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은 국민에 대한 역차별이다”, “이주노동자가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 “다문화 정책은 세금 낭비다”, “여성가족부가 남성을 차별한다”, “성소수자가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슬람 사원 설립에 반대한다”, “카페에 아이를 동반하는 것을 금지한다”, “피트니스 클럽에 65세 이상은 출입 금지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는 시민을 볼모로 잡은 인질극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 “지역 할당제는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이다”, “중국인 손님은 카페 분위기를 해친다”. 언제부턴가 우리 일상에 혐오와 차별의 언어들이 만연해졌다. 사회적 위기 속에서 특정 집단을 희생양 삼아 책임을 전가하는 혐오와 차별의 기재는 인류 역사 속에서 수차례 반복되었고, 때때로 끔찍한 재앙을 낳았다. 진짜 위기를 은폐하고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차별과 혐오의 정서는 과연 어떻게 생겨나고, 도대체 왜 반복되는가?
혐오 표현이 무엇이고 왜 문제인지를 설파하며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이번에는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책은 차별이란 무엇인가, 차별은 왜 나쁜가, 차별 금지의 사유와 영역, 역차별 논란의 허구성, 종교와 차별의 문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 등 차별에 대해서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두루 다룬다. 저자는 노골적이었던 제도적 차별이 사라지는 추세라 하더라도,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 차별은 여전히 강고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보다 면밀히 다듬어야 하며,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드는 과정”으로써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차별은 더이상 개인의 인성을 탓하거나 나중에 해결할 문제로 미룰 수 없는 우리 공동체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시급한 과제다. 저자는 “우리가 ‘차별하지 않는다’라는 안일한 착각에 머무는 동안 불평등의 고리가 단단해지고 있다”라면서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 사회과학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대부분의 장애는 후천적이다. 누구나 늙고 병들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차별이 용인되는 세상의 폭력은 언제든지 나를 향할 수 있다.
어두운 밤, 특정 어린이에게만 열리는 특별한 루베르 의상실. 그곳의 디자이너 루베르는 세상 단 하나뿐인 옷을 만든다. 단짝 친구도 없고, 어느 무리에도 섞이지 못하는 래은이는 루베르 의상실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루베르에게서 멜빵 반바지를 받는다. 반바지 주머니 속에서 돈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래은이는, 그 돈으로 잠시 친구들의 마음을 얻지만, 점점 욕망에 이끌려 엄마의 지갑을 훔치고,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과연 마법의 반바지는 래은이를 어디로 데려갈까?
이 책은 어린이의 욕망을 다루는 매혹적인 판타지 동화다. 화려한 옷이 가득한 의상실, 미스터리한 루베르, 그리고 조수 레서 판다 이지의 등장부터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한 어린이가 여러 유혹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결국 잘못된 마음과 행동을 반성하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그 과정 중 또 다른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신선한 소재와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 전개, 그리고 모차 작가의 감각적인 그림까지. 읽는 내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다음 권이 몹시 기다려질 것이다.
- 어린이 MD 송진경
추천사
어떤 상황에서든 바르고 선하게만 살라는 가르침은 불가능하다. 어린이들의 성장에도 도움되지 않는다. 부정적인 마음을 숨기고 모른 척하기보다, 두려워하지 않고 직접 마주할 때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환상적인 작품이다. <밤의 옷장 루베르 의상실 1. 악마의 바지>는 어린이가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룰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매력적인 이야기다. - 김혜정 (<열세 살의 걷기 클럽> <시간 유전자> 작가)
'풀리지 않는 매듭'이란 뜻의 알리트는 형제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올챙이-개구리이다. 갑자기 삶에 내던져진 알리트는 연어 이오드를 만나 강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성체가 된 알리트는 산양 플롱크를 만나 좀 더 큰 세상을 마주하게 되고 그가 머무는 곳이 실바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었던 이오드도 죽고 플롱크도 죽자 삶에 대한 큰 회의감에 빠지게 되었을 때 숲의 현자 악손에게 삶의 지혜와 숲 실바에 닥친 위기에 대해 알게 된다.
<표범은 말했다> <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의 작가 제레미 모로가 이번엔 산파 개구리를 주인공 삼은 만화로 한국 독자를 찾았다. 전작에서도 삶의 아름다움과 고통을 철학적으로 담아낸 작가는 노련한 솜씨로 이번에도 삶이 주는 충만함과 고통에 대해 묘사한다. 나아가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으로 인해 고통받는 자연생태계를 적나라하고 아름답게 그린다. 자연생태계의 입장에서 보여지는 생에 대한 희구는 경탄을 자아내며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아무리 불가능한 일 같은 일도 가끔은 기적이 일어난다. 실바를 찢어버린 거대한 존재 레탈리트를 알리트가 막아버린 것처럼. 이 책을 만난 건 그런 기적 같은 일이다.
- 만화 MD 임이지
책 속에서
그렇게 좁디좁은 삶에 나를 가두지 않을 거야. 산다는 건 태풍 같아. 삶은 폭풍우야! 저항할 수 없는 파도라고!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주란의 <겨울 정원>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고, 김성중, 김연수, 서장원, 임선우, 최예솔의 수상후보작이 함께 실렸다. 2008년 활동을 시작한 김성중, 1994년 소설를 처음 발표한 김연수를 묶어 읽고, 2025년 소설 보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등에 두루 작품을 올린 서장원, <유령의 마음으로> 등의 세계의 막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자기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임선우를 묶어 읽은 후 아직 개인 작품집을 한 권도 엮지 않은 2023년 등단 작가 최예솔의 작품을 기대하며 읽는 방식으로 놓인 차례대로 작품을 읽어나가면 어느새 한 흐름을 품을 수 있을 듯하다.
수상작 이주란의 <겨울 정원>은 혜숙의 말로 전개된다. 혜숙의 삶은 단순하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오피스텔로 출근해 청소하고, 매일 비슷한 도시락을 먹고, 귀가해 딸이 권한 영화를 보다 잠든다. 혜숙과 함께 사는 딸 미래는 소설을 쓴다. 혜숙은 종종 미래와 겨울 정원의 언 배추 몇 포기를 보며 소주를 마신다. '난 소설을 잘 모르고, 현실은 어차피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18쪽)라는 말의 태도로 혜숙은 연애하고 노동하며 자기 인생을 산다.
청소일을 하던 엄마를 둔 딸의 입장으로 이 소설을 읽었다. 돈은 없지만 딸을 막무가내로 키우지 않은, 성실하고, 자부심이 있고, 적극성이 있어 언니들의 모임에 초대되는 혜숙에게 자꾸 우리 엄마 얼굴이 겹쳐졌다. 소설가는 서술자인 혜숙이 자신의 삶을 자기 말로 서술하도록 한다. 한 여성이 말하는 리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이 인물이 오피스텔의 오브제가 아닌 존엄한 한 인간이라는 걸 사무치게 깨닫게 된다. 상대방의 몸에 온전히 들어가 그가 겪은 일을 함께 겪는 걸 시도하는 소설의 방식, 이 시점을 택한 작가의 용기를 지지하며 수상을 축하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엄마는 단순한 게 아니라 성실한 거였어. 단순함이라는 개념에 성실한 사람. 개념인지 뭔지 무슨 말인 건지 알고 싶지도 않고 내가 단순하든 성실하든 난 별 상관 없지만 아무튼 싸울 때는 내 모자란 점만 귀신같이 집어내면서도 가끔은 저렇게 날 인정해주는 미래. 청소 언니들이나 오피스텔 사람들한테도 싹싹하게 굴고, 내가 아프면 늘 챙겨주고, 집안일도 많이 하고, 내가 유일하게 오인환씨한테 자랑할 수 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