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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일을 위한 디자인 회신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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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과 젠더, 나이 듦과 몸의 취약성에 대하여"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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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아들 내외에게 몸이 아프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새벽에 몰래 택시를 불러 읍내 병원에 다녀오곤 했던 한 노인을 기억한다. 행여나 요양 시설에 들어가자고 할까, 아픈 몸을 이끌고 마을 회관 앞 공터까지 나가 택시에 오르면서 가족들이 깰까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심신이 쇠약해지면 요양 시설에 입소하고 그곳에서 마지막을 맞는 것이 범상한 일이 된 지 오래지만, 가족의 힘만으로 돌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린 아마도 최선이라고 믿었던 결정을 노인은 한사코 거부했다. 요양 시설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 노인에게는 마지막을, 그동안 맺어왔던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랭스로 되돌아가다>의 저자 디디에 에리봉이 ‘어느 서민 여성’, 자신의 어머니의 삶을 술회한다. 평생 노동계급으로 살았던 어머니가 건강 악화로 요양원에 입소한 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자 에리봉은 노년과 취약한 주체, 돌봄과 연대의 문제를 성찰하게 되었다. 이때 그가 마주한 것은 인간으로서 피해 갈 수 없는 질병과 고통받는 몸, 노화와 자율성의 상실, 열악한 공공 보건과 요양원의 현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같은 문제들이다. 어머니에 관한 개인적인 회고담에서 출발하면서, 저자는 ‘프랑스 노동계급 여성의 전형적 일생’에 관한 사회학적 논의를 거쳐 다시 ‘노년’과 ‘노인’이라는 사회적 범주, 나아가 늙음과 장애를 숙명적으로 겪는 인간 주체의 취약성과 연대에 관한 이론적 성찰로 이야기를 확장해 간다.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자율성을 상실하고 요양원에 고립된 노인들은 스스로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묻는다. “그들에 관해서, 그들을 위해서 말하고 그들을 보이게 하는 것이 작가에게, 예술가에게, 지식인에게 돌아오는 과제가 아닐까?” - 사회과학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어떻게 그녀는 삶을 바꾸려 들지 말자고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까? 아니, 차라리 이렇게 자문해보자. 혼자서 살아가려면 부딪혀야 할 갖가지 문제들이 지닌 무게, 또는 그저 슬픈 운명처럼 보이는 것 앞에서의 체념은, 어떻게 어머니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 상황에서 도망치려는 시도를 마침내 포기하도록 이끌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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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본질을 다시 묻는 시간"
일을 위한 디자인
올리비아 리 지음 /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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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등장은 직업의 소멸을 묻는 근원적인 두려움과 새로운 성취를 향한 설렘을 동시에 몰고 왔다. 누군가는 내 자리가 사라질까 전전긍긍하고, 누군가는 기술의 한계를 지적하며 시기상조라 냉소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미 거대한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에 우리가 서 있다는 점이다. 휴대폰이 우리 신체의 일부가 되었듯, 이제 인공지능을 다루는 감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직업인의 기본값이 되었다. 직종과 국가, 개인의 역량에 따라 그 속도는 다르겠지만, 도구가 인간의 노동을 정의하던 시대에서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의 시대로 이행 중인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자명한 흐름이다.

27년간 현장을 누빈 설계자는 기술이 폭격하는 혼돈 속에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핵심은 '일 자체'가 아니라 '일을 바라보는 태도와 구조'라고 단언한다. AI가 정교한 보고서를 대신 써줄 수는 있어도, 그 안에 담길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사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기록을 통해 단순히 최신 툴을 능숙하게 다루는 기술자를 넘어, 자신의 일과 삶을 입체적으로 조율하는 ‘설계자’로서의 감각을 깨우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서 이 결정을 내리는가'라는 질문을 가슴에 품고,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는 대신 그 파도의 결을 읽어내어 자신만의 항로를 설계하는 단단한 중심을 얻기를 바란다. - 자기계발 MD 김진해
추천의 글
"수많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스스로를 동기부여하는, 끝나지 않을 이야기"
- 이건표 (카이스트 명예교수, 홍콩폴리텍대학교 디자인대학 학장)

"AI 시대의 혼란에 불안을 느끼는 모든 이에게 상기시키는 단단한 일의 기초"
- 제현주 (<일하는 마음> 저자, 임팩트저닝파트너스 공동대표)

"불안한 물음들에 답하는 흔들리지 않는 태도와 생각의 힘"
- 윤현준 (잡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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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날마다 축하할 일로 가득해."
나는 오늘 어디까지라도 달릴 수 있어
아라이 료지 지음, 김숙 옮김 / 퍼머넌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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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을 뚫고 새벽이 아침을 데려온다. “안녕, 아침. 안녕, 하늘.” 바람처럼 달리는 말 ‘아침놀’을 탄 아이가 새 아침에 반갑게 인사한다. 태양빛이 와락 쏟아지며 세상은 환하게 빛나고, 아침놀과 함께 숲과 언덕을 지나 마을로 향하는 길 위에서 아이의 감탄은 멈추지 않는다. “아침은 이렇게나 눈부시게 반짝이고, 햇빛이 가득 흘러넘쳐!”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특별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 일본 그림책 대상 등 주요 그림책 상을 휩쓸고 ‘21세기 일본 그림책의 거장’으로 불리며 사랑받아온 아라이 료지의 그림책. 세상의 모든 순간에 경탄하는 아이의 세계를 춤추듯 자유롭고 환상적인 그림으로 표현했다. 어쩌면 어른들이 잃어버렸는지도 모르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 책은 말한다. 오늘은 매일 어김없이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하루가 아니라, 축하할 일로 가득한 새로운 선물 같은 하루라는 것을. 새해의 첫 아침,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이의 말을 떠올린다. “축하해, 우리 모두. 축하해, 온 세상!” - 유아 MD 권벼리
아라이 료지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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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기, 사라지기, 존재하기"
회신 지연
나하늘 지음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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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 나하늘 시집. 글자들을 지운 채 발행한 『Liebe』 , 훼손 없이는 펼칠 수 없도록 닫힌 채 제작된 『은신술』 등의 독립출판물을 작업했고, 독립문예지 '베개'에 참여하기도 한 시인은 성원권의 경계를 넘나들며 둔갑을 시도한다. 때론 마녀, 때론 유령인 존재들의 비기는 작아지기 같은 것이다.

작아지기는 변신술/둔갑술의 일종으로 통념과 달리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16쪽, <작아지기>)

작아지기와 유용함은 반대항이라는 2020년대 한국사회의 '통념'이 있다. '약속에 항상 늦고 / 끊임없이 이직을 희망하며' (<사랑에 빠지게 하거나 죽은 사람 살리는 건 안 돼> 58쪽), '너무 오래 누워 있었던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까'(<사라지기 2>, 49쪽) 걱정하느라 '실망시키고 원성을 샀을' (<사라지기1> 30쪽) 화자들. 용서하지 않는 세상에서 이들은 살아있기 위해 메일을 열어보지 않고 회신을 지연한다. 잠을 너무 오래 자는 사람, 서점의 유령, 가부장제의 마녀, 저전력모드, 슬픈 사람, 친구들이 살아 있기를 바라며 이 시집을 읽는다. 바코드 태그가 누락된 채 도서관에서 분실된 책 같은, 필경사 바틀비 같은 친구들이 '간신히 견딜 수 있는 하나의 책을 짓고' (<사라지기 - 막>, 105쪽) 서가에서 한 철을 나길 바란다. 과오가 예상치 못한 효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한 시인 김수영을 떠올리며 함께 몸을 웅크려 본다. 여백에서 놀다 갈 새해의 시 읽는 마음을 기다리며 목소리를 작게... - 시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다시 커지는 법에 관해서는 단 한 가지만이 알려져 있다 타인 한 사람이 작아진 사람과 함께 작아져 주는 것이다 이외의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작아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