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나란히 방한하는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격화일로를 걷던 미중 무역 갈등이 이번 회담을 통해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더욱 깊은 골로 치달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각국이 탈달러화 움직임을 모색하고, 브릭스를 중심으로 위안화 결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향후 국제 금융 질서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적인 타협이나 갈등의 완화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는 이미 변곡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축소, 5경 원에 달하는 미국의 국가부채,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부상은 70년간 지속된 달러 패권의 쇠퇴를 예고한다. 향후 10년 안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세계를 휩쓸고 금융 시스템이 분산되면서, 부채 위기와 환율 위기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달러의 절대적 안정성이라는 신화가 무너지는 시대, 각국은 다극화된 통화 질서 속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가 그러한 전환기적 순간을 상징하는 역사적 장면으로 기억되지는 않을까? 과연 달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 경제경영 MD 김진해
추천의 글
"국제 금융의 전문가로서 경제 안정성에 다가오는 도전을 흥미롭게 분석한다." -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전 의장)
"고유의 통찰과 거시경제 발전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엮었다." - 모리스 옵스트펠드 (UC버클리 경제학 교수)
"가치를 이루 매길 수 없는 귀중한 자료." -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대표이사)
"경제학이라는 답답한 학문을 누구보다 재치 있게 풀어낸다." - 니얼 퍼거슨 (<둠: 재앙의 정치학> 저자)
"달러의 위상이 불편하리라는 믿음의 문제를 탁월하게 지적한다." -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 부총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본 영화를 여러 번 본다. N차 관람은 유행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고 영화를 음미하는 또 다른 방법으론 각본집을 읽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도 각본으로 만나보자.
박찬욱 감독이 구상부터 개봉에 이르기까지 17년 동안 담아두었던 영화인 <어쩔수가없다>는 해고당한 뒤 재취업에 목을 맨 노동자가 자신의 경쟁 상대로 평가받는 사람들을 살해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우화인 이 이야기는 박찬욱 감독이 제일 잘 소화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색과 질감이 다른 이중 띠지, 섬세하게 인쇄된 표지의 블랙박은 제지 회사에 다녔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며 소장하는 가치를 더해준다. 삭제 장면과 섬세한 지문, 인물의 내면을 담은 상세한 지문까지……. 영화의 감동을 언제고 꺼내볼 수 있다.
- 예술 MD 임이지
<달콤한 나의 도시>,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이 9년 만에 신작소설을 엮었다. 사회초년생의 위치에서 세계를 감각하던 그 여자들도 이제 자기 계급에 맞는 2020년대적인 고민을 겪는다. 1970년대에 태어나 반포 '아파트 키즈'로 90년대를 경험한 여성들은 2020년대에 기숙사형 자사고에 다니는 아들 등교를 도우며 계급과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한다. 아들 혁을 둔 여성인 안희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주의하라는 학교의 훈육 지침이라는 선을 두고 주춤거린다. 같은 학교에 딸을 보내는 같은 단지 친구 미령과도, 세상이 너무 과민하다는 남편과도 의견이 다르다. 수록작 <빛의 한가운데>의 안희가 겪고 있는 사건. 엄마로서, 아내로서, 친구로서, 인간으로서 사거리에 선 이 여성은 이제 입장을 정해 몸을 틀어야 한다.
2005년 발표된 작가의 단편 <삼풍백화점>은 백화점이 무너져내린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90년대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한 탁월한 소설이었다. 이제 작가는 그 예리함으로 2020년대적인 사건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미움과 단절을 본다. <실패담 크루>에 가입한 삼십대 중반 변호사는 모임의 '막내'로서 자신들이 '전형적인 꼰대'가 아니라고 하는 '90년대 초중반 학번'들의 심기를 보필해야 하고, <이모에 관하여>의 재연은 회사생활을 병행하려면 중국 국적 시터 '이모'를 믿어야 한다. 세속에 관한 탁월한 감각을 지닌 소설가가 포착한 2020년대. '제 안과 밖의 모순과 욕망들을 오래 들여다보면서 천천히, 멈추지 않고 썼습니다.' (작가의 말) 부대낌을 무릅쓰고 선을 넘을 독자의 용기를 기다리는 소설이 출발선 앞에 함께 섰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노 키즈 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지나치게 소란스러워서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얼마나 어리든 또는 얼마나 늙었든 자신이 있는 곳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노 피플 존. 나와 내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거나,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곳. 타인의 존재가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 않는. 한나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세계는 거기에 가까웠다. 그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_「단 하나의 아이」
현직 초등 교사로서 아이들을 돌보고, 작가로서 이야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김원아. 2016년 발간된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는 김원아 작가의 대표작이자, 최고작이라 할 수 있다. 첫 출간 이후 9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길고 긴 시간을 깨고, 마침내 새로운 애벌레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전작이 7번 애벌레의 이야기라면, 이번 책은 그보다 앞선 1번 애벌레의 모험을 그린다. 3학년 2반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1번 애벌레는 알 수 없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늘 궁금해하고 질문한다. 아이들과 노린재 같은 천적이 무섭고 두렵지만, 시도하고, 경험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1번 애벌레가 용감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 여정에 이주희 작가의 따뜻한 그림이 어우러져 이야기는 한층 포근하고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애벌레와 아이들의 올망졸망하고 순수한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 어린이 MD 송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