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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총련을 아시나요?"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다시금 후일담 문학이 이어지는 줄 알았다. 71년생, 90학번, 전대협과 한총련, 96년 연세대 사태가 아무 거리낌없이 소설 속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일담이라고 부르기에는 아까운 무엇이 있다는 생각에, 다시금 <71년생 다인이>를 눈으로 일별했다.
단순히 운동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한다는 고집이었는지도 모른다. 80년대의 386세대가 시장성이 없다고 해서 곧바로 90년대 한총련 세대를 끄집어 낼 수 없다고, 그러기에는 90년대는 학생운동의 부흥기를 뒤로 하고 쇠락의 길로 곤두박질 치던 시대라 생각하던 차였다.
<71년생 다인이>는 그 지점에 서 있다. 고(등학생)운(동가) 출신인 다인이를 내세워 한총련 운동의 일반적 싸이클(등록금 투쟁 -> 한총련 출범식 -> 대정부 투쟁 -> 범민족대회 -> 선거 투쟁 -> 등록금 투쟁)과 91년 강경대의 죽음에서 시작된 분신 정세, 93년 문민정부의 등장으로 대정부 투쟁의 명분마저 잃은 학생운동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96년 연세대 사태,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등 비교적 최근 상황을 갈무리하고 있기에 90년대 학생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감할 만한 이야기다. 이제는 누구도 관심없는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2002년에도 한총련은 있으며, 그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싸움을 계속한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김종광은 그들의 존재가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나는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그 아이들 앞에서 좀 부끄러웠다. 한총련 아이들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누가 가둬놓고 줘패도, 나 개인에 앞서 전체를 생각할 수 없다. 통일보다는 내 학점이 먼저였고, 미군이 물러가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보다 내가 군대 가느냐 안 가느냐는 문제가 우선이었고, 국가보안법이나 노동법보다는 어떤 여자애와 놀아나느냐가 더 중요했다.
나는 그렇게 나만 앞세우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자아를 희생해서 뭔가를 이루어보겠다고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자, 죄지은 놈처럼 무안해졌던 것이다. 내가 언제 남은커녕 대의를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말이다."
한 마디, 한 마디 틀린 말이 없다. 사실이 그렇다. 그럼에도 한총련은 이적단체 규정과 함께 몸담아서는 안될 단체가 되었고, 이제는 과학적으로 정세분석을 할 수 없게 된 80년대 선배들로부터 이해받을 수 없는 (게다가 폭력적인) 아이들이 되었다.
80년대와 2000년대 그 사이에 끼어버린 한총련.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한 책이 <한총련이야기> 말고도 한 권 더 있다는 것, 그것도 소설로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잠시 할 말을 잃는다. 김종광은 이 소설을 쓰고 싶어서라기보다 어쩔 수 없이 썼을 거라고, 한총련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그 나름의 노력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래야 안 할 수도 없다.
"한총련이 외치는 것은 월드컵 16강보다도 취급을 못 받았었어. 아무튼 나는 이젠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어. 그냥, 열심히 먹고살아갈 뿐이야" 라는 너무도 의기소침한 대사까지도 그냥 넘겨 들을 수가 없다. 누구는 이 책을 2002년판 <91학번>이라고 하겠지만, 좀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세미나 책이라고 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 소설, 후일담 문학의 후신이라고 부르지 말도록 하자. 그러기에는 학생운동이 중흥하지 못했으며, 그러기에는 한총련이 냉혹한 현실에 흡수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머잖아 99학번들까지 다 졸업한 뒤에는 한총련마저 흡수될 지는. 하지만 그것은 아직 몇 년 더 뒤의 일이다. - 최성혜(2002-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