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연작소설. '좀비'가 등장하는 세 편의 이야기가 느슨하게 연결된다. 약한 이가 부서진 이에게 손을 내밀어 서로를 붙잡는 방식으로 이야기로 독자에게 손을 내밀던 천선란의 소설이 '좀비 아포칼립스'를 만나면 이런 이야기가 된다. 벽을 오르는 수억의 좀비 떼를 내려다보는 항공샷 대신 천선란의 소설은 인간이었던 한 존재와 그 존재의 손을 놓지 않는 다른 한 존재를 클로즈업한다.
1부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의 이주선의 탑승자 옥주는 묵호가 자신을 구했듯 묵호를 구하고 싶어 다른 궤도를 꿈꾼다. 2부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의 제비는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대신 좀비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구에서 가족과 함께 살기를 택한다. 3부 <우리를 아십니까>의 주인공은 좀비가 된 아내를 카트에 태우고 바다를 보러 간다.
작가의 전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의 외로운 뱀파이어,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이끼숲>을 나란히 두고 이 이야기를 읽어봐도 좋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믿는 작가의 한결같은 진심이 이제 이 문장을 필요로 하는 독자를 구할 차례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애잔하다는 것은 나약하고 쉬워 보인다는 의미에만 그치지 않아. 끝끝내 버틴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지. 나약하고 위태로운 건 아름답고, 버티는 건 강해.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 지 18년, 애플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공의 중심에는 언제나 '중국'이 있었다. 2000년대 초, 애플은 제조 기반을 중국으로 옮기며 '메이드 인 차이나'의 효율성을 가장 극적으로 활용한 기업이 되었다. 수천만 대의 아이폰이 매년 폭스콘 공장에서 생산되고, 그 과정을 통해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기술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상호의존은 시간이 흐를수록 균열을 드러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자 애플은 더 이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기업이 되어버렸다. 한때 혁신의 상징이던 애플은 지금, 정치와 경제의 거대한 힘 앞에서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고 있다.
<애플 인 차이나>는 바로 이 복잡한 관계의 그늘을 깊이 파고든다. 저자 패트릭 맥기는 오랜 기간 현장에서 취재한 방대한 자료와 내부자 인터뷰, 그리고 애플의 글로벌 전략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며, 한 기업의 영광 뒤에 감춰진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낸다. 애플의 공장 노동자들이 겪는 비인간적인 환경, 국가와 기업의 이해가 맞물려 만들어진 '의존의 구조', 그리고 미중 갈등 속에서 흔들리는 기술 패권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단지 애플의 문제를 넘어서, 세계가 어떻게 효율성과 이윤의 이름으로 도덕을 거래하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패트릭 맥기의 시선은 차갑지만, 그가 던지는 질문은 뜨겁다. "혁신은 누구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인가?"
책상 서랍을 열었다. 아이팟 터치 1세대를 손에 넣던 그날의 설렘이 문득 떠올랐다. 반짝이던 뒷면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nia Made in China"
- 경제경영 MD 김진해
추천의 글
"깊이 있는 조사로 집필된, 충격적이면서도 깨달음을 주는 책." - 크리스 밀러 (<칩 워>저자)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애플의 민낯을 정면으로 드러내는 책. 첨단 테크기업들을 위한 통찰력 있는 필독서가 될 것이다." - 김지윤 (김지윤의 지식Play 운영자)
"미국이 제조업 재건을 강조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통찰을 건넨다." -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
"미중 충돌의 결정적 계기와 트럼프 정부의 애플 압박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묻는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 박종훈 (<세계 경제 지각 변동> 저자)
카메룬 출신의 정치철학자이자 역사학자 아쉴 음벰베의 대표작 <죽음정치>는 동시대 비판이론의 최전선에서 근대 이후 정치의 어두운 구조를 해부하는 작업이다. 그는 푸코의 ‘생명정치’를 탈식민적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확장해, 근대 권력이 생명을 ‘인구’로써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죽음을 조직하고 배치하는가를 추적한다. 음벰베에 따르면 주권은 더 이상 단순히 생명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권력이 아니라, 누가 살아야 하고 누가 죽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식민지의 폭력, 인종주의, 분리와 배제의 정치 속에서 주권은 죽음을 관리하는 체계로 변모해 왔으며, 그 흔적은 오늘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등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죽음정치’의 논리를 통해 민주주의의 퇴보, 증오와 혐오의 확산, 배제와 폭력의 근원을 추적한다. 음벰베는 민주주의가 애초부터 배제된 타자를 전제로 작동해 왔음을 드러내며, 근대성의 이면에 자리한 폭력의 구조를 비판한다. 동시에 그는 프란츠 파농과 에두아르 글리상의 사유를 이어받아, 인간의 취약성과 유한성 속에서 관계와 돌봄, 연대를 기반으로 한 ‘통행자의 윤리’를 제시한다. 이 책은 죽음이 정치의 핵심이 되어버린 시대를 진단하는 동시에, 분리와 증오를 넘어선 행성적 공존의 윤리를 모색하는 급진적 사유의 기록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죽음세계의 확산에 맞서 새로운 세계 윤리를 제시한다”고 평했으며, 이러한 학문적 기여를 인정 받아 음벰베는 지난해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홀베르그상을 수상했다.
- 사회과학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하지만 오늘날 이 시대의 파르마콘으로서의 전쟁을 제대로 논하기 위해, 프란츠 파농을 불러내지 않고 과연 진정 그것을 논할 수 있을까? 이 글은 바로 그의 그림자 아래에서 쓰인 글이다. 그가 주로 말한 것은 식민지 전쟁이다.
못된 말만 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곰오. 저벅저벅 쿵쿵쿵 우당탕. 마음대로 집으로 쳐들어 와 자리를 차지한 곰오가 너무 밉고 당장 내쫓아버리고 싶은 생쥐. 참아보기도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보지만, 생쥐는 그런 곰오를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생쥐가 곰오를 미워할수록 곰오는 점점 더 거대해진다. 결국 생쥐는 곰오를 피해 집을 버리고 떠난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집으로 돌아온 생쥐는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게 방을 싹 치운다.
마음대로 선을 넘고,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당연시하면서 정작 자신의 불편함은 조금도 참지 못하는 사람들. 아이러니하게도 미움이라는 감정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을 잠식한다. 곰오가 거대해질수록 작아져 가던 생쥐처럼.
작가는 미움에 사로잡혔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옐로, 블루, 레드 등 강렬한 색감을 활용해 '미움'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그려낸다.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 있다면, 혹은 지금 그 감정에 머물고 있다면 한 장 한 장 깊이 공감하며 보게 될 것이다.
- 어린이 MD 송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