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는 황금가지 환상문학전집 시리즈로 출간되었던 책이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시녀'라는 단어가 주는 생경함 때문에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등장할 법한 옛날 동화 속 분홍빛 이야기인가 했다.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시녀는 지독히도 억압받고 학대받는 여성 중 한 명이었고, 소설의 주 무대인 길리어드라는 나라는 미래 사회인 동시에 철저한 계급사회였다. 마침 이 소설의 표지를 새로 디자인하기로 했을 즈음, SF로 분류된 이 소설이 마치 우리가 지금 겪는 현실인 듯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일터에서 책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이 사회는 자녀를 키우는 여성에게도 출산하지 않는 여성에게도 육아를 하며 일을 하는 여성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시녀 이야기> 속 국가는 여성을 출산 유불리에 따라 여러 계급으로 분리하고 각기 다른 색의 옷을 입혀 그 차이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시녀는 빨간색 옷을, 시녀가 낳은 아이를 본인이 낳은 것처럼 위장하고 남편의 옆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아내는 파란색 옷을, 불임이거나 나이가 들어 아이를 낳지 못하기에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는 녹색 옷을, 시녀들을 감시하고 교육시키는 일을 하는 아주머니는 갈색 옷으로 분류를 하고 철저히 그 역할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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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는 황금가지 환상문학전집 시리즈로 출간되었던 책이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시녀'라는 단어가 주는 생경함 때문에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등장할 법한 옛날 동화 속 분홍빛 이야기인가 했다.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시녀는 지독히도 억압받고 학대받는 여성 중 한 명이었고, 소설의 주 무대인 길리어드라는 나라는 미래 사회인 동시에 철저한 계급사회였다. 마침 이 소설의 표지를 새로 디자인하기로 했을 즈음, SF로 분류된 이 소설이 마치 우리가 지금 겪는 현실인 듯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일터에서 책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이 사회는 자녀를 키우는 여성에게도 출산하지 않는 여성에게도 육아를 하며 일을 하는 여성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시녀 이야기> 속 국가는 여성을 출산 유불리에 따라 여러 계급으로 분리하고 각기 다른 색의 옷을 입혀 그 차이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시녀는 빨간색 옷을, 시녀가 낳은 아이를 본인이 낳은 것처럼 위장하고 남편의 옆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아내는 파란색 옷을, 불임이거나 나이가 들어 아이를 낳지 못하기에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는 녹색 옷을, 시녀들을 감시하고 교육시키는 일을 하는 아주머니는 갈색 옷으로 분류를 하고 철저히 그 역할을 나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의 의미를 짚어 주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지난번 『이갈리아의 딸들』 특별판 때 협업했던 박혜림 작가와 함께 했다. 아울러 <이갈리아의 딸들> 특별판에 이어 이 책을 구입할 독자 분들의 만족도를 생각하며 판형이나 제책 방식을 통일했다.
표지 전면에는 주인공인 시녀가 압도적으로 보여야 했다. 하지만 그 시녀는 이름도 생김새도 중요치 않기에 복사해 붙여놓은 병정들처럼 생기도 표정도 없다. 무척 흥미진진하면서도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이 소설을 표현하기 위해 이야기 속 요소들을 수수께끼처럼 숨겨놓으면 좋을 것 같았다. 언뜻 보면 아름답기만 한 꽃 프레임에는 자궁 모양의 꽃, 떨어지는 핏방울, 구두, 흰 자루를 뒤집어 쓴 얼굴, 출산 차, 목매는 밧줄, 하버드 대학교의 담벼락 등이 녹아들어 있다. 이 부분들이 잘 표현될 수 있게 종이는 발색이 좋은 인사이즈 모딜리아니를 사용했다.
<시녀 이야기>의 표지에는 <이갈리아의 딸들>처럼 최소한의 서지사항을 제외하고는 이미지만이 담겨 있다. 원제 폰트와 면지에 디자인의 주요 컨셉 중 하나인 각 계급별 의상 색상을 살렸고, 보통 양장에 쓰는 가름끈보다 더 두꺼운 빨간 가름끈을 써서 서늘한 생명끈 같은 인상을 주고 싶었다. 실제로 독자가 책을 다 읽은 후 표지를 보았을 때, 내용이 영상 속 이미지처럼 흩어지며 첫 느낌과 또 다르게 어딘가 처연하고 슬프게 보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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