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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시인선 20권. 폭력적 상황에 처한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이소연 시인의 첫 시집.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온 이소연 시인은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에서 말하기 방식에 대해 주목한다. 말함과 말할 수 없음 사이에서, "그냥 바라만 봐야 하는 폐허"에서 더듬거리거나 주저하며 한마디씩 이야기한다. 이 주저함은 시적인 언어, 머뭇거림과 이야기함으로 변주된다.

문보영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시집 속에 등장하는 마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안으로 상처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이 마을에는 시끄러운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이 마을은 "시끄러운 사람은 들어올 수 없"으니까. 마을은 하나의 공동체이며 공동체가 기진 감싸안음과 배척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 못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가졌"다. 문보영 시인이 말하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지 않는 주저함"은 시적인 순간이며 동시에 인간이 가진 찰나적 혼란이다.

: 이 시집은 어떤 마을을 꿈꾸게 한다. 이 마을은 세상의 아주 낮은 곳에 있으며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마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가까스로 살아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한때 폐허였다. 마을은 조용하고 작으며 길이 없으므로 아무 데로 걸을 수 있다. 시끄러운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 사람들은 다시 살아보고 싶어서 이곳으로 흘러들어온다. 그러나 이 마을에서도 상처는 발생한다.
마을 사람들은 상처에 관한 긴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만으로 밤을 새우기도 한다. 아무도 지루해하지 않아서 마을은 유지된다. 이 시집을 읽으며 나는 방심할 때의 내 표정을 본 사람을 떠올렸다. 나만 아는 내 모습을 들켰을 때의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한 번 들키자 두 번 들키는 건 쉬웠다. 그리고 자꾸자꾸 들키고 싶었다. 들킨 김에 시인에게 다 털어놓고 싶었다. 이 상상 속 마을은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다 털어놓고 싶은 사람들, 안으로 상처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이 마을에는 시끄러운 사람이 없다. 시끄러운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 못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다물어지지 않는 입’(「접시는 둥글고 저녁은 비리고」)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지 않는 주저함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냥 바라만 봐야 하는 폐허’(「문 없는 저녁 - Angeles City 2」) 앞에서 ‘이 세계의 피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철 6」) 손을 잡는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꽤 잘 알지만 그만큼 모르며 그래서 서로를 아름답게 방목한다. 그들은 친구이다.

최근작 :<고라니라니>,<흥청망청 살아도 우린 행복할 거야>,<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 총 5종 (모두보기)
소개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현재 ‘켬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가 있다.

이소연 (지은이)의 말
혼자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혼자를 잊지 않는 것

네가 나를 빠져나가도
나는 선명하고 온전하다.

그러나 증표처럼 내가 있을게.

2020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