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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문신 1 여우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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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호, 고통과 동행하려는 이들에게"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엄기호 지음 / 나무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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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고통을 모른다.” 고통을 겪는 이들이 종종 내뱉는 말이다.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는 있으나, 아무리 가까운 곳에 서 있다 해도 그 고통을 알 수는 없다. 이 고통을 알 수 있게 하는, 결국 그곳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그리하여 고통을 나누며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는 방법은 없을까.

엄기호는 고통을 말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통을 전시하고 소비라는 자리가 아니라, 고통을 겪는 이들이 ‘고통의 자리’에서 나와 ‘고통을 말하는 자리’에 서는 일, 그리하여 고통의 곁에 선 이들이 고통을 통한 직접적인 연대의 불가능에서 허우적대다 자리를 잃지 않고, 서로의 곁을 지키며 고통과 동행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고통은 동행을 모른다. “고통은 동행을 모르기에 끝끝내 동행을 파괴한다.” 결국 고통의 곁은 무너져 ‘고통을 말하는 자리’는 가능하지 않고, ‘고통의 자리’만 남아 어떠한 가능성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능할까. "고통과 동행하는 그들에게 동행하는 것" 아닐까. "그들이 대면하고 있는 고통의 자리에 아직 새로운 것이 시작되지 않았더라도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곁이 되는 것 말이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선아가 정신분석 단체를 찾은 것은 사는 게 괴로워서였다.

추천의 글
누군가 고통을 호소할 때 나는 머뭇거리게 된다. 아는 척하고 싶지 않고 대신 설명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를 홀로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아서 응답할 말을 찾는다. 때로는 환해지고 때로는 서운해하던 얼굴들을 기억한다. 책을 읽고 나서 깨달았다. 그가 기다렸던 응답은, 나의 말이 아니라 나의 위치였다. 누구에게나, 내게도, 고통을 말할 수 없어 앓았던 적이 있다. 말하고 싶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디에 있어야 할까?(미류, 인권활동가)

위로의 시대다. 모두가 위로를 말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말들은 소리가 되어 스쳐 지나간다. 당장에 현존하는 고통 앞에 머물지 못하고 스러진다. 어쩌면 순서가 잘못된 것일지 모른다. 무턱대고 어루만지려는 위로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나의 고통과의 직면일 것이다. 이 책은 무엇 때문에 나는, 우리는 괴로운가에 대해 내가 나의 말로서 말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싶겠지만 책을 덮을 때 깨달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위로의 시작이라는 것을.(김보통,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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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주년, 집필 20년, 거장 윤흥길의 족적"
문신 1
윤흥길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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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의 작품을 문학사에 남긴 작가 윤흥길. 등단 50주년, 집필부터 출간까지 무려 20년이 소요된, 총 다섯 권에 달하는 초대형 장편소설을 독자에게 선보인다. 일본 식민통치하에 놓인 대한제국. 산서(山西)의 천석꾼 대지주 최명배와 그의 아들들을 둘러싼 질곡의 역사를 세밀하게 그려 보인다.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야마니시 아끼라'로 개명한 후 최명배는 입신양명을 위해 친일행각 등을 하면서도 거리낌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고등교육을 받은 그의 자녀들은 폐병이 걸리거나, 기독 신앙에 의지해 집안을 지탱하거나,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꿈꾸며 아버지와 대립하는 방식으로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난 삶을 살아나간다. 이들의 삶을 서술하는 언어의 정확함이 '한국문학'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생생하게 욕망하는 인물들이 다음 시대엔 사라질지도 모르는 섬세한 입말로 역사의 용광로 속으로 뛰어드는 격렬한 이야기. 소설가 오정희의 말대로 "우리가 잃고 잊고 버렸던 언어들이 바로 목숨과 시대와 삶의 영토라는 것을 문학의 이름으로 충실히 보여주고 깨우쳐" 주는 소설. 우리 시대에 다시 만나기 어려운 거장의 작품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얼음 조각을 쪼아 만든 듯 별들만이 뾰쪽뾰쪽 섬뜩하게 빛나는 밤이었다.

책 속에서

"최씨 가문 후손으로 태어나서 조상신위 앞에다 우리가 바칠 수 있는, 기중 실팍허고도 생색나는 효도가 달리 또 있는 게 아니란 말이여. 후제까장 두고두고 우리 최씨 가문에 대가 끊치는 일 없게코롬 악착같이 살어남는 일, 바로 고것이 일등 효도고 우듬지 후손 도리여. 살어남어도 그냥저냥 알탕갈탕 살어남는 푼수가 아니라 오날날맨치로 세월 험준허고 인심 숭악헌 세상일시락 외려 과거보담 휘낀 더 우리 최씨 종자를 많이 퍼치는 거여. 산서는 말헐 것도 없고 조선천지를 왼통 우리 최씨 종자로 깝북 채우는 거여. 따른 집안들 죄다 망조가 들어도 우리 최씨 집안만은 절대로 꺼울러지들 않게코롬 왜놈 붕알 뙤놈 붕알 개릴 것 없이 그저 아무 붕알이나 닥치는 대로 틀어잡고 늘어지는 거여. 그것보담도 더 기특헌 효행은 세상에 없는지 알란 말여, 이 열 질 똥통에다 장아찌 박어뿔 인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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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미터 길이의 환상적인 아코디언북"
과자가게의 왕자님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마렉 비에인칙 글, 이지원 옮김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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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디저트를 음미하며 두 남녀가 나누는 행복에 관한 수다. 펼치면 6.5미터까지 늘어나는 아코디언 제본의 초대형 그림책이다. <잃어버린 영혼>으로 2018 볼로냐 라가치 픽션 상을 수상한 요안나 콘세이요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한 바닥씩 넘겨보는 것도 좋지만, 책을 세우거나 눕힌 다음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길게 늘어뜨려보자. 롱테이크 촬영을 하듯 몸과 시선을 이동시키며 감상하다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해진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한참 후에야 알게 될 행복,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강박, 행복과 불행의 사이의 균형 문제, 행복할 자격이나 행복의 대가, 그리고 행복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 행복에 대한 복잡한 상념을 늘어놓는 남자와 행복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자의 대화를 따라가면서, 저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려보게 될 것이다.

과자가게에서 뛰어다니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작은 동물들과 당장 품에 안기고 싶을 정도로 거대한 곰의 이미지, 먹음직스러운 설탕 과자, 도넛, 슈크림... 섬세한 연필 드로잉 사이로 스며드는 파스텔 빛깔 행복의 기운. 단지 사과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하고 케이크에 올려진 크림을 핥아먹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을 느끼는 여자처럼, 고단한 하루가 끝나갈 때쯤 과자가게에서 맛있는 걸 시켜놓고 사랑하는 사람과 잠시 머무를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 어린이 MD 이승혜
이 책의 첫 문장
"행복이란 건 골칫덩어리일 뿐이야."

이 책의 한 문장
바로 그게 문제야... 왕자가 끼어들었습니다. "바로 그거라고. 행복은, 그러니까 진짜 행복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 버려. 내일, 아니며 일주일 뒤, 아니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눈앞의 행복은 못 알아보는 거지. 지금 여기서 나랑 크림 케이크를 먹는… 그리고 설탕 과자를 먹는 이 행복 말이야. 그나저나 난 아무래도 도넛을 추천해.이건 최고라고." 칵투시아가 도넛을 주문하고는,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물었습니다. "그럼 지금 당신은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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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에 더불어 읽을 첫 번째 책"
여우가 되어라
에리카 베너 지음, 이영기 옮김 / 책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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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오늘날 널리 읽히는 고전이지만, 수백 년 동안 교황청의 금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고, 혹자는 “마키아벨리의 수수께끼는 영원히 풀릴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여전히 평가와 해석이 엇갈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텍스트다. 특히 일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가로저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인간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하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도 내지 못하니, 다정하게 안아주거나 아니면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저술하고 몇 년이 지난 뒤에 “나는 오래 전부터 내가 믿는 것을 말하지 않았고, 내가 말하는 것을 믿지 않아 왔다네. 가끔 진실을 말해야 할 때면, 쉽사리 발견되지 않도록 많은 거짓말 속에 진실을 숨긴다네.”라며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과연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 담아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고, 누구를 향했고, 어떻게 흘러왔을까. 마키아벨리 전문가 에리카 베너는 당대의 문헌과 마키아벨리가 남긴 흔적을 종합하여 16세기 피렌체와 마키아벨리의 삶을 복원한 후, 당대와 이후 사람들이 <'군주론>에서 읽고자 했던,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며 마키아벨리가 고민한 '더 나은 삶'의 원칙과 방법을 새롭게 정리한다. <'군주론>과 함께 읽을 책이 한 권 늘어났으나, 당분간은 이 책이 가장 앞선 자리에 놓일 듯하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1475년 10월 하순의 어느 날, 바르톨로메아 마키아벨리는 하녀 넨치아와 함께 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을 찾았다.

추천의 글
색다르고 강력하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폭정의 옹호자’라는 오명을 받아야 할 까닭이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파이낸셜타임스)

걸출한 정치사상가의 초상을 완벽히 그려냈다.(뉴요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