안하면 어떻게 알아?"(128쪽)라고 퉁박을 주면서도 '꺼내지 않았던 수많은 말들'이 있기에 우리의 관계가 이어지기도 한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소설이 끝난 자리에서 이 인물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며, 말하지 않음에 대해 말하는 소설가의 귀함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말로 전해지지 않아 귀한 마음들을 닮은 극락조 잎사귀도 다시 푸르게 자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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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MBTI 테마소설집에 참여해 주십사 작가님들께 드리는 원고 청탁 메일에 이 문장을 빠짐없이 덧붙였습니다. “MBTI에 관심이 없으실 수도, MBTI가 문학의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16가지 유형으로 누군가를 편리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게으른 심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파심에도 불구하고 MBTI는 왜 이렇게 재밌는 걸까요……. 메일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저는 MBTI가 공감하기 어려운 불가해한 영역, 나 혹은 타인의 마음의 작동 방식을 상상해 보고자 애쓸 때 좋은 도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거창한 문장은 1권에 실린 이서수 작가님의 〈알고 싶은 마음〉에서 간명한 대사로 독자에게 도착합니다. “그래도 난 MBTI가 좋아. 누군가를 알고 싶은 마음이라니 기특하고 귀엽잖아.”

귀엽다! 표지 시안을 받을 때마다 편집부 모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표지는 위드텍스트 이지선 디자이너님께서 MBTI 해설가에게 들은 각 유형별 비유되는 동물들로 채워주셨는데요. 소설을 모두 읽고 돌아와 다시 표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각기 다른 동물들의 표정이 때론 더 귀엽게, 때론 오히려 서늘하게 읽히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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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문학상이 소개한 작가들

2022년 「루나」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을 수상한 서윤빈 작가의 첫 소설집과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 작가의 첫 연작소설을 함께 놓아보았습니다. 부러진 마음에게 부러진 채로 머물러도 된다고 말하는 두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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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