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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함 라이프 재킷 들풀의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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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진 사랑이 우리의 자랑"
사랑과 결함
예소연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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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의 첫 소설집이 한여름에 도착했다. 황금드래곤문학상을 수상한 SF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2023년 문지문학상 수상작 <사랑과 결함>을 이미 만난 독자가 기다렸을 바로 그 책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10편의 소설은 그야말로 동시대적이다.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거주지가 취약한 젊은 여성들은 "너 남자 없이 못 사냐?"(12쪽)라고 친구를 비난하면서도 마음이 허해 '어플'을 돌려 오늘 만날 남자를 찾기도 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우리 철봉 하자>의 두 친구 맹지와 석주는 "담당자가 너무 예민하다고. 페미 같다나 뭐라나."(17쪽)라는 인상비평에도 일자리를 잃을만큼 취약해서 크로스핏으로 근육량을 늘려서라도 이 세계에 붙어있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를 부르짖던 2천년대 초반의 노래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2020년대의 세상도 사랑이 너무 많은 사람을 우스꽝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철봉 하자>는 '남미새'라는 표현을 채택해 세태를 포착한다.)

예소연의 소설 속 인물들은 세계의 폭력에 긁힌 흉진 자리를 적나라하게 노출한다. <아주 사소한 시절> 3부작의 소꿉친구 희조와 미정, 표제작 <사랑과 결함>의 조카 성혜와 고모 순정 사이를 오가는 사랑은 지긋지긋하다. 지긋지긋할 때까지 날것이 되는 일이 사랑이라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모난 마음을 주워 담는' (360쪽) 것이 소설의 일이라고 이 소설을 읽노라면 믿고 싶어진다.

<사랑과 결함>의 소박맞은, 조울증 고모 순정의 삶을 읽으며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우리 고모를 떠올렸다. 아버지가 다른 자식들을 낳았던, 조증이 올라오면 택시비도 없이 수십 킬로미터를 충동적으로 이동했던, 술을 먹고 고함을 질렀던 고모가 수십 송이 백합꽃을 사들고 우리 집에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때 고모의 마음엔 조카가 이 꽃을 보고 기뻐하길 바라는 마음, 사랑이 있었을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나는 나에게 사랑을 흠뻑 주는 고모를 흠뻑 사랑했다는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도 순정 앞에서 절대로 엄마 편을 들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 시절의 나에게 사랑이란 그런 식으로 모종의 불안을 동반하며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드는 무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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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바다처럼 무정할지라도"
라이프 재킷
이현 지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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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껄렁한 이미지로 평소에도 "플렉스"를 입에 달고 다니던 천우. 어느 날 SNS에 장난스레 자기와 동생의 이름을 딴 요트 '천우신조호'의 사진을 올리며 #요트탈사람#플렉스_릴렉스 해시태그를 건다. 사실 이 게시물은 폭삭 망해버린 가정에 대한 원망과 정들었던 학교, 고향 해운대를 떠나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미약하게나마 반전시키기 위한 허세였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보고 모인 5명의 아이들은 압류 딱지가 붙었다 떨어진 흔적이 역력한 요트를 타고 무작정 해운대 바다로 나간다. 이 행동에 깊은 의미는 없다. 그저 각자 다른 입장, 다른 위치에 놓여있다 우연히 조우했을 뿐.

<푸른 사자 와니니>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현은 청소년 소설의 주된 배경이 되는 수도권 인근의 학교를 벗어나 부산, 그리고 망망대해로 주인공들을 이동시킨다. 광활한 바다, 그만큼 무서운 그곳에서 불의의 사건에 휘말인 이 아이들은 깊은 흉터를 얻는다. 그러나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흉터를 헤아리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건 뉴스 사건 보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일에 꼼짝없이 꽁꽁 묶인 이들은 계속 묶인 채로 이야기 속에 살아야 하는가? 설령 이들이 픽션 속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묶인 줄을 끊고 한 발짝 움직이길 원한다. 하물며 바다를 헤매고 온 이들에겐 한 발짝뿐이랴. "파도에 삼켜지지 않는" 모습을 바라고 바란다. 이건 바로 그 이야기다.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부산. 신조는 그중에서도 해운대에서 나고 자랐다. 날마다 바다를 보고 살았다. 세상 어디보다 그 바다가 좋았다. 하와이니 필리핀이니 호주니, 아름답기로 이름난 바다로 여행도 다녔지만 돌아오면 언제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운대가 최고지. 천국 같은 물빛이 아니어도, 신비한 산호초가 없어도, 돌고래가 뛰어놀지 않아도, 그래도. 그곳은 바다, 다름 아닌 신조의 바다였다.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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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의 희망은 절대 꺾이지 않는다"
들풀의 구원
빅토리아 베넷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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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수많은 위로를 받아왔다. 거센 불면의 여름날을 어느새 찾아온 찬 바람, 지겹도록 긴 겨울 호수를 녹이는 따스한 햇살 같은 것들 말이다. 보도블록 위 삐죽이 솟아 나온 이름 없는 풀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며 깊은 위로를 받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이 책은 가난, 가까운 사람의 죽음, 자녀의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점철된 한 시인의 고단한 삶을 가감 없이 기록하면서도 절대 지지 않는 한 사람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 희망의 근거는 바로 들풀이다. 저자는 정원에서 자라나는 들풀을 가꾸고 키워가며 삶의 시름을 잊기도, 삶의 희망을 얻기도 한다. 책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들풀이 소개되며, 한 귀퉁이에 들풀의 이름과 판화로 그린 작은 이미지를 넣었다. 지금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모두에게 위로와 구원의 메시지가 될 아름답고 고요한 책이다. - 에세이 MD 도란
이 책의 한 문장
슬픔은 우리와 함께 산다. 그래도 나는 그것이 우리의 나날을 몽땅 차지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우리의 좁고 고불고불한 오솔길을 걸으면서 발밑에서 피어나는 사이프러스 향을 맡는다. 이들은 제 나무와 관목을 포옹하며 생명체 하나하에 무럭무럭 자라라고 격려한다. 길어지는 빛 속에서 우리 정원이 자란다. 우리는 비의 해를 선물처럼 반기고 그것들이 하는 일을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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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쇽쇽 크키크키 림림림, 통통 튀고 재밌는 동시집"
선아의 기분은 록쇽쇽
박진경 지음, 간장 그림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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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읽기 어려워' '동시는 재미없어'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가져본 적 있는 어린이 독자에게 비룡소의 <동시야 놀자> 시리즈를 함께 읽어보자고 말을 건네고 싶다. 특히, 제3회 비룡소 동시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선아의 기분은 록쇽쇽>은 쉽게 읽히고, 유쾌 통쾌해서 동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동시집이다.

제1회 비룡소 동시문학상 <바위 굴 속에서 쿨쿨>, 제2회 <두루마리 화장지>에 이은 대상작인 이번 동시집은 제목부터 통통 튄다.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 일상생활, 자연 속에서 소재로 한 총 42편의 동시가 개성 넘치는 아이의 목소리로 리듬감 넘치게 펼쳐진다. 록쇽쇽 기분이 된 선아, 림림림 기다랗게 우는 기린, 타당타당 양파를 썰며 파앙파앙 우는 엄마. 기발한 아이디어와 팔딱팔딱 뛰는 언어로 지어진 동시, 작은 요소마저 놓칠 수 없는 일러스트레이터 간장 작가의 귀여운 그림이 한 권에 꽉 채워져 있다. 읽는 동안 동동동 붕붕붕 쇼옹쇼옹 유쾌한 기분이 된다. - 어린이 MD 송진경
심사평
남다른 개성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용감하고 속 깊으며 시니컬한 아이의 입을 빌려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전위적', '실험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 심사위원 최승호, 허연, 황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