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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 패망사 테베의 태양 어디에 있을까 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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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일본 제국 패망사
존 톨랜드 지음, 박병화.이두영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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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오아후 섬을 여행하던 때가 기억난다. 저 멀리 호놀룰루 국제공항 너머 진주만 부근에서 대낮부터 폭죽이 터졌다. 무슨 행사였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진주만 공습으로부터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머무르던 알라모아나와 와이키키 해변은 서쪽을 향하고 있어 이후 '일몰'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원제 <The Rising Sun>을 보고 떠오른 역설적인 장면이다. 아니 어쩌면 태평양전쟁 자체가 모순과 역설 덩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 혼란스럽던 시절을 최대한 혼란스럽지 않게 읽어 내기 위해 <아돌프 히틀러>로 유명한 전쟁사학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존 톨런드가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15개월 동안 극동지역을 돌며 자료를 조사하고 500여 명의 '관계자'들을 인터뷰하여 1936년부터 1945년까지의 태평양전쟁 통사를 완성해 냈다. 철저한 고증과 객관적 서술이 뒷받침되었기에 퓰리처상(1972년)의 영광도 가능했다. 국내에는 이제서야 소개되지만, 그 무모했던 전쟁의 여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에게는 마냥 반가울 따름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역사'에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그는 힘주어 말한다. 역사에 단순한 교훈은 없으며, 반복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라고. 본문만 1,3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결코 가벼이 읽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마음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 책을 읽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계절이다. - 역사 MD 홍성원
첫문장
1936년 2월 25일 오후, 도쿄의 하늘은 불길할 만큼 어두컴컴했다.

책 속에서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다. 하지만 이 전쟁은 해결한 문제보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대대적인 저항이 한창 일어나고 있는 아시아는 서양의 지배라는 족쇄를 벗어던졌다. 전쟁은 세계적인 갈등에서 분열된 민족주의적 해방 투쟁으로 변해가게 된다. 공교롭게도 일본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전쟁 목표 중 하나가 실현되고 있었다. 아시아는 마침내 백인들에게서 벗어나는 중이었다. 영국은 이미 버마를 잃었고, 인도 또한 잃을 참이었다.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에서는 전쟁 중 일본을 지지했던 아크멧 수카르노와 모하멧 하티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독립 운동을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전쟁 이후 공산주의자들과 서양의 지배를 받는 국민당 사이에 패권 경쟁이 시작되었다. (...) 미국은 자신이 2개의 서로 다른 전쟁, 즉 유럽 파시즘에 대항한 전쟁과 아시아의 열망에 대항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세계사의 흐름은 이후 20년, 30년 아니 어쩌면 40년 동안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1320~1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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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스페인 미스터리"
테베의 태양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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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 마누엘의 일상을 무너뜨린 경찰의 방문. 15년을 함께한 배우자 알바로가 갈리시아 지방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비보다. 알바로와 아무 연고가 없는 곳이라 의아해하며 사고 장소로 향한 마누엘은 더욱 이상한 일들을 맞닥뜨린다. 두 개의 휴대전화, 없어진 결혼 반지, 처음 보는 배우자의 가족들, 그리고 그들이 갈리시아 지방의 명망 높은 후작 집안이며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졌다는 사실도. 배우자가 자신을 철저히 속여왔다는 생각에 마누엘은 깊은 상처를 입고 분노에 휩싸인다. 아름답지만 뭔가 꺼림칙한 마을을 떠나려 할 때, 한 경찰이 그를 찾아와 붙잡는다. 알바로가 살해당했다는 확증이 있는데도 상부에서 귀족의 일이라는 이유로 이를 덮으려 한다는 것. 절망적이고 적대적으로만 느껴지는 상황 속에서 마누엘은 진상을 파헤치기로 결심하고, 이를 틈틈이 소설로 기록한다.

스페인 대표 추리 작가 돌로레스 레돈도의 장편소설이다. 2016년 스페인어권 최고 권위 문학상인 플라네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이야기 구조는 물론, 목가적인 전원 풍경과 유럽 마을 특유의 분위기, 상황에 꼭 맞는 음식과 술의 묘사가 뛰어나다. 현대에 존재하면서도 17세기에 갇혀버린 듯한 귀족의 화려한 장원과 무소불위의 권력, 그리고 그들을 섬기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폐쇄성이 독특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후, 굳건했던 신뢰의 균열을 비집고 마구 솟아나는 망상과 계속 싸워야 하는 마누엘의 심리 묘사도 압권이다. 720페이지의 분량이 결코 길지 않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 소설 MD 권벼리
첫문장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책 속에서
마누엘은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맹신을 전제로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허공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 번의 실수가 곧바로 죽음을 의미하던 먼 옛날, 인류를 진화하도록 만들어준 순수한 본능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안에 있는 대초원을 누비던 사냥꾼의 원초적인 직감 능력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닷새 동안 분명하고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모두 무너져 버리자, 그는 다시 무기력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더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p.239)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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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리뷰> 60년 인터뷰 총결산"
작가라서
파리 리뷰 엮음, 김율희 옮김 /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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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리뷰>는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잡지”라 평가받는데, 그 가운데서도 저자 인터뷰는 참여한 작가만큼이나 명성이 높고 그들의 작품 못지않게 흥미롭게 읽혀왔다. 이 책은 <파리 리뷰> 1호부터 224호까지 60여 년에 걸친 작가 인터뷰를 주제와 질문에 따라 새롭게 구성했는데, 어떻게 또는 어쩌다 작가가 되었는지, 어떤 생각 혹은 어떤 상태로 글을 쓰는지, 작품으로 돈을 벌거나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지 등 34개의 질문에 303명의 작가가 답한 919개의 생각이 담겨 있다.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는 터라 첫 질문과 마지막 질문부터 살펴보았는데, 첫 질문은 “책을 즐겨 읽으셨습니까?”이고 마지막 질문은 “미래에도 당신의 작품이 읽힐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다. 쓰기의 출발인 읽기의 경험에서 시작해 쓰기의 완성인 작품의 미래를 물으며 마치는 점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데, 역시 작가들은 이 리듬을 깨고 자기만의 호흡으로 흥미로운 답변을 붙인다. 첫 질문의 첫 답변은 이렇다. “독서광은 아니었고, 사실 살면서 책을 끝까지 읽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독서가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마지막 질문의 마지막 답변은 이렇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한, 어떤 종류든 미래는 있을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이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반짝이는 답변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글뿐 아니라 삶과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과 안목에 놀라게 되는데, 답변을 읽으며 상상한 작가의 이름을 문단 끝에서 발견할 때면 반가움에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이렇듯 읽고 쓰는 사이에 사랑하게 된 이야기, 그러니까 글로 만들고 나눌 수 있는 모든 이야기의 어떤 조각들을, 앞서 나눈 첫 질문의 첫 대답과 마지막 질문의 마지막 대답 사이에서 찾아내고는, 이내 만지작거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떠올리는 누군가를 꼭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 안에서. - 인문 MD 박태근
첫문장
독서광은 아니었고, 사실 살면서 책을 끝까지 읽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책 속에서
이 책은 매우 다양한 생각을 담은 탓에 이상적인 작가에 대한 개념을 잡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핵심입니다. 작가들과의 인터뷰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점이 있다면, 글을 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며, 자품을 만들고 상상하는 방법도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이런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고, 이 책을 (아니 어떤 책이건) 낼 필요도 없으며, <파리 리뷰> 자체도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7쪽, 편집자의 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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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어디에 있을까 지평선
카롤리나 셀라스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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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인다.
곧게 가로지르는 그것.'

지평선, 잊고 지내지만, 어디에나 있다. 빌딩 숲 사이에, 복잡한 인파 속에, 고요한 내 방 안에. 내 눈이 맑은 날에는 더 가까이. 어떤 날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별들이 떠다니는 우주처럼 무한히. 땅에 누워버리면 이제 보이지 않는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까? 어디에나 있고, 내 안에도 있고, 언제까지나 이어질 그것, 지평선. 나에게 '지평선'은 무엇일까?

무수히 많은 생각과 이야기가 숨어 있는 그림을 대담한 구도와 사랑스러운 색채로 그려낸 이 그림책은 포르투갈 작가 카롤리나 셀라스의 첫 그림책이다. 2019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으며, 2018년 글로벌 일러스트레이션 어워드에서 어너러리 멘션 상을 받았다. - 유아 MD 강미연
추천사
이 책은 언젠가 끝날 것 같지만 쉽게 끝나지 않는 인생의 지평선에 대한 그림책이다. 작가는 그 아득한 시간에 대한 염려를 덜어 낼 수 있도록 삶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바꾸어 준다. 다른 빛깔 다른 맥락 속에서 발견되는 지평선은 아름다운 안도감을 주며 보편의 풍경 속에서 한 개인의 얼굴을 찾아내도록 이끈다. 우리 외부에 대한 그림이지만 내면에 대한 탐색의 책이기도 하다. -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