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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미드나잇 뮤지엄 : 파리 미스터 체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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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과학의 풍경, 그 찬란한 빛과 어둠"
불확실성의 시대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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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유럽의 중심이 되려는 야망에 휩싸인 베를린, 막스 플랑크가 양자의 존재를 발표한다. 후대 과학사에 "양자물리학의 탄생 시간"으로 길이 남을 이 순간, 그는 양자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이 발견이 가져올 파괴력을 최초로 알아차린 것은 베른의 한 특허청 직원이었다. 박사학위 취득에 실패하고 시간강사 자리에도 탈락한 후 겨우 취직해 밥벌이에 만족하던 그의 이름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발 딛고 서 있을 단단한 땅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는 소회와 함께 그는 오래도록 간직한 자신의 이론을 봉투에 담아 물리학 잡지에 기고하기 위해 가슴에 품고 출근길에 오른다.

고전물리학이라는 단단한 벽을 깨부수고 과학의 영토를 넓혀나간 시대, 지성의 빛으로 가장 찬란한 광채를 발하다 전쟁의 참화로 가장 어둡게 저물어간 시대. 20세기의 초입을 살아간 과학자들을 비추는 이 책의 목차는 1900년의 베를린과 1903년의 파리에서 시작해 1945년의 영국에서 끝나기까지, 연도와 장소로 구성되어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어진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당대 과학자들이 남긴 편지, 메모, 논문, 저서 등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여 현대물리학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오늘의 세계에서 영원한 진리로 통하는 과학사의 위대한 개념들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의 지적 환희와 고뇌의 무게.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공감과 논쟁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과학의 토대를 쌓아나간 이들의 면면이 아름답다. - 과학 MD 권벼리
이 책의 한 문장
마리가 박사학위 축하 파티를 마치고 살롱을 나와 피에르와 팔짱을 끼고 여름밤 속으로 들어갈 때, 파티 손님들이 그들을 위해 유리잔을 높이 들었다. 퀴리 부부는 빛에서 벗어나 몇 걸음을 걸었고 그곳에는 오직 두 사람만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에서 피에르가 조끼 주머니에서 라듐브로마이드가 든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에서 빛이 나와 그들의 얼굴을 비췄다. 술기운에 붉어진 편안한 얼굴, 그리고 화상으로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피에르의 손가락. 그것은 언젠가 마리를 죽게 할 방사능 질병의 전조이자, 그들이 쫓고 있는 지식의 무게를 알려주는 첫 번째 암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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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의 이야기로 돌아온 <쉬운 천국> 유지혜 작가"
우정 도둑
유지혜 지음 /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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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로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특유의 감각 넘치는 글로 20대 독자층을 사로잡았던 <쉬운 천국>의 유지혜 작가. 이십 대를 지나 무게감을 더한 삼십 대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작가에게 우정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유대를 넘어, 보다 넓은 세계와의 연결을 뜻한다. 이번 책은,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결핍을 채우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눈을 뜬 세계에 관한 기록이다.

작가는 자신에게 이미 있는 것을 아끼고 길러내는 걸로는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방향을 틀어 자신에게 없는 것을 메우는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사랑보다 훨씬 오래가는, 어쩌면 영원할 수도 있는 우정을 선택했다. 뉴욕과 독일의 거리, 여름, 책, 여행, 친구, 욕망, 고독. 그 모든 것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경험하고 깨치며, 자기 자신을 다듬어온 시간이 빼곡히 담겨 있다. 이전 작품과는 다른 느낌의 산문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실컷 미워했던 그 애의 잠든 얼굴 앞에서 말한다. 어린 날의 기대와는 달리, 우리는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은 것 같아. 그러나 우리에게 확실히 없는 것은 이제 알아. 이제는 부재한 것들에 집중하고 싶어. 너는 결국 네게 없는 것들로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너에 대한 미움을 없애면, 조금은 아름다워질 수 있겠지. 특별하지 않은 나와 너, 각자의 고유한 결핍으로 자유로워지자고, 그 애를 깨워 말하고 싶다. 영영 말이 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하려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면서. 이렇게,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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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도시 파리에서 일주일을"
미드나잇 뮤지엄 : 파리
박송이 지음 / 빅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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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주인공은 창문을 열면 에펠탑이 보이고 택시를 타면 개선문을 지날 수 있는 도시인 파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파티에서 그가 받은 첫 질문은 '무슨 복이 터져서 파리에 오게 됐어요?' 모퉁이를 돌면 그곳이 유적지인 파리, 즐길 것이 많은 이 도시에서 미술관으로만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면 파리의 문화해설사는 어떤 방식으로 여행할까? 저자 박송이는 '7일 간 파리의 미술관 여행을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파리에서 그가 보낸 12년의 시간 동안 지치고 외로울 때 가장 많은 시간 보낸 공간, 작품들을 선정해 40개의 작품을 답으로 적었다.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세계사적 의미, 기법 및 작가의 생애 등을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하며 미술관을 거닌다. 1장에서 하루를 보내기 좋은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 같은 큰 미술관을 소개하고 2장에서는 반나절을 보내기 좋은, 상대적으로 한적한 미술관을 소개한다. 모네를 가장 많이 소장했다는 마르모탕 미술관, 화가의 집이기도 한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파리라는 도시에 대해 전시하는 프티 팔레와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 등에 관해 읽으며 가보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가보지 않을 미술관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르세에서 만나는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부터 마르모탕 미술관에서 만나는 모네의 <인상, 해돋이>까지, 상상만으로도 파리의 밤은 짧다. - 예술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깜깜한 밤, 하늘엔 별들이 빛나고 있다. 아를의 9월은 청명했고, 하늘 가운데 자리한 북두칠성의 모양으로 보아 그가 그림을 그린 시간은 자정 무렵일 것이다. 고흐는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종종 밤이 낮보다 훨씬 더 풍부하게 물들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이 그림에서 표현된 밤 풍경 역시 파란색과 노란색이 주를 이루지만 단조롭지 않고 풍부하도록 부분 부분 변화를 주고 있다. 그리고 칠하는 방법도 하늘은 격자무늬, 강은 가로 선, 땅은 사선으로 붓을 움직여 다른 느낌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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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 회고록"
미스터 체어맨
폴 볼커.크리스틴 하퍼 지음, 남민호 옮김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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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이니가 미국이 지지하는 이란 국왕을 몰아냈던 1979년 초 이후 석유파동과 달러화 약세로 인해 물가가 1년 만에 무려 13퍼센트나 오르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미국을 휩쓸었다. 1979년 7월, 당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이던 폴 볼커는 카터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약국 처방전에 끄적인 세 가지를 말했다. “저는 연준의 독립성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전면전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밀러 의장이 유지해 온 통화정책 기조보다 더 긴축적인 기조를 지지합니다.” 대통령과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볼커는 친구들에게 “연준 의장이 될 가능성을 날려버렸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7시 30분, 볼커는 카터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연준 의장에 임명되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의 등장이었다.

그는 연준 의장 취임 후 곧바로 강력한 금리 인상, 통화 공급 억제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시중금리는 21.5%라는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18%를 상회하는 등 미국 금융 역사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기록하였다. 높은 금리에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고, 무장한 남성이 연준 건물에 난입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볼커는 권총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위협과 저항, 그리고 경기침체 우려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이어갔고, 마침내 승리하면서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그것은 바로 중앙은행의 신뢰성은 한번 잃어버리면 되찾기 힘들다는 것. 강경한 전략을 철회하면 신뢰성을 읽어버리고, 더 큰 부정적 결과를 부른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 책에서 볼커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사실상 변동환율 제도로 바뀌게 되는 ‘닉슨 쇼크’ 등 지난 세기 중후반 세계 경제가 요동치던 현장 속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회고록인 만큼 화자인 볼커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경제사의 주요 순간들, 경제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기획되고 실행되며 정치와 상호작용하는지, 효율적인 정책 결정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과 태도가 필요한지에 대한 볼커의 관점 등 인플레이션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지금 이 시점에 읽을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넘치는 책이다. - 경제경영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당시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기까지 금리가 얼마나 상승할지를 내가 알고 있었을까? 아니다. 지금 돌아봤을 때,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까? 내가 아는 한 없었다. 이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