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의 새로운 대표작"
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306쪽) 이 역사소설에 덧붙인 소설가 김훈의 말이다. 1948년생인 작가 김훈은 '더이상 미루어 둘 수가 없다는 절박함'으로 가슴 속에 오래 담아두고 있던 이야기를,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글로 붙잡았다고 한다. 적의 법정에서 스스로의 직업을 포수로, 무직으로 소개한 한 인간의 육신이 거쳐간 길을 이 소설은 따른다. 차례에 앞서 안중근이 이동한 도시들의 이름이 새겨진 지도가 소개된 이유다. 안중근은 1909년 10월 22일, 이토 히로부미는 10월 26일에 하얼빈에 도착했다.
많은 독자가 김훈의 <칼의 노래>를 사랑하는 것은, 그의 소설이 불가능에 가까운 승리를 이룬 한 인간의 위대함이 아닌, 그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한 인간의 마음 속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격랑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식 교육을 받고 천주교에 입교해 도마라는 세례명을 받은 한 젊은이는 살인의 죄명으로 처형당했다. "이토가 죽었다면, 나의 목숨이 이토의 목숨 속에 들어가서 박힌 것이다."(193쪽)라고 김훈의 소설 속 인물은 생각한다. 아직 그가 살아있을 때의 일이다. 안중근의 마지막 7일을, 그의 젊었던 날을 김훈이 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1908년 1월 7일, 일본 제국 천황 메이지는 도쿄의 황궁에서 대한제국 황태자 이은을 접견했다.
이 책의 한 문장
ㅡ 너는 가기로 작정을 하고 나를 찾아왔구나. 나는 나의 사람됨을 알고 있다. 너의 영혼을 나는 가엾게 여긴다.
안중근이 일어서서 물러가려 할 때 빌렘은 돌아앉아서, 겟세마네의 예수를 향해 기도드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