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츠마 이야기>의 작가 타케모토 노바라의 소설집. 일인칭 화자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들려주는 두 편의 사랑이야기가 실렸다. 두 소설은 짧고도 정련된 이야기 구조와 더불어 간결한 문장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표제작 '미싱'은 '소녀'라는 코드를 통해 고집 센 순수주의를 주창하던 무명의 에세이스트 타케모토 노바를 일약 주목 받는 소설가의 자리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키 작고 못생긴 소녀인 '나'는 어려서부터 유행에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고 남녀간의 연애도 혐오해 왔다. 언제나 구식 문물과 소녀들 간의 우아한 애정 관계를 동경하던 주인공 앞에, 어느 날 펑크 밴드의 소녀 보컬 '미싱'이 혜성처럼 나타난다.
'세상의 끝이라는 이름의 잡화점'의 주인공은 자유기고가 생활에 염증을 느껴 잡화점을 연다. 실어증에 걸린 여고생이 이곳에 손님으로 찾아오게 되면서, 그녀와 주인공 '나'사이에는 신뢰가 싹튼다. 자신을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 없어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그녀에게 '나'는 함께 달아나자는 제안을 한다.
영국의 패션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펑크 취향이 가미된 로리타 패션 브랜드 '밀크(MILK)'가 소설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등, 등장인물과 소품, 배경은 오늘날의 모습을 비추며 현장감을 갖는다. 그러나 인물들의 정신은 '현대성'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물질주의와 속물근성을 배격하고, '복고 속의 순수'를 지향한다.
세상의 끝이라는 이름의 잡화점
미싱
-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말
- 옮긴이의 말
타케모토 노바라 (지은이)의 말
나는 소설 속에서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매번 의복 묘사를 고집합니다. 이렇게까지 의복을 묘사하는 데 지면을 할애하는 소설가는 분명 세상에 저 하나밖에 없을 겁니다. 제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옷에 집착하는가 하면 의복, 패션이란 자신을 본래 이랬으면 하는 이상에 한없이 근접시켜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치졸하더라도 제가 당신에게 이 두편의 다른 (그러나 옷 이야기가 지겨울 정도로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긍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