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우울은 사회적으로 등한시되는 감정이지만 창의성과 공감력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정신의학교수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의 연구에 따르면,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기분 장애를 겪는 확률이 8~10배 높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꼴사납다고만 여긴다면 그 감정에서 뽑아 올릴 수 있는 어떤 힘들을 모른 채로 지나가게 될 것이다.
<콰이어트>를 통해 내향적인 성격의 강점을 설파했던 수전 케인이 이번 책에서는 우울과 슬픔의 강점을 찾아낸다. 긍정과 낙관의 생산성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신화로 가득 찬 사회에서 우울은 곧 도태로 연결되는 감정인 양 치부되지만 이 책은 부정적 감정의 쓸모가 결코 적지 않음을 증명한다. 심리학자 김경일이 강력 추천했다.
- 인문 MD 김경영
추천의 글
프랑스 작가 폴 부르제가 자신의 작품 <정오의 악마>에서 남긴 문장이 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문장을 가장 완벽하게 녹여낸 인생작을 결코 놓치지 마시라 분명히 말씀드린다. - 김경일, 심리학자
최초로 읽은 판타지 소설은 역시나 <해리 포터>였다. 전 세계 모든 독자와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마법학교에 입학하라는 편지가 날아오길 학수고대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해리 포터>는 어느새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머글이 무엇인지 래번클로가 무엇인지 아는 어린이 독자들은 줄어들고 있다.
유년 시절 판타지 소설을 재밌게 읽은 작가 앤드루 피터슨은 본인의 자녀들에게 <나니아 연대기>를 읽어주면서, 직접 판타지 소설을 쓰고자 마음먹는다. 이 책은 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가난하게 살아가던 세 남매가 주인공이다. 악마가 지배한 '에어위아'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며 장대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판타지 소설처럼 주인공에게 특별한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용기와 모험심, 재치와 끈기, 사랑과 우정 등 우리 삶에 꼭 필요하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는 능력으로 위기를 차근차근 극복한다. 주인공과 동화되고 싶은 새로운 시대의 독자들은 '이기비' 남매처럼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든 영웅이 될 수 있다. 판타지 소설처럼. - 어린이 MD 임이지
아이가 예정일보다 3개월 일찍 태어났다. 1.03킬로그램으로 세상에 나온 아이는 오른손을 거의 못 쓰고, 오른 다리를 까치발로 들고 걷는, 뇌성마비 증세를 보였다. 아이가 네 살이 되었을 때, 원인불명의 뇌 손상으로 사지마비 진단을 받고 시력을 잃게 되었다. 아이의 엄마이자 이 책의 저자 이명희는 자신 앞에 벌어진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해 '내 세계가 깨지는 경험'이고, '내가 살아본 적 없는 방식의 삶'이었음을 토로한다.
이 책은 '누워 있는 아이'의 엄마로서 버텨온 날과, '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시도한 여러 방법에 관해 가감 없이 써 내려간 글을 담고 있다. '이게 내 아이라고?' 현실을 부정했다가, 아이와 함께 죽으려 했다가, 아이를 두고 도망치려고도 했다. 죽어야 끝나거나 다 놓아버리거나 단 두 가지의 해결책뿐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을 단념하고, 아이의 사랑스러운 웃음과 절망 사이에서 매일 매 순간 갈등하고 고뇌한 시간과 날것의 감정을 그림과 글로 낱낱이 기록했다. 앞으로도 아이 앞에서 낙담하고 흔들릴 테지만,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노력과 다짐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마지막 고백까지, 오래도록 마음에 기억될 책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이 이야기는 읽기보다 듣기에 가까울 것이다. 마주 앉아 들어도 좋겠지만 나란히 서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들으면 더 좋겠다. 다 듣고 나서 통찰력을 담뿍 담아 대답할 자신은 없다. 다만 타인의 이야기에 내 설움을 함부로 비비는 어쭙잖음은 경계할 것이다. 들려준 이의 손을 살짝 잡았다 놓는 마음으로 책을 한번 쓰다듬고 품에 안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 이제 다 잃고 없는데도 자기연민 하나 없이,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란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 페이지에 무한한 경의를 담아 아끼는 책갈피를 끼워둘 것이다. - 이주혜 (소설가)
<줄리아나 도쿄>로 오늘의 작가상을, 2021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한정현의 신작. 이동기의 작품 '모던 보이'를 사용한 표지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광복 이후 단독정부 수립 전 까지의 미군정기(1945~1948년). 윤박 교수 살인사건과 세 명의 여성 용의자의 사연에서 시작한다. 혼란한 시대였다. 미군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 언론과 경찰은 이 여성 용의자들에게서 혐의를 찾아낸다.
"세상을 천지창조한 신 중에 유일한 여성신"인 마고는 아무 것도 파괴하지 않고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41쪽) 세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성 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문자의 시대가 도래한 순간, '마고'는 쫓겨나 마녀의 이름이 된다. 한정현의 세계관을 사랑한 독자라면 이 이야기에서 익숙한 이야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셜록과 왓슨을 연상시키는 여성 탐정의 활약, 간호사 안나 서의 연인이자, 남성의 옷을 입고 '윤경준'이라는 이름을 쓰며 연애소설을 쓰는 윤경아... '누군가를 파괴하지 않고도 사랑이라는 걸 하는' 이들이 파괴될 수밖에 없었던 세계의 역사를 다시 쓰며, 한정현은 그 찢어진 세계를 바느질로 기워내고 싶은 듯하다. 한정현의 인물들은 혼란한 서울을 걷고 뛰며, 그렇게 세계를 기워나간다. 리베카 솔닛은 <걷기의 인문학>을 이런 말로 시작한다. "걷는 일은 찢어진 곳을 꿰매는 바느질입니다. 보행은 찢어짐에 맞서는 저항입니다."(11쪽)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그 여인을 그냥 두세요. 여자를 제발 내버려두세요."
이 책의 한 문장
"무엇보다 윤박 그자가 죽어 마땅한 것은...... 그자는 한 사람의 영혼까지 망가뜨렸어요. 한 사람이 모든 걸 바친 결과물들을 훔쳐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