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성이 알려주는 삼국지 핵심 포인트"
삼국지의 내용은 필독서를 넘어 상식으로 통용된다.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여포는 비슷한 성격이나 외모적 특성을 가진 이들의 대명사처럼 통용되기도 하고, 삼고초려, 계륵, 백미와 같은 단어들은 삼국지에서 나와 현실에서 널리 쓰인다. 칼럼이나 책에서 삼국지의 내용을 비유로 드는 문장을 마주치는 일은 예사다. 그러다 보니 삼국지의 내용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책을 펴봐도 내용이 딱히 취향은 아니고, 줄줄이 나오는 등장인물들에 머리가 어지럽기만 하여 다시 덮어버린 이들은 이런 생각에 가닿게 된다. '최태성 선생님 같은 분이 그냥 내가 알아야 되는 내용만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정리해 주시면 좋겠다.'
그 바람을 귀신같이 듣고 최태성이 출동했다. <삼국지연의>의 핵심 사건과 인물 설명을 맛깔나게 요약해서 한 권의 책으로 냈다. 그는 이 책에서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 3대 대전을 중심으로 삼국지의 흐름을 깔끔하게 잡아낸다. 이 한 권으로 삼국지에 관한 모든 상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그는 유명한 용어, 표현과 인물들에 형광펜을 칠하고 도식화를 하여 모든 내용을 떠먹여준다. 일타강사의 정리는 역시 다르다. 걸리는 곳 하나 없이 단숨에 읽힌다.- 편집 주간회의
"부커상 최종후보, 황석영 신작 소설"
팽나무의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겹겹의 층이었다. (47쪽)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 2025년 문화예술 분야 정부 포상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황석영의 2025년 최신작. '끝까지 현역으로 글을 쓰다 죽겠다'는 소감을 밝힌 거장은 북방 대륙의 개똥지빠귀 한 마리의 날개짓으로 금강 하구에 뿌리내려 이 땅과 연을 맺은 팽나무 '할매'의 600년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를 톺아본다.
생명은 제각기 주어진 시간대로 삶을 산다. '지상의 시간으로 빠르게는 두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반쯤' (40쪽) 사는 하루살이의 시간, 한해살이인 풀꽃의 시간, 길어야 수십 년인 인간의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팽나무는 제 자리에서 나이테가 쌓이는 것을 겪는다. 승려 '몽각', 당골네 '고창댁', 순교자 '유분도', 동학농민군 '배경순'의 시간을 지나고 일제 강점기에 군산 비행장 활주로가 닦이고, 해방 후 미군기지가 확장하고,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개가 말라죽는 모든 시간을 팽나무는 견딘다.
군산에 정착한 소설가 황석영은 팽나무를 지키는 문정현 신부의 사업과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수라> 등의 도움으로 이 이야기를 완성했노라 밝힌다. 우리는 이 땅에 잠시 머문다. 이 새삼스러운 시간성을 인식하면서 세계를 둘러볼 것을 촉구하는 명상적인 소설과 함께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편집 주간회의
"최초의 2000년대생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일본의 저명한 독문학자이자 괴테 전문가로, 독문학자가 천직일 수밖에 없겠다 싶은 이름을 가진 히로바 도이치는 결혼 25주년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시던 홍차 티백 꼬리표에서 정체불명의 문장을 마주친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괴테의 이름과 함께 적혀있는 이 영어 문장은 평생 괴테 연구에 매진한 독문학자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나중에 출처를 찾아볼 요량으로 티백의 꼬리표를 떼어 집에 돌아와 책상 앞 코르크판에 꽂아둔 그는 조만간 있을 방송 강연용 원고를 퇴고하던 도중 불현듯 그 정체불명의 문장이야 말로 자신의 괴테 연구의 진수를 한마디로 표현한 결정적인 문장일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후 도이치는 여러 판본의 괴테 전집을 뒤지고, 동료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서 문장의 출처를, 진위를 찾기 위한 탐색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탐색은 어느 순간 창작을, 인용과 진실, 언어와 믿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스물세 살의 젊은 작가 스즈키 유이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작가를 최초의 2000년대생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로 만들어준 작품.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다는 다독가의 작품답게 작품 곳곳에는 괴테, 플라톤, 밀턴, 말라르메 등 방대한 인용문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해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딘가 어리숙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일상이 잔잔하게 흘러가며 소설 후반부에 서로 연결되는 부분은 주인공 도이치가 작품 내내 천착하고 있는 명제 그 자체와도 맞닿아있다. 아쿠타가와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새로운 문학의 탄생”이라고 극찬했고, 일본 언론은 그를 움베르토 에코, 칼비노, 보르헤스에 견주며 “일본 문학의 샛별”이라고 평했다. 이 소설이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작품으로 꾸준히 계속 만날 작가의 첫 번째 국내 번역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 주간회의
"뇌의 나이 되돌리는 법"
곧 또 한 살을 먹는다. 고유명사들이 생각나지 않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자꾸만 잊어버리고 왠지 전보다 덜 총명해진 기분, 나이 탓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 데일 브레드슨은 이 지점에서 나이의 편을 든다. 당신의 뇌가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나이 탓이 아니라 '생물학적 스트레스 요인' 때문이라고. 나이와 인지 기능의 반비례는 당연하지 않다고.
50여 년간 알츠하이머병과 신경퇴행질환을 연구해온 저자는 뇌의 노화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츠하이머가 발병되기 전에 대비만 제대로 한다면 우리는 늙지 않는 뇌를 가질 수 있다. 책에서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이 '대비책'들을 알려준다. 뇌 건강의 명확한 목표, 자신의 현재 상태 파악부터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습관들까지 거창하지 않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연말 연초, 바삐 흘러가는 시간이 두려운 모든 이들을 위한 책.- 편집 주간회의
"켄 리우가 읽어주는 도덕경"
설마하니 <종이 동물원>의 그 켄 리우가 맞다. 이 무슨 의아한 조합인가 물음표를 띄운 독자들을 위해 그는 자신이 도덕경에 빠지게 된 계기를 먼저 설명한다. 켄 리우는 스스로 인간의 노력을 통해 도래할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시기, 사람들은 위기 앞에서 뭉치기보단 증오와 폭력을 더 많이 선택했고, 그런 세계의 정치 앞에서 그는 더 이상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기가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길을 잃은 그는 손에 잡히는 일들을 마구잡이로 하다 도덕경을 만나 읽기 시작했다. 이 어둠을 벗어날 수 있길 바라며.
도덕경에 들어있는 노자의 말은 "날카롭되 베지 않았고, 정의롭되 판단하지 않았으며, 희망을 품되 달콤하지 않았다." 도덕경은 어느새 그에게 위안과 다시금 걸을 힘을 주고 있었다. 이 책은 그가 도덕경과 나눈 대화다. 책은 도덕경의 내용이 한 페이지 나오고 그에 대한 켄 리우의 해석이 뒤따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젠가는 도덕경을 읽어 봐야지 생각했던 이나, 차마 읽을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이에겐 이 책이 뜻밖의 일독을 할 좋은 기회다. "읽다 보면 나도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소설가 김연수가 추천했다.- 편집 주간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