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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김구용이 8년 여에 걸쳐 한 줄도 빠뜨리지 않고 완역한 세계 최초의 번역본 <열국지>. 위진남북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삼국지>와 비교해본다면 <열국지>는 춘추 전국 시대의 각종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열국지>에서 명신, 현인 정치가, 영웅호걸, 의협과 자객, 야심만만한 풍운아 등 온갖 인간 유형을 통해 인과응보에 대한 교훈과 천리, 천명 등의 엄중함 등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중국 춘추 전국이라는 특정 시대, 특정 지역의 역사를 떠나,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흐름과 인생의 의미, 역사의 엄격한 교훈과 미래의 나아갈 바를 거듭 발견할 수 있다.

1. 노래만 듣고 아낙을 죽이는 주선왕
2. 포후, 크게 웃다
3. 서주가 다하고 동주가 서다
4. 황천에서 어머니를 만나는 정장공
5. 주와 정이 서로 인질을 교환하다
6. 송을 치는 삼국
7. 아첨으로 왕을 죽이다
8. 정나라, 혼사를 거절하다
9. 정나라를 치는 천자의 군사
10. 송후의 비책
11. 서로 싸우는 육국

: 성경·신화집·영웅전·사서삼경·『삼국지』·『열국지』 같은 고전 없는 세상살이, 나는 상상 못한다. 서양 고전은 서양 언어 체험의 고향이지만, 중국 고전은 중국어 체험의 고향이 아닌, 우리말 체험의 아득히 먼 고향이다. 고전, 읽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고전을 건너뛰고도 한세상 잘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은 좋겠다. 구용 선생의 『동주 열국지』는 그냥 열국의 역사책이 아니다. 우리말의 역사책이기도 하고, 우리 율기솔신律己率身의 오랜 전범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쓰던 고사성어를 아득히 오래된 문맥 속에서 펄펄 살아나게 하기도 한다.
선생이 완역한 『동주 열국지』의 고졸한 의고체 문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이렇게 짧은 문장에도 이렇게 깊고 은근한 뜻을 실을 수 있는 것이구나! 책을 덮고는 그 책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며 천장을 우러러보는, 매우 고전적인 포즈를 한번 취해본다.
: 『동주 열국지』는 웅장한 대하 서사시이자, 가치 있는 역사서다. 주나라 때부터 진시황의 통일 때까지 춘추전국시대 550년간 파란만장한 쟁패의 드라마가 이 책 속에 펼쳐져 있다. 수많은 열국들의 흥망성쇠를 잘 들여다보면 거기엔 무엇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지, 어떻게 해야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많은 지혜들이 담겨 있다.

『동주 열국지』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이다. 바쁜 공직 생활 중에는 책 읽기가 참 어렵다. 1980년 비상계엄확대조치에 반대하여 청와대 정무수석 직에서 사표를 써내고 민간인 신분으로 칩거할 때 김구용 선생의 『동주 열국지』를 처음 읽었다. 무엇보다 선생의 명 번역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총리 시절엔 퇴임하는 모든 각료들에게 『동주 열국지』를 선물한 적도 있다.

『동주 열국지』를 읽으면서 나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국가 지도자와 참모의 활약과 행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가지도자가 될 사람은 사람을 보는 눈과 쓰는 인사능력이 남달라야 한다는 평소의 내 지론도 이 책에서 얻은 바 크다. 특히 ‘의심스러우면 기용하지 않지만 일단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않는다疑人勿用 用人勿疑’는 인사 원칙이 이 책의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진나라 개자추, 제나라 관중과 포숙, 그리고 안영, 월나라 범려, 초나라 오자서, 노나라의 공자, 오나라 손무 등 이 책에 등장하는 명신들은 크게 나라를 일으킨 명신들이었고 성공한 군주들은 이들을 예와 의로써 대했다.

나는 이 책에서 두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아아, 자고로 흥하고 망한 나라를 살펴보아라. 모든 원인은 어진 신하를 등용했느냐. 아니면 간신을 등용했느냐에 따라서 판가름 났도다”라는 구절과 “힘은 이긴다. 그러나 자고로 오래간 예가 없다. 힘보다 강한 것은 덕이다”라는 구절이다.

내게 이처럼 많은 깨달음과 즐거움을 준 김구용 선생이 번역한 『동주 열국지』가 이번에 솔출판사에서 우리말 완역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서 정말 기쁘다. 이번 완역본은 독자들이 시대 배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에 더욱 눈길을 끈다. 새 완역판이 현대인들에게 현명한 지혜를 전달했으면 좋겠다.
: 춘추전국 엿보기 『동주 열국지』 & 『평설열국지』

『삼국지』가 태산이라면, 『열국지』는 거대한 산맥과 같다. 『삼국지』처럼 빼어난 진경은 없지만, 『열국지』는 웅장한 위엄으로 중국 문학의 든든한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중국 고전소설의 뿌리인 『열국지』는 대중적으로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삼국지』가 소설에 가깝다면 『열국지』는 사서史書에 가까운 탓이다. 춘추전국시대(B.C. 770∼221년)를 기술하는 방대한 문헌을 종합적으로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라고 할까.
『열국지』는 사실 소설적 재미가 덜하고 예술적 성취가 부족하다. 하지만 『열국지』는 중국의 문학 역사 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정보의 보고다. 작품의 무대가 된 춘추전국시대 550년은 주周나라 초기 3000개의 달했던 ‘벤처 국가’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 합병과 병탄을 거듭하던 격변기. 이런 시기에 영웅, 호걸, 미녀, 재원이 대거 등장해 인과응보와 천리天理의 엄정함이란 교훈을 남긴다.

최근 두 판본의 ‘열국지’가 동시에 출간돼 관심을 끈다. 시인이자 한학자인 김구용(金丘庸·79) 선생의 『동주東周 열국지』, 역사 소설가 유재주(45) 씨의 『평설 열국지』가 그것이다. 김구용판은 1980년대 처음 나온 것을 손봐 증보한 것이고, 뒤의 것은 지난해 일부 연재하다 중단된 것을 완간한 것이다.
역저力著라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두 작품은 여러모로 대별된다. 김구용판이 8년간에 걸쳐 명나라 풍몽룡(馮夢龍)의 원본을 꼼꼼하게 완역한 것이라면, 유재주판은 다시 김구용판을 해설을 곁들여가며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작품의 얼개는 흡사하지만 독자의 이해를 구하는 방식 역시 구별된다. 김구용판은 춘추전국시대 격변기의 제도 문물 생활상, 제후들의 관계와 연보 등을 담은 방대한 부록을 추가해 당대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반면, 유재주판은 무성한 에피소드의 잎에 가려져있는 큰이야기 줄기를 드러내기 위해 편마다 적절한 주인공을 설정하고 상상력이란 칼로 적절한 가지치기를 시도한다. 한학이나 중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김구용판을, 학생이나 초심자라면 유재주판이 적당할 듯하다.
- 윤정훈 기자 digana@donga.com
: 김구용의 『동주 열국지』는 원전에 충실한 완역본이며 특히 춘추전국시대를 조망케 하는 꼼꼼한 부록이 칭찬할 만하다.
시인이자 한학자인 역자의 유장한 번역 문장은 이 책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고 있으며 여기저기에 시, 가사歌辭 형식의 논평이 덧붙어 있어서 이따금씩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맛이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도 오히려 철학서를 읽는 착각을 할 정도다. 이 책은 모든 역사학도의 필독서지만, 구태여 인문학도에게만 권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오히려 세계를 향해 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지금 진행되는 세계화라는 물결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를 시사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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