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기원전 6세기 이후부터 그리스의 교과서가 되어, 음송자들에 의해 전 그리스에 유포되고 지식인들에 의해 암기됨으로써 그리스의 언어, 문학 및 조형미술, 나아가 그리스인들의 자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그리스 문화의 시원이 되었다. 그 이유는 아무도 그것을 노래하지 않는 어둠에 싸인 먼 역사의 첫새벽에 인간으로서 겪는 모험과 인간이라고 불리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인간적 삶의 본질을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노래했기 때문이다.
고전은 다른 작품을 이해하기 쉽게 해준다.
"고전들 중에서도 시대적으로 맨 앞에 놓인 것이 희랍과 로마의 작품들이다. 현재 세계 문화의 주류 행세를 하는 유럽 문화는 이 희랍과 로마에 뿌리를 두고, 그 시대의 작품들을 모범으로 삼아 왔다. 그러니 서양의 고전들을 이해하자면 '고전 중의 고전'인 희랍과 로마의 작품들을 피해 갈 길이 없고, 반대로 고전적 고대(classical antiquity)의 작품들을 잘 알고 있으면 그 이후의 고전적 작품들을 이해하기가 아주 쉬워진다."

고전은 의사소통을 위한 공통의 기반이 되어 준다.
"자신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른 이에게 이해시키려면, 상대방도 알고 있는 사례를 예로 들어야 하는데, 고전이 그런 예들의 창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야기를 풀어 가는 기법을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야 할 때, 지적인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일리아스> , <오뒷세이아> 의 한 토막을 인용하는 식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단 표준적인 목록, 즉 고전을 읽고 그것을 인용해야 한다."

고전은 글쓰기, 글 짜기, 이야기 만들기의 모범 역할을 한다.
"오늘날 대작 영화에 쓰이는 기법들은 이미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에 다 나와 있다. 앞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장면마다 제 나름의 기능이 있고, 군더더기라고 할 것은 거의 없다. 얼핏 보기에 문제점인 듯한 특징들도 다 이유가 있다. 주제 자체도 그렇거니와 이야기를 짜 나가는 방식 자체가 후대에 본이 되고 있다. 그러니 이야기를 다룰 사람들은 이런 고전들을 눈여겨 볼 일이다."

파리스의 판정(1632) 페테르 폴 루벤스_ 세 여신이 파리스를 찾아가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판정을 받고 있다. 황금 사과를 든 파리스에 가까운 쪽부터, 공작을 데리고 있는 헤라, 머리에 관을 쓰고 에로스를 동반한 아프로디테, 그리고 관객 쪽으로 정면을 향하고 있는 아테네가 보인다(정숙한 처녀신으로서는 대담한 자세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림 속에서는 판정자에게 뒤와 옆모습을 보여 주는 자세이니 반드시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아테네 곁에는 벗어 놓은 무장과 나무 위의 올빼미도 보인다. 멀리 구름 위로는 불화의 여신인 듯한 희미한 모습이 그려져 있고, 파리스의 뒤에는 날개 모자를 쓴 헤르메스가 전령의 지팡이를 들고서 지켜보고 있다.

헬레네 납치(18세기 후반) 조반니 스카이아로_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주겠다고 제안해서 황금 사과를 차지한다. 파리스가 그녀의 도움을 받아,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납치한 사건이 트로이아 전쟁의 시발점이다. 『일리아스』 내에서 헬레네는 납치된 것인지 가출한 것인지 불분명하게 다뤄지고 있다. 헬레네가 자기 행동을 거듭 비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출 쪽이 옳은 듯도 한데, 희랍군은 대체로 그녀가 납치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 그림에서도 여자의 태도는 모호하게 표현되었다. 동작은 저항하는 듯한데 눈길은 먼 바다로 향하고 있어서, 욕망과 도덕적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듯 보인다.

발각되는 아킬레우스(1664) 얀 데 브라이_ 여신 테티스는 아들 아킬레우스가 전쟁에 나가면 죽을 것을 알고 여자 옷을 입혀 스퀴로스 섬 뤼코메데스 왕의 궁정에 숨겨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뒷세우스가 방물장수로 변장하고 찾아와 그를 찾아내고 만다. 다른 여자들이 화장품과 옷감, 장신구를 살펴보는 와중에 아킬레우스는 본성을 속이지 못하고 칼을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림 오른쪽에 여자 옷을 입은 채 칼을 든 아킬레우스가 보이고, 사내들은 그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림 중앙의 여성은 아킬레우스가 쓸데없는 행동을 해서 신분이 발각된 것을 질책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피게네이아의 희생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1696~1770)_ 트로이아를 정벌하기 위해 희랍군이 아울리스에 모이지만, 역풍이 불어 배를 띄울 수가 없다. 예언자 칼카스는 아르테미스 여신이 분노한 탓이라고 밝힌다. 그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으로 바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아르테미스 여신이 사슴을 대신 갖다 두고 이피게네이아를 빼돌려 자신의 여사제로 삼는다. 그림 중앙 오른쪽에 창백하게 그려진 이피게네이아가 있고, 주변에는 쓰러져 우는 여인들이 보인다. 중앙 위쪽에는 아르테미스가 사슴을 데리고 다가오고 있다. 칼로 이피게네이아의 목을 치려다가 그쪽으로 돌아보는 인물은, 흔히 전하는 이야기대로라면 아가멤논이어야 할 텐데, 너무 늙은 인물로 그려져서 예언자 칼카스나 네스토르라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남성들은 다소 무심한 태도여서, 남성 전사들의 전쟁에 대한 열망과, 그 희생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하는 듯도 보인다.

아킬레우스의 분노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_ 아가멤논이 브리세이스를 빼앗아 가겠다고 하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을 쳐 죽일까 생각하며 칼을 반쯤 뽑는다. 그때 아테네 여신이 나타나 뒤에서 아킬레우스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막는다. 그림 내용은 대체로 『일리아스』의 내용과 일치하지만, 그림 테두리에 석조 건축물을 그려 넣은 것은 화가의 선택이다. 작품 속에서는 회의가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고, 영웅들의 막사도 비교적 소박한 목조 건물인 것처럼 되어 있다. 화가는 이 사건이 왕들 사이에 벌어진 것인 만큼, 제왕적인 프레임을 사용하는 게 옳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브리세이스를 데려감 폼페이 벽화(서기 79년 이전)_ 아가멤논은 회의에서 공언했던 대로 전령들을 보내 브리세이스를 데려간다. 아킬레우스는 그것을 막지 않는다. 아킬레우스를 좋아하던 브리세이스는 마지못해 끌려간다. 그림 중앙에는 약간 왼쪽으로 향한 자세로 당당하게 그려진 아킬레우스가 있고, 오른쪽에는 아쉬운 듯 뒤를 돌아보며 끌려 가는 브리세이스가 보인다. 아킬레우스의 표정은 상처 받은 자존심보다는 영웅 본래의 고귀함이 드러나게 표현되었다.

제우스에게 탄원하는 테티스(1811) 장 오귀스트 앵그르_ 테티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아들의 원한을 풀어달라고 청한다. 전형적인 희랍의 탄원 자세대로 테티스는 제우스의 무릎과 턱을 잡았다. 날씨의 신인 제우스는 제왕의 자세로 구름에 기대어 앉아 있고, 곁에는 그의 상징인 독수리가 있다. 왼쪽 위에는 헤라가 이 두 신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파리스와 헬레네(1788) 자크 루이 다비드_ 이 그림에는 두 사람이 매우 다정하게 그려졌지만, 작품 안에서는 이들이 다투는 장면이 더 부각된다. 화가는 남성의 나체를 아름답게 여겼던 희랍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파리스를 나체로 그렸다. 그가 머리에 쓰고 있는 프뤼기아 모자는 동방의 상징이다. 헥토르가 찾아갔을 때 파리스는 무구를 다듬고 있었는데, 이 그림에서는 그의 평소 취향을 반영하듯 뤼라를 들고 있는 것으로 그려 놓았다.

헥토르 가족의 만남(1912) 프란츠 슈타센_ 전장으로 복귀하던 헥토르는 성문 앞에서 아내와 마주친다. 아내는 남편이 걱정되어 성벽 위에 가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헥토르는 아내를 위로하고는, 아이를 안아주려 한다. 하지만 아이는 아버지의 투구 술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겁먹어 울음을 터뜨린다. 아버지가 투구를 벗어 놓자 그제야 아버지를 알아보고 품에 안긴다. 배가 볼록하게 그려진 아기가 아빠에게 손을 내밀고 있고, 아내는 건장한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아기를 흐믓한 눈길로 올려보고 있다. 아름답고도 가슴 아픈 광경이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대결 기원전 490년경 앗티케 도기 그림_ 대결 장면을 그릴 때, 이기는 사람은 왼쪽에, 지는 사람은 오른쪽에 그리는 관례에 따라, 왼쪽에서 아킬레우스가 전진하고 있으며 오른쪽의 헥토르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창을 들고 싸우는 것으로 그려졌는데 『일리아스』 22권의 묘사는 다르다. 작품 속에서는 아킬레우스는 창을 들고 싸우는 반면에, 헥토르는 창이 빗나가서 칼을 들고 대항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작품에서는 이 두 사람이 모두 신이 만든 무장을 입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림에서는 남성의 나체를 보여 주기 위해 모두 맨 몸으로 그려졌다.

헥토르의 시신을 끌고 가는 아킬레우스(1890) 프란츠 마취_ 희랍 북서부 코르푸 섬의 아킬레이온 궁(19세기 말 조성) 프레스코. 아킬레우스는 죽은 헥토르의 발목을 가죽끈으로 꿰어 마차에 묶어 끌고 자기 진영으로 돌아간다.

헥토르의 죽음을 슬퍼하는 안드로마케(1844) 보나벤투라 제넬리_ 아킬레우스는 자기 친우를 죽인 헥토르에게 앙심을 품고서, 날마다 그의 시체를 마차에 묶어 끌고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을 돌았지만, 신들의 보호로 그 시신은 훼손되지 않았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아들의 시신을 구해 오자 여인들이 모두 모여 애곡한다. 이 그림에서도 그의 시신은 별다른 흠 없이 잘 보존되어 있다. 헥토르의 머리맡에 있는 여인은 안드로마케로 보이며, 그림 오른쪽 끝에 회한에 잠긴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여인은 헬레네로 보인다. 영웅의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헥토르의 상체를 좀 과장해 놓았다.

아킬레우스에게 나타난 파트로클로스의 혼령 자크 가믈랭(1738~1803)_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슬퍼하며 장례를 지체하자, 그의 꿈속에 파트로클로스의 혼령이 나타나서 얼른 장례를 치뤄달라고 요구한다.

아킬레우스의 죽음 칼키스 암포라(기원전 540년경)_ 현재는 어디에 있는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자료로서, 모사화만 전해진다.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와 등에 화살을 맞고 쓰러져 있으며, 글라우코스가 그의 발목을 묶어 끌어가려다가 아이아스의 창에 쓰러지고 있다. 파리스는 활을 당기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왼쪽 끝에는 아이기스를 두른 아테네 여신이 지켜보고 있다.

트로이아의 목마 15세기 도서 삽화_ 전쟁 마지막에 희랍군은 목마 작전을 고안하여 트로이아를 함락한다. 이 그림에는 여러 시간대가 동시에 그려져 있다. 그림 앞쪽에, 희랍 영웅들이 사다리를 놓고 목마 안으로 막 들어간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지만, 그 목마는 이미 부서진 성벽 안에 있어서 트로이아인들이 그것을 이미 성 안으로 끌어들였음을 보여 준다. 한편 그 뒤에는 성 안으로 진격하는 희랍군이 보이고, 성 안 여기저기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집들이 불타고 있다. 성의 모습은 화가가 살던 시대의 모습대로 그려졌다.

트로이아의 함락 얀 브뢰겔(1671~1672)_ 불타는 트로이아를 뒤로 하고, 아이네이아스 가족이 탈출하고 있다. 아이네이아스는 아버지 안키세스를 어깨에 얹고 아버지는 집안의 신상을 챙겨들고 있다. 아들도 신상을 들고 곁에 따라가고 있다. 트로이아 시내는 고대 로마처럼 그려졌으며, 멀리 그림 중간 오른쪽에 목마가 보인다. 아이네이아스는 이 전쟁에서 죽지 않고 나중에 트로이아 사람들을 다스리게 되리라고 『일리아스』에 예고되어 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를 로마인의 조상으로 노래했다.

폴뤼페모스의 눈을 찌르는 오뒷세우스 일행 원 앗티케 크라테르 (기원전 670년 경) _ 『오뒷세이아』 9권에는 이때 폴뤼페모스가 잠들어 있었던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 그림에서는 두 개의 시간대를 같은 공간에 표현하여, 이 외눈박이 괴물이 아직 술잔을 들고 있는 것으로 그렸다. 빈 공간이 남는 것을 싫어하는 옛 희랍인의 취향에 따라 빈 곳에는 여러 문양을 그려 넣었다. 말뚝을 박는 인물 중 맨 앞에 선 사람은 몸이 흰색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대개 여성화된 남성을 표현하는 방법이어서 약간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동굴에 갇힌 오뒷세우스의 무력함을 이렇게 표현했을 수도 있다.

오뒷세우스 일행에게 바위를 던지는 폴뤼페모스 아르놀트 뵈클린 (1827~1901) _ 동굴을 빠져나온 오뒷세우스는 자기과시욕을 참지 못하고 본명을 밝히고 만다. 폴뤼페모스는 산을 뜯어내어 그에게 던진다. 동료들은 오뒷세우스를 말리려 하지만, 그는 한 번 공격을 당하고도 다시 소리를 질러 괴물을 조롱한다. 이 일화에서 오뒷세우스는 매우 경망스럽고 무모하게 그려져 있다.

오뒷세우스에게 바람 자루를 주는 아이올로스 이자크 무아용 (1614~1673) _ 바람들의 왕 아이올로스는 부드러운 서풍 하나만 남겨 놓고, 나쁜 바람은 모두 자루에 담아 오뒷세우스에게 준다. 그들은 아흐레 동안 항해하여 고향 바로 앞에까지 도착하지만, 오뒷세우스가 깜빡 잠든 사이에 동료들이 바람 자루를 연다. 거기서 폭풍이 튀어나오고, 일행은 다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떠밀려간다. 바람들의 왕은 돌아온 그들에게 다시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림 중앙에 은으로 만든 끈을 이용하여 바람자루를 조이는 아이올로스가 보이고, 오뒷세우스는 바다의 존재로 장식된 배 위에 서 있다.

오뒷세우스의 선단을 공격하는 라이스트뤼고네스 인들 로마 시대 프레스코 (기원전 1세기~서기 1세기) _ 에스퀼리누스 언덕 출토. 오뒷세우스 일행은 피요르드 지형과 흡사한 포구에 들렀다가 식인 거인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림에는 거인들이 바위와 꼬챙이로 공격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림 중앙 왼쪽에는 물에 빠진 사람들의 머리도 그려져 있다. 오뒷세우스는 여기서 11척의 배를 잃게 된다.

키르케 라이트 바커 (1864~1941) _ 아름다운 여인이 환대하는 듯한 손동작을 하고 있다. 그녀는 오뒷세우스 일행에게 약 탄 음식을 주어 모두 돼지로 만든 요정 키르케이다. 전통적으로 그림 속 여성이 가슴을 드러내고 있으면 그것은 여신이라는 뜻이다. 그녀의 주변에 그려진 사자와 늑대들은 모두 약을 먹고 변한 인간인 듯하다.

키르케 알레산드로 알로리 (1535~1607) _ 피렌체의 은행 건물 천장과 벽에 그려진 연작 그림의 하나이다. 맨 앞 왼쪽에 키르케가 책을 펼친 채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앉아 있다. 그녀의 주위에는 사자와 늑대들이 있다. 그림 중간 쯤에는 자기 부하들을 구하러 오는 오뒷세우스가 보이고, 헤르메스가 그를 만나 몰뤼라는 약초를 전해 주고 있다. 멀리 뒤쪽 왼편에는 바위를 들고 공격하는 라이스트뤼고네스 인들이 보이고, 그보다 약간 오른쪽에 작게 그려진 인간들이 도망치고 있다. 바다에는 이미 배들이 모두 파괴되어 있다.

저승에서 테이레시아스를 만나는 오뒷세우스 알레산드로 알로리_ 중앙에는 오뒷세우스가 전설적인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에는 양을 잡아 구덩이에 피를 받고 있는 두 병사가 보인다. 혼령들은 이 피를 마시면 말을 할 수 있다. 왼쪽에는 오뒷세우스의 어머니 안티클레이아의 혼령이 다가오고 있다. 뒤쪽에는 레토를 넘본 죄로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벌을 받고 있는 티튀오스가, 그리고 오른쪽 뒤편에는 돌을 굴려 올리고 있는 시쉬포스가 보인다.

오뒷세우스와 세이렌들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 (1863~1920) _ 세이렌의 노래를 들은 오뒷세우스는 넋이 나가 눈이 뒤집혀 있다. 그가 풀어달라고 몸부림치자, 애초의 약속에 따라 동료 하나가 그를 더욱 강하게 묶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귀를 밀랍으로 막아, 세이렌들의 노래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세이렌은 보통 인간의 얼굴과 새의 몸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 그림에서는 보통 여인들처럼, 그리고 하나는 인어처럼 그려져 있다.

카디스와 스퀼라 알레산드로 알로리_ 오른편 앞쪽에는 엄청난 소용돌이 카륍디스가 마치 문어처럼 그려져 있고, 중앙 먼 쪽에는 여섯 개의 입으로 동시에 여섯 명을 물어가는 스퀼라가 그려져 있다. 오뒷세우스 일행은 소용돌이를 피해 스퀼라가 있는 봉우리 쪽으로 붙어서 항해하고 있다. 스퀼라는 보통 여성이며 개 짖는 소리를 내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아예 여섯 개의 머리가 개처럼 그려졌다. 이들은 긴 목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림에서는 공간이 좁아서인지 목이 매우 짧게 그려졌다.

칼륍소의 동굴 아버지 얀 브뢰겔 (1568~1625) _ 아름다운 동굴에서 오뒷세우스가 칼륍소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그 요정은 오뒷세우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겠다며, 자신의 남편이 되어 달라고 조른다. 그림 왼쪽 동굴 입구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오뒷세우스로 보인다. 그림 전면 중앙에 있는 인물처럼 윗몸을 드러내고 붉은 옷감으로 하반신을 가렸다. 옛 그림에는 같은 인물이 여러 번 등장하는 기법이 자주 쓰인다.

나우시카아에게 탄원하는 오뒷세우스 피테르 라스트만 (1583~1633) _ 오뒷세우스는 그림의 오른쪽에 하체를 나뭇잎으로 가린 채 무릎 꿇고 있고, 왼쪽 끝에는 나우시카아가 놀란 듯한 표정을 하고 서 있다. 시녀들 역시 놀란 듯한 동작을 하고 있다. 여성의 가슴을 드러내는 옛 방식에 따라 여인들의 상체가 대부분 노출되어 있다.

눈물을 흘리는 오뒷세우스 프란체스코 하예즈 (1791~1882) _ 오뒷세우스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알키노오스의 궁정에서 접대를 받고 있다. 그는, 눈 먼 가객 데모도코스가 트로이아 전쟁에 대해 노래하자, 눈물을 흘린다. 그 곁의 알키노오스가 가객의 노래를 그치게 하려는 듯한 손동작을 하고 있다.

나우시카아 프레데릭 레이튼 (1830~1896) _ 뗏목이 파선되어 겨우 육지에 닿은 오뒷세우스는, 빨래하러 나온 나우시카아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동정심과 분별력을 지닌 그녀는 매우 솔직한 성격이기도 하다. 그림은 그녀가, 오뒷세우스가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는, 고향에 가서도 자기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는 장면인 듯하다.

오뒷세우스의 귀환 핀투리키오 (1454~1513) _ 왼쪽에는 페넬로페가 직물을 짜고 있고, 그녀에게로 청년 하나가 다가가며 뭔가 따지는 듯한 손동작을 하고 있다. 그 뒤에는 매를 팔에 얹은 청년이 서 있다. 페넬로페의 머리 위에는 오뒷세우스의 활과 화살통이 걸려 있고, 정면의 창 가까이 가로대 위에는 제비가 앉아 있다. 『오뒷세이아』 22권에 아테네 여신이 제비로 변신하여 서까래에 앉아 있는 장면을 이렇게 옮겨 그렸다. 오른쪽 구석의 문으로 허름한 차림의 인물이 들어서고 있는데, 거지로 변장하고 돌아온 오뒷세우스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차림새가 본문에 나온 것처럼 험하지는 않다. ‘점잖음’(decorum)의 원칙에 따라 그렇게 그린 듯하다.

돌아온 오뒷세우스 니콜라 앙드르 몽쇼 (1754~1837) _ 그림 중앙 왼쪽에는 막 구혼자들을 처단한 오뒷세우스가 뭔가 지시를 내리고 있다. 그 뒤에는 소치기와 돼지치기로 보이는 인물들이 서 있으며, 한 사람의 탄원을 받고 있는 청년은 텔레마코스로 보인다. 탄원자는 전령 메돈일 것이다. 그림 오른쪽에는 하녀들이 몰려와 오뒷세우스에게 탄원을 하기도 하고, 죽은 자들을 보고 애곡하기도 한다. 하녀 하나를 끌고 오는 청년 역시 텔레마코스로 보인다. 같은 사람이 두 번 등장하는 수도 있으니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오뒷세우스와 페넬로페 프란체스코 프리마티치오 (1504~1570) _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을 모두 처단하고, 페넬로페가 그를 남편으로 받아들인 후, 둘은 잠자리에 든다. 오른쪽 구석에 실루엣으로 그려진 인물들은, 왼쪽은 여자고 오른쪽은 구부정한 모습의 남성이다. 오뒷세우스가 거지꼴로 처음 찾아왔을 때의 모습을 함께 그린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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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질문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문득 그리스 고전과 신화의 관계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스 라틴 원전'이라고 하면 흔히 '신화'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고전은 어떤 관계인가요?

그리스 신화가 그리스 고전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신화는 재미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서사시와 많은 비극의 소재가 되긴 했으나, 그 자체가 고전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그리스 고전 하면 신화가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수많은 고전의 소재가 되어 우리에게 깊이 각인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서양에는 그리스 신화 외에 게르만 신화와 켈트 신화도 있고 이를 형상화한 문학 작품들도 있지만,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말고는 고전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동양에도 나라마다 신화가 있지만 이를 소재로 한 고전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서양에는 중세, 근대, 현대에 씌인, 신화를 소재로 하지 않은 고전들도 많습니다.
인터뷰 전체보기
선생님께서는 말 그대로 '평생'을 그리스 라틴 고전 번역에 바쳐오셨습니다. 혹자는 '집착'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던데, 무엇이 선생님을 고전 번역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내가 그리스 라틴 고전 번역에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번역도 창작 못지않게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중국의 구마라습이나 현장법사의 한역(漢譯) 불경들은 동양의 대승불교 사상의 형성과 완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한국의 불교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리스 라틴 고전도 우리의 사고 지평을 넓혀주고 심화해줄 훌륭한 영양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스 문명은 서양 역사 전체를 통틀어 후대에 가장 빛나는 유산을 남겼습니다.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5세기에 공직자들을 투표로 선출하고, 민회에서 중대 사안을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꽃피었고, 철학, 역사, 서사시, 드라마, 조각, 건축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로마는 물론이고 서유럽이 빨리 야만을 탈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리스 문화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르네상스’란 다름 아닌 그리스 문화의 부활 그 자체입니다.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 말을 문화 전반에 적용하여 유럽 문화는 그리스 문화의 주석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말일까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그리스 문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평생을 사로잡은 그리스 문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리스 문화에 끌린 까닭은 그리스인들이 지식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알아도 안다고 우쭐대지 않고 겸손하며, 누구와도 대등한 입장에서 논의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플라톤의 대화편들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큰 업적을 남겼어도 지나치게 잘난체하는 사람은 독재자가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도편추방’ 제도를 통해 재산은 몰수하지 않고 10년 동안 국외로 추방한 것입니다.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을 승리로 이끈 테미스토클레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 못지않은 장군 겸 정치가로 풍전등화의 지경에 놓인 조국 아테나이를 구했으며, 어쩌면 서양이 페르시아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막은 만고영웅입니다. 하지만 아테나이인들은 한 영웅보다는 조국의 민주주의를 더 사랑하여 그에게 가혹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무엇이든 통치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가기보다는 잘잘못을 따져보고 행동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그런 아테나이인들이 나는 부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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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에게 던져진 사과 하나로 인해 시작된 트로이아 전쟁은 결국 트로이아의 멸망을 가지고 왔다. 그 과정에서 아킬레우스와 핵토르라는 멋진 영웅들을 사람들은 기억한다. <일리아스>를 단순히 이런 줄거리를 담은 한편의 그리스 서사시로 알고 있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천병희씨가 책 뒤에 덧붙인 작품해설은 호메로스와 <일리아스>가 가진 매력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 그 유익이 무엇보다 좋았다. 천병희씨의 <일리아스>를 읽음으로 고대 그리스인들의 우주관과 인간관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정식으로 고대 그리스 문학작품을 읽어냈다는 자부심은 1+1처럼 따라왔다.
-indy


<오뒷세이아>를 읽으면서 새삼 '고전의 매력'을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 내가 스무 살을 갓 바라볼 때 읽었던 오뒷세우스의 모험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20년 동안이나 집을 비운 아버지를 기다리는 청년 텔레마코스'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했을 듯하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읽어 보니 비로소 나이를 먹은 오뒷세우스의 마음에 훨씬 더 쉬이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귀향'을 애타게 그리는 오뒷세우스의 간절한 처지와 고향에 남겨진 연로한 아버지와 훌쩍 나이가 든 아내와 어느덧 어른이 다 되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결코 작품 속의 이야기로만 들리지도 않는다.
-oren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서사시의 한권, 한권을 일일히 챕터를 나눠서 짚어가며 해설을 해준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작품 전체적인 맥락에서 일반적인 독자들이 찾을 수 없는 시인이 의도한 작품 내의 '균형' 같은 거시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원전을 다 읽은 후 책을 알게 된 까닭에 한권, 한권 비교해가면서 읽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가능하다면 원전의 한권(챕터)을 읽은 후 해당하는 챕터의 해설을 읽고 다시 원전을 읽을 때 가장 재미있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말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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