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성 (지은이), 이성원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1월

"최태성이 알려주는 삼국지 핵심 포인트"

삼국지의 내용은 필독서를 넘어 상식으로 통용된다.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여포는 비슷한 성격이나 외모적 특성을 가진 이들의 대명사처럼 통용되기도 하고, 삼고초려, 계륵, 백미와 같은 단어들은 삼국지에서 나와 현실에서 널리 쓰인다. 칼럼이나 책에서 삼국지의 내용을 비유로 드는 문장을 마주치는 일은 예사다. 그러다 보니 삼국지의 내용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책을 펴봐도 내용이 딱히 취향은 아니고, 줄줄이 나오는 등장인물들에 머리가 어지럽기만 하여 다시 덮어버린 이들은 이런 생각에 가닿게 된다. '최태성 선생님 같은 분이 그냥 내가 알아야 되는 내용만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정리해 주시면 좋겠다.'

그 바람을 귀신같이 듣고 최태성이 출동했다. <삼국지연의>의 핵심 사건과 인물 설명을 맛깔나게 요약해서 한 권의 책으로 냈다. 그는 이 책에서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 3대 대전을 중심으로 삼국지의 흐름을 깔끔하게 잡아낸다. 이 한 권으로 삼국지에 관한 모든 상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그는 유명한 용어, 표현과 인물들에 형광펜을 칠하고 도식화를 하여 모든 내용을 떠먹여준다. 일타강사의 정리는 역시 다르다. 걸리는 곳 하나 없이 단숨에 읽힌다.
- 편집 주간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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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지은이) | 창비 | 2025년 12월

"부커상 최종후보, 황석영 신작 소설"

팽나무의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겹겹의 층이었다. (47쪽)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 2025년 문화예술 분야 정부 포상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황석영의 2025년 최신작. '끝까지 현역으로 글을 쓰다 죽겠다'는 소감을 밝힌 거장은 북방 대륙의 개똥지빠귀 한 마리의 날개짓으로 금강 하구에 뿌리내려 이 땅과 연을 맺은 팽나무 '할매'의 600년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를 톺아본다.

생명은 제각기 주어진 시간대로 삶을 산다. '지상의 시간으로 빠르게는 두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반쯤' (40쪽) 사는 하루살이의 시간, 한해살이인 풀꽃의 시간, 길어야 수십 년인 인간의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팽나무는 제 자리에서 나이테가 쌓이는 것을 겪는다. 승려 '몽각', 당골네 '고창댁', 순교자 '유분도', 동학농민군 '배경순'의 시간을 지나고 일제 강점기에 군산 비행장 활주로가 닦이고, 해방 후 미군기지가 확장하고,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개가 말라죽는 모든 시간을 팽나무는 견딘다.

군산에 정착한 소설가 황석영은 팽나무를 지키는 문정현 신부의 사업과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수라> 등의 도움으로 이 이야기를 완성했노라 밝힌다. 우리는 이 땅에 잠시 머문다. 이 새삼스러운 시간성을 인식하면서 세계를 둘러볼 것을 촉구하는 명상적인 소설과 함께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 편집 주간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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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유이 (지은이), 이지수 (옮긴이) | 리프 | 2025년 11월

"최초의 2000년대생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일본의 저명한 독문학자이자 괴테 전문가로, 독문학자가 천직일 수밖에 없겠다 싶은 이름을 가진 히로바 도이치는 결혼 25주년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시던 홍차 티백 꼬리표에서 정체불명의 문장을 마주친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괴테의 이름과 함께 적혀있는 이 영어 문장은 평생 괴테 연구에 매진한 독문학자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나중에 출처를 찾아볼 요량으로 티백의 꼬리표를 떼어 집에 돌아와 책상 앞 코르크판에 꽂아둔 그는 조만간 있을 방송 강연용 원고를 퇴고하던 도중 불현듯 그 정체불명의 문장이야 말로 자신의 괴테 연구의 진수를 한마디로 표현한 결정적인 문장일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후 도이치는 여러 판본의 괴테 전집을 뒤지고, 동료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서 문장의 출처를, 진위를 찾기 위한 탐색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탐색은 어느 순간 창작을, 인용과 진실, 언어와 믿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스물세 살의 젊은 작가 스즈키 유이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작가를 최초의 2000년대생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로 만들어준 작품.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다는 다독가의 작품답게 작품 곳곳에는 괴테, 플라톤, 밀턴, 말라르메 등 방대한 인용문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해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딘가 어리숙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일상이 잔잔하게 흘러가며 소설 후반부에 서로 연결되는 부분은 주인공 도이치가 작품 내내 천착하고 있는 명제 그 자체와도 맞닿아있다. 아쿠타가와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새로운 문학의 탄생”이라고 극찬했고, 일본 언론은 그를 움베르토 에코, 칼비노, 보르헤스에 견주며 “일본 문학의 샛별”이라고 평했다. 이 소설이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작품으로 꾸준히 계속 만날 작가의 첫 번째 국내 번역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
- 편집 주간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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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브레드슨 (지은이), 제효영 (옮긴이) | 심심 | 2025년 11월

"뇌의 나이 되돌리는 법"

곧 또 한 살을 먹는다. 고유명사들이 생각나지 않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자꾸만 잊어버리고 왠지 전보다 덜 총명해진 기분, 나이 탓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 데일 브레드슨은 이 지점에서 나이의 편을 든다. 당신의 뇌가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나이 탓이 아니라 '생물학적 스트레스 요인' 때문이라고. 나이와 인지 기능의 반비례는 당연하지 않다고.

50여 년간 알츠하이머병과 신경퇴행질환을 연구해온 저자는 뇌의 노화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츠하이머가 발병되기 전에 대비만 제대로 한다면 우리는 늙지 않는 뇌를 가질 수 있다. 책에서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이 '대비책'들을 알려준다. 뇌 건강의 명확한 목표, 자신의 현재 상태 파악부터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습관들까지 거창하지 않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연말 연초, 바삐 흘러가는 시간이 두려운 모든 이들을 위한 책.
- 편집 주간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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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노자 (지은이), 황유원 (옮긴이) | 윌북 | 2025년 11월

"켄 리우가 읽어주는 도덕경"

설마하니 <종이 동물원>의 그 켄 리우가 맞다. 이 무슨 의아한 조합인가 물음표를 띄운 독자들을 위해 그는 자신이 도덕경에 빠지게 된 계기를 먼저 설명한다. 켄 리우는 스스로 인간의 노력을 통해 도래할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시기, 사람들은 위기 앞에서 뭉치기보단 증오와 폭력을 더 많이 선택했고, 그런 세계의 정치 앞에서 그는 더 이상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기가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길을 잃은 그는 손에 잡히는 일들을 마구잡이로 하다 도덕경을 만나 읽기 시작했다. 이 어둠을 벗어날 수 있길 바라며.

도덕경에 들어있는 노자의 말은 "날카롭되 베지 않았고, 정의롭되 판단하지 않았으며, 희망을 품되 달콤하지 않았다." 도덕경은 어느새 그에게 위안과 다시금 걸을 힘을 주고 있었다. 이 책은 그가 도덕경과 나눈 대화다. 책은 도덕경의 내용이 한 페이지 나오고 그에 대한 켄 리우의 해석이 뒤따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젠가는 도덕경을 읽어 봐야지 생각했던 이나, 차마 읽을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이에겐 이 책이 뜻밖의 일독을 할 좋은 기회다. "읽다 보면 나도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소설가 김연수가 추천했다.
- 편집 주간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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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 (지은이), 공보경 (옮긴이) | 문학수첩 | 2025년 12월
‘지적 스릴러의 거장’이라 불리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댄 브라운이 8년 만에 내놓는 최고의 복귀작. 기호학의 권위자로 명성을 쌓아온 로버트 랭던은 얼마 전 연인 사이로 발전한 노에틱 과학자, 캐서린에게서 함께 프라하에 가자는 부탁을 받는다. 캐서린은 유럽에서도 최고로 평가받은 ‘카를로바 대학교 강의 시리즈’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게 됐는데, 랭던과 여행을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인간 의식의 본질에 대해 수세기 동안 쌓여온 기존의 인식을 뒤집어 놓을 획기적인 책을 곧 출간할 예정이기도 한데, 마침 강연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랭던은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하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프라하를 방문한다. 하지만 그는 예기치 못한 끔찍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우지(UZSI. 체코의 외교관계정보국) 소속 경감의 신문을 받으며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캐서린마저 출간 직전의 원고와 함께 사라진다. 또한 뉴욕에서 캐서린의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의 신변에도 문제가 생긴다. 랭던은 연인의 행방을 필사적으로 쫓지만, 뭔가를 숨기고 있는 체코 주재 미국 대사관 관계자들, 프라하 중세 전설에서 튀어나온 소름 끼치는 생명체 등과 엮이게 된다. 캐서린의 원고와 관련된 인물들에게 불길한 사건이 벌어지자 랭던은 모종의 음모와 체계적인 조직이 배후에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진실을 묻어버리려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무리와 그들의 비밀 프로젝트에 맞서 랭던은 과학과 설화의 세계에 편재해 있는 암호와 상징의 미로를 누빈다. 인간의 정신에 관한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비밀 프로젝트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박민규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2008년 온라인 연재 당시부터 17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다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이는 개정판에는 소설 속 ‘나’와 ‘그녀’, 요한의 17년 후 이야기를 더해 독자들에게 한층 확장된 감동을 전한다. 1980년대 서울 변두리를 배경으로, 못생긴 여자와 상처 입은 두 청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이 소설은 외모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청춘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백화점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 서사를 넘어, 부와 아름다움이라는 허울 좋은 기준에 편입하지 못한 절대다수의 자화상, 그리고 그 바깥에서 존재를 지키려 했던 한 세대의 감정사를 대변한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켄터키 치킨집 등 소비문화가 촘촘하게 번져가던 시대적 풍경 속에서, 박민규는 ‘못생김’이라는 낙인을 단 인물에게서 오히려 진정한 사랑과 인간다움을 조명하며 외모 중심의 질서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비교 속에 지쳐가는 오늘날 독자들에게, 그의 소설은 소수의 화려한 빛이 아닌 불완전한 우리 각자가 가진 내면의 빛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