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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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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편집장의 선택
"회사보다 내가 중하고, 일보다 삶이 귀합니다"
충격적인 제목이다. 아마 이 책 이전에 한국 직장에서 사용된 적이 없었을 문장이다. 물론 마음 속으로 되뇌거나 입 안에서 굴리다 쓰디쓰게 삼켜버린 기억은 셀 수 없을 정도겠지만. 그래서인지 읽는 순간 마음이 시원해지면서도, 이상하게 입에 척 붙질 않는다. 아직도 회사가 나보다 중하고, 일이 삶보다 귀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붙은 ‘보람’을 떼어내며 다시 외친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물론 아직은 마음으로만.

성실하게 일하며 합당한 보수를 받고 필요한 생활을 누리며 자아를 실현하는 이들은 못마땅해할지도 모르겠다.(정말 있다면 마음으로만 외치지 말고 소리쳐주세요. 저에게 들릴 정도로.) 그런데 마땅히 주어진 휴가를 쓰려 눈치를 본다거나, 정해진 시간이 지나 퇴근을 할 때에도 핀잔을 듣는 게 일상이라면, 일이 일만으로 서지 못하고 보람에 기대어야만 일하는 사람을 설득(협박)할 수 있다면, 일과 회사의 체면도 말이 아니지 않은가. 내 집 같은 회사나 가족 같은 회사는 바라지 않는다. 회사는 회사로, 일은 일로, 그리하여 노동자는 노동자로, 이렇게 자기 몫과 이름만으로 바로 설 수 있을 때, 야근수당도 제대로 들어오고 보람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자, 이제 함께 외쳐봅시다, 익숙해질 때까지.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 사회과학 MD 박태근 (201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