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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말이 사라진 날 이너 시티 이야기 가만히 부르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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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글을 생각하다"
나라말이 사라진 날
정재환 지음 / 생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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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원어민 강사의 수업을 듣는다거나 한국인이 잘 찾지 않는 곳을 여행한다거나 한국 학생이 없는 곳으로 유학을 가는 상황 등을 떠올려 볼 수는 있지만, 하루아침에 우리말글이 사라진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그 아픈 마음을 우리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방송인으로 유명했던 시절부터 한글 사랑이 남달랐던 정재환 교수가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의 마음을 되살린다. 조선어학회의 여러 활동과 일제의 야심이 드러난 '조선어학회사건'을 중심으로, 한글의 탄생과 생존의 역사를 두루 살핀다.

한글의 역사는 기구했다. 훈민정음이 널리 배포되었음에도 지식인들의 이중 언어생활은 계속되었고, 고종의 국문칙령 전까지 국문의 역할을 한 것은 한자였다. 독립신문이 국문전용 시대를 활짝 여는가 싶었지만 이내 일본어가 국어가 되는 참사까지 일어났다. 그렇게 나라와 나라말을 영영 잃을 뻔했던 우리가 이렇게 한글을 당연하게 쓰고 있는 것은 모두 선조들의 투쟁 덕분이다. 책을 읽으며 한글의 창제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날, 한글날의 의의를 다시 생각한다. 한글날은 또 하나의 삼일절이요 광복절이다. - 역사 MD 홍성원
이 책의 첫 문장
오늘 국어를 썼다가 선생님한테 단단히 꾸지람을 들었다.

이 책의 한 문장
해를 거듭하는 동안 삶은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엮인다. ...훗날 정태진은 정인승의 권유를 받고 조선어학회 사전 편찬원이 되지만, 당시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이기에 누구나 미지의 삶에 대한 궁금증과 꿈과 기대와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정태진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식민지 청년이었지만, 그 또한 기적 소리를 울리며 질주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내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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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동물들은 고유한 이유로 존재한다."
이너 시티 이야기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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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빨간 나무>, <도착> 등으로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세계적 그림책 작가 숀 탠의 신작. 2020년 영국에서 가장 우수한 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작이다. <이너 시티 이야기>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 곁에 머무는 스물다섯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서 그나마 온기를 전해주는 것은 오로지 동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인지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하다못해 인간 자신도 동물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회색빛 건물 사이에서 계속 살아갈 작정이라면 주변 동물들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비, 비둘기, 벌처럼 누군가에겐 해로운 존재도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덤덤히 살아간다.

인간이 없애버린 동물, 인간과 공존하는 동물, 동물로서의 인간, 인간이 싫어하는 동물... 얽히고설킨 동물과 인간의 면면을 숀 탠 특유의 초현실적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나아가 작가의 팬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공존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만족스러운 읽기가 될 것이다. - 어린이 MD 임아혁
이 책의 한 문장
코뿔소가 다시 고속도로에 있었어. 우리는 분노의 뿔피리를 불었지! 사람들이 와서 총으로 쏘아 죽이고 한쪽으로 밀어 놓았어. 우리는 감사의 뿔피리를 불었지! 그건 어제였어. 오늘 우리는 모두 끔찍한 느낌이야. 아무도 그것이 마지막 코뿔소인지 몰랐어. 어떻게 그것이 마지막 코뿔소인지 알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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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가을, 어른의 사랑"
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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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이야기로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작가 임경선이 가을에 어울리는 어른의 사랑 이야기를 내민다. "정돈된 일상을 유지해야 안심이"(14쪽) 되고, "이제는 정말 소중히 할 수 있는 것들만 조금 가지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10쪽) 된 나이. 그렇게 조금쯤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 것 같은 나이. 삼십대 건축가 수진은 사십대인 건축사무소 대표인 혁범과 아무도 모르는 만남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식물과 함께 일하는 이십대 한솔이 망설이지 않고 다가온다. '사랑 앞에선 좀처럼 면역이 생기지 않는' 마음과 함께 섬세한 사랑 이야기가 흐른다.

"공공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지. 땅을 모욕해서는 안 돼."(37쪽)라고 말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직업윤리를 지닌 사람 혁범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지금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지만, 저는 괜찮아질 거라는거예요." (103쪽) 라고 말하며 의연하고 솔직하게 수진에게 다가오는 한솔. 일과 사랑에 대한 각자의 어른스러움으로 진실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내어 놓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또한 세상 둘도 없이 소중하기에, 가장 애틋한 마음을 담아 가만히 그 이름을"(217쪽) 부르는 그 순간, 사랑이 그곳에 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계절이 바뀌는 정확한 순간을, 수진의 짧은 반곱슬 머리 밑으로 드러난 목덜미에 닿는 찬 기운이 알려주었다.

이 책의 한 문장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다보면 어느새 몸이 자연스럽게 익히는 그런 것들. 그러나 바로 그 부분 때문에 혁범의 세련된 자상함은 수진을 못 견디게 만들었다. 저런 말을 하는 혁범이 참 못됐다고 생각했다. 밉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움은 사랑의 모습을 닮아있기도 하다.
애초에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은 첫 순간에 이미 사랑하는 역할과 사랑받는 역할로 정해져버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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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집물질물리학을 소개하는 탁월한 교양서"
물질의 물리학
한정훈 지음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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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길래, 내가 드디어 과학에 눈을 뜬 것인가 감격할 뻔했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책 읽는 과정이 아무리 작가와 독자의 줄탁동시라지만 줄과 탁 중에 더 힘센 쪽은 분명 있다. 이 책은 저자의 '탁'이 압도적이다. 물질의 물리학이라는 낯선 개념을 이렇게까지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내 잠재력은 아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물질의 물리학에 대해 설명한다. 응집물질물리학은 현대물리학에서 가장 큰 분야인데, 세상을 이루는 물질에 대한 근원적인 탐구를 하는 학문이다. 놀랍게도 국내 교양 물리학 서적 중엔 이 분야를 다루는 책이 아직까지 없었다. 이 책이 첫 단추다. 시작이 좋다.

물질이라는 것이, 책에도 나오듯 똑떨어지게 설명 가능한 개념이 아니다. 때문에 전문가와 배경지식 없는 이가 대화하기엔 서로 난감해질 요소가 많은데, 저자는 이 난관을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과 재미있는 비유로 돌파해버린다. 저자 본인과 멋진 물리학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서 자연스레 물질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호텔 투숙객이나 주방의 연구 같은 비유로 전자와 가설을 설명하는 식이다. 과학서인데 곳곳에서 인문서의 향기가 배어 나온다. 이것은 뭐랄까, 아름다운 반칙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앞으로 전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 책을 내밀며 "이게 제 인생이었습니다."라고 말하겠다는 멋진 말을 남겼다. 이렇게 단단한 교양서로 인생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 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첫 문장
1983년 여름, 알래스카 앵커리지 공항 환승 구역에서 내다본 바깥은 깜깜하고 스산했다.

이 책의 한 문장
거대한 우주에 대한 서사나,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소립자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 없다. 책의 출발점은 일상생활의 뿌리요 뼈대인 원자이고, 그 원자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이다. 이 책은 원자로부터 시작해서 몸집을 키워나간다. 물질의 세계를 향해 나간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견되는 익숙한 물질보다는 실험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물질의 세계를 주로 다루었다. 진정한 양자 물질의 세계는 산속에 은둔해 무술 연마에만 몰두하는 무림 고수의 세계와 비슷하다. 실험실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그 무림 세계를 지배하는 굵직한 계파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