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시인)
: 삶은 기쁨과 슬픔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혼탁한 혼탕이다. 그 혼탕에 몸 담그며 임지은이 발견하는 것은 낙차다. 낙차는 높낮이나 시간, 수준 등의 차이로 나를 일깨운다. 성찰 이후에 생생해지는 것은 어김없이 나다. 그는 “냉장고의 소음”에서 “사시사철의 슬픔”을 감지하고 “후회가 하는 일”로부터 “꿈꾼다는 증거”를 발견한다. 어쩌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은 곡절 없이 좋아하는 것들을 몇 곱절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나무가 갈색이지만 갈색이지만은 않”듯, 그에게는 모노톤의 일상조차 형형색색의 현장이다. 삶에 도사린 갖가지 모순과 양가적 감정은 번번이 그를 뒤흔들지만, 그때마다 임지은은 더욱 세게 용기를 움켜쥔다. 연중무휴로 사랑하고 헤아리는 이만이 쓸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