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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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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책의 역할이 남아있다면"
대한민국 독서사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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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겹쳐 읽는 책을 살펴보면 당대의 욕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특정 세대에게 널리 읽힌 책을 살펴보면 해당 시기의 문제나 방향을 돌아볼 수 있을 터, 책과 독서를 바탕으로 역사를 살피는 일은 늘 흥미롭고 도전적인 과제다. 더군다나 책을 읽지 않는 사회라고 이야기되는 오늘날, 책과 독서로 해방 이후 한국현대사 70여 년을 돌아보는 시도는, 지금의 출판과 독서문화에도 새로운 의미를 전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 근현대 지성사를 꾸준히 연구해온 천정환, 정종현 두 저자는 책, 출판, 저자, 독자, 공간, 매체, 계급, 욕망 등 다양한 요소를 입체적으로 엮어 ‘대한민국 독서사’를 구성한다. 그리하여 책의 인기도나 내용만으로는 읽어낼 수 없는 의미를 찾아내고, 반대로 커다란 정치사회의 변화 속에서 책과 독서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리는 지점을 피해가며, 솜씨 좋게 '지(知)의 현대사'를 그려낸다. 여전히 책의 사회적 역할이나 효용이 있다고 믿는다면, 혹은 그런 때가 있었다고 추억한다면, 아니면 그런 때가 올 거라고 기대한다면, 이 책이 반가운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 인문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책 읽기란 어떤 인간 활동인가? 그것은 어떤 역사를 가진 것인가?

이 책의 한 문장
인간이 책을 읽는 이유는 수십 가지쯤 되겠지만, 책을 안 읽거나 못 읽는 이유도 수백 가지는 된다. 우리는 늘 출판인들로부터 ‘책이 팔리지 않아 죽을 지경’이라든가 대한민국 국민이 ‘책 안 읽는 국민’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우리는 실제로 바빠서, 돈이 없어서, 뭘 읽어야 할지 몰라서 책을 안 읽어왔다. 해방 70년 독서문화사를 되짚는 이 책이, 독자층의 재형성, 분화를 포함한 한국에서의 ‘현대의 책 읽기’가 점진적인 쇠퇴의 길로 가며 다른 어떤 문화로 대체되는지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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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페르난두 페소아를 만나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김한민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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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블룸이 셰익스피어, 제임스 조이스 등과 함께 서양 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가 26인 중 한 명으로 소개했던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등의 작품이 알려지면서 이제 우리에게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 스스로를 '시인'으로 인식했던 페소아의 시를 연구자 김한민의 번역으로 만난다. 이 시집엔 다양한 이명(異名)으로 활동한 페소아의 대표적 자아들인 알베르투 카에이루와(그는 리스본 출생의 목가적인 전원 시인이다) 리카르두 레이스(그는 외과의사인 우아한 고전주의자이다)의 대표작과 페르난두 페소아가 본명으로 출간했던 단 한 권의 시집, <메시지>의 일부를 수록했다.

알베르투 카에이루로서 그는 "내게는 야망도 욕망도 없다. 시인이되는 건 나의 야망이 아니다. 그건 내가 홀로 있는 방식."(11쪽)이라고 노래한다. 리카르두 레이스로서는 "우리는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이야기들, 아무것도 아니다."(177쪽)라고 노래한다. 페르난두 페소아로서 페소아는 "영원한 건 내가 꾼 나에 관한 그 꿈, 바로 그것이 다시 돌아올 나."(189쪽)라고 노래한다. 자아가 달라지면 감정이 달라지고 언어가 달라진다. "우리 모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되었다."라고 말했던 페르난두 페소아. 시인의 낯선 세계를 세계시인선 시리즈를 통해 비로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와 함께 출간되었다.
- 시 MD 김효선
해설
"페소아는 낭만주의적 감정의 분출이라는 측면의 진실성에는 전혀 공감하지 않았다. (...) 시의 무대에서, 시적 자아는 진실성의 연기를 실행할 뿐이고, 이 ‘배우’의 안무나 연기는 시인에 의해 사전에 철저히 계획되고 연출된 것이어야 했다. 페소아는 시적 자아가 시인 본인과 다르지 않은 낭만주의의 등식을 수정하며, “감정적 진실성=/시적 진실성” 또는 “시적 자아=/시인=/저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왜냐면 한 저자 안에는 수많은 저자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차이가 자리를 잡으면, 감정의 객관화라는 목적도 실현될 수 있다."
─ 김한민, 「작품에 관하여: 시인, 페소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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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와 '혁명'이 동시대에 나타난 이유"
두 사람 : 마르크스와 다윈의 저녁 식사
일로나 예르거 지음, 오지원 옮김 /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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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과 카를 마르크스는 인류가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진화를, 마르크스는 <자본>에서 혁명을 제시하며, 그간 인류가 믿어온 세계의 이야기를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비단 과학과 정치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서 오늘날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그런데 근대의 두 거인이 같은 때 같은 곳에서 살았다면, 이것은 우연일까 운명일까.

이 책은 1881년 영국 런던에 살았던 두 사람의 집이 불과 32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실제로 두 사람이 만나지는 않았지만, 마르크스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세심하게 읽었고, 다윈 역시 마르크스의 <자본>을 서재에 꽂아두었으니,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게다가 각자의 이야기가 워낙 유명한 터라, 어느 정도 허구를 가미해도 오해의 여지보다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재미다. 둘을 잇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두 사람의 내밀한 삶부터 사상의 배경까지 살피니, 정말 두 사람이 만났다면 어땠을까를 다시 상상하게 된다. 덥수룩한 수염 말고도 이렇게 많은 연결고리가 있었다니, 우연이라기엔 너무 놀라운 운명이란 생각이 든다. - 인문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울타리 근처에서 사람 형체 세 개가 눈에 띄었을 때, 다윈은 한 번에 십 분의 일초씩 하루에도 백 번 이상이나 교미하는 바위종다리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참이었다.

추천의 글
이 책은 19세기의 위대한 두 사상가들의 사상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대담하고 자신감 있는 서술로 매우 쉽게 읽힌다.(<NDR 컬처>)

일로나 예르거는 아주 영리하게 다윈과 마르크스가 어떤 갈등을 겪었을지 이끌어낸다.(<쥐트도이체 차이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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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한 세계, 정이현 소설"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정이현 지음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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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안정된 도시에서, 안정된 직업과 안정된 가정, 안정된 교우 관계를 유지하며 안녕하게 살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건설된 신도시. 약사인 세영은 지방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남편과 떨어져 살며 중2 딸 도우와 함께 지낸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석할 일이 괴로운 그는 학폭위를 피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남편을 만나러 간다. 대학강사를 하다 아버지의 유산인 호텔을 경영하기로 한 남편 무원.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오해하는 이를 내버려두며, 굳이 개입하지 않고 하루를 꾸려나간다. 그렇게 부모가 없는 도시에 홀로 남겨진 딸 도우에게 학폭위의 일이 남겨지는데.

나서서 악한 일을 하지도, 다른 이를 위해 애써 선한 일을 하지도 않는 이들. 무관심으로 구성된 안전한 사회에서 그들은 위로받지도, 위로하지도 못한다.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파국이 닥치는 세계. 그 세계의 안녕에 기댄 사람들의 무정한 마음 속을 정이현이 특유의 세밀한 문장으로 들여다 본다. 편혜영, 박형서, 김경욱, 윤성희, 이기호의 작품을 소개해온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소설선 여섯번째 작품. 7번째 작품부터는 정용준, 김금희 등 1980년대 전후 출생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간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할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세영의 오랜 습관이다.

책 속에서
무원은 의아해졌다. 무원이 아는 세영은 예측 가능한 패턴 안에서만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약국에 출근하고 비슷한 시간에 퇴근했다. 비슷한 시간에 아이의 저녁을 챙기고 비슷한 시간에 학원 앞으로 아이를 데리러 갔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음식을 좋아하고 비슷한 음식을 싫어했다. 본인의 장 기능이 안 좋다는 사실을 늘 의식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찬 것을 입에 잘 대지 않았고 맥주도 잘 마시지 않았다. 술을 즐기지 않지만 꼭 마셔야 한다면 차라리 소주를 시켰다. 그가 보기에 그녀는 패턴에서 벗어난 삶을 두려워한다기보다 귀찮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정말 세영은 약국은 어떻게 하고 여기에 나타난 걸까? 여기에, 왜 온 걸까? 하필 지금. 가슴이 조마조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