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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심연 시절의 독서 네 번의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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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인 (양장)
천선란 지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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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년 전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목 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작가의 말) 천선란의 이 소설은 그 순간 시작되었다. 갑자기 식물들의 소리가 들리거나 손톱 사이로 새싹이 자라기 전까지는 자신이 평범한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유나인. 그에겐 이제 식물의 목소리가 들린다. 세상 사람은 누구도 목격하지 못한 억울한 죽음을 바라보고 있던 식물들의 선량함이.

2년 전 갑자기 실종된 원우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는 그의 아버지를 나인은 안다. 나인처럼 조금 다른 구석이 있는 나인의 친구들, 미래와 현재도 그 아저씨의 절절한 그리움을 안다. 타인의 슬픔을 안다면 타인을 위해 달릴 수 있다. 숲이 전해준 이야기를 말하는 나인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나인의 친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원우를 위해 노력한다. "한 명이 막는 것보단 여러 명이 막는 게 더 좋다는 것, 무른 흙도 밀리고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단단해진다는 것"(376쪽)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그렇게 무용한 것을 위해 노력한다.

<나나>를 첫 권으로 소개한 소설Y 시리즈와 함께 숲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은밀하게,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다는 걸" (239쪽)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의 산뜻한 달음박질. 소설가 정세랑의 추천처럼 "생장점 가득한 천선란 소설이 가닿아야 할 사람들에게 꼭 가닿기만을 바라고 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우리는 그냥 딱 보면 알아. 아, 쟤도 바깥에서 왔구나. 신호등이 깜빡일 때 걷지 않는 사람들 있잖아. 버스를 탈 때 노인이나 아이를 위해 한발 양보하거나 지하철에서 사람이 다 내려야만 타는 사람. 이상하리만치 느긋하게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외계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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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마지막 소설"
마음의 심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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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미발표 유작 <마음의 심연> 출간은 2019년 프랑스 문학계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원고는 사강 사후 십여 년 동안 서랍 속에 깊숙히 묻혀 있다가, 그의 아들 드니 웨스토프가 발견하여 빛을 보게 되었다. 사강의 마지막 작품이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발표되었을 때, 독자들은 책방 앞에 길게 줄을 섰고, 초판 부수가 빠르게 소진되어 품절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사강의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 출간 이후 65년, 그의 마지막 소설 <마음의 심연>이 그리는 세계는 어떤 곳일까. 화려한 대저택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공허한 사람들. 생기를 머금은 산뜻한 문장, 공중에 살짝 떠 있는 듯 경쾌하면서도 날카로운 생의 감각. 세상의 도덕과 관습, 온갖 겉치레를 향한 냉소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사강은 “작가는 같은 작품을 쓰고 또 쓰는 것 같다. 다만 시선의 각도, 방법, 조명만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어떤 소설은 언제나 젊음 속에 머물러 있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정원 가장자리에 플라타너스 네 그루와 녹색 벤치 여섯 개가 자리 잡고 있는 대저택 라 크레소나드의 테라스는 웅장했다.

추천의 글
서랍 깊숙한 곳에서 나온 사강의 미발표 소설. 종이는 삭고 글씨는 바랐지만 사강의 감성과 문체, 풍자와 유머가 그 어떤 작품보다 생생하게 빛을 발하는 작품.
- 파리지엔

표면적으로는 점잖은 듯 보이는 부르주아적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책장을 넘길수록 통념을 뒤엎고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 리브르 에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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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전 대법관이 읽은 작가들"
시절의 독서
김영란 지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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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라는 이름의 그림자는 외로움일 것이다. 존재의 당연한 요구가 자주 번거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까다롭게 느껴지고 이상하게 여겨지기 일쑤여서 '최초'는 늘 조심스러운 동시에 그 이름을 망치치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운명일 수밖에 없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라는 타이틀의 무게가 어떤 것일지는 짐작조차 어렵다. 다만 그가 "책에서 세상과 싸울 무기를 구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세상을 납득해 보려는 도구를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 말과 그가 이 책에서 골라 소개한 작가들의 면면에서,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부딪히며 걸어왔음을 느낀다.

김영란은 이 책에서 루이자 메이 올컷, 브론테 자매, 버지니아 울프, 도리스 레싱 등의 삶과 그들의 작품을 함께 엮어 살핀다. 작품이 작가의 삶 중 어떤 결에서 탄생했으며, 문학을 통해 벗어나고자 했던 삶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끝끝내 발목 잡힌 삶의 덫은 무엇이었는지를 들여다보며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해나간다. 누가 읽어도 좋겠지만 김영란 그가 어린 시절에 읽은 작가들로 책을 시작하는 만큼 10대-20대 여성에게 더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이미 읽은 책과 아직 읽지 않은 책 사이를 거닐며 삶과 책과 세상에 대한 자기만의 자세를 익힐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비록 그들의 삶이 나의 삶의 시간을 구성했지만 결국 나는 그들을 관찰하는 사람에 불과했다는 것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내 생각이었다. 그러나 글을 마칠 무렵이 되자 결국 책을 통해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이 내 삶에 들어와 있는 인물들이며 나였다는 생각 또한 든다. 그리고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때에 뒤늦게 다가올 진리의 순간에는 나 자신의 삶과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속의 등장인물의 삶을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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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케이시는 미야베 미유키를 닮았다.""
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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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제작해 판매를 시작한 전자책 한 권으로 독자를 만난 작가가 있다. 아직은 낯설 이름 케이시. 이야기 자체의 힘으로 영화화 판권 계약을 이미 마친 작가가 <네 권의 노크>라는 미스터리 소설을 종이책으로 단장해 출사표를 내민다. 크리픽쳐스 대표 정종훈이 "통찰력 있는 엔딩까지 단숨에 밀어붙이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다는 이야기. 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조영주가 "케이시는 미야베 미유키를 닮았다."고 추천하는 작가의 설계도에 주목해본다.

소설 <화차>에 살 법한 사람들이 이 건물이 산다. 술취한 사람이 욕하며 싸우는 소리가 함부로 내 공간을 침범하는 '우범지대'. 여성 전용 원룸으로 이루어진 3층 건물에서 한 남자가 죽었다. 남자는 살해되었나. 누가, 왜, 이 남자를 죽였나. 1부엔 거주자 내사 기록이, 2부엔 거주자 독백이 이어진다. 301호의 영매, 302호의 디자이너, 303호의 사회복지사, 304호의 경도 지적장애인, 305호의 액세서리 노점상, 306호의 건물 관리인. 방음이 되지 않는 집에 사는 이들은 "서로의 사생활을 대강 알지만 절대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룰."(23쪽)을 지키며 간섭하지 않지만, 실은 서로에 대해 거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이웃의 이름을 잘 알지 못하듯, 우리는 이 소설 속 여성들의 이름을 끝내 알지 못한다. "과거는 혐오스럽고, 현재는 답답하고 지루해서 오직 미래만 붙잡고 살았어요."(45쪽) "가장 한심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내뱉는 비난들이 우스웠거든요."(68쪽) "요즘은 누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잖아요."(112쪽)라는 그들의 진술에 새삼 놀라며 다시 돌아볼 뿐. 다정한 연대보다 서늘한 반목에 더 매혹되는 독자를 위해 준비된, 새로운 K-미스터리 스릴러.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아차, 웃음소리만으로 행복을 유추해선 안 된다. 경계하지 않으면 스스로도 속는다. 웃음에 칼을 숨긴 사람들도 많았다. 저 웃음소리 중 하나는 칼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