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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 남자의 일대기다. 태평양전쟁의 참전 용사 출신으로 기자와 출판사 에디터를 거치며 20세기의 미국을 살아 온 남자의 긴 삶이 담겨 있다. 여기에 거대한 서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스쳐가거나 오래도록 머무는 여러 인연들과 소소한 사건들, 성공하거나 실패한 결심들이 남자의 삶을 따라 담담히 흘러갈 뿐이다. 설터가 <올 댓 이즈>에서 묘사한 삶은 이렇듯 조용하고 차분하다. 실존의 의미 같은 거창한 이야기도, 역사의 격랑에 힘입은 뜨거움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대신에 설터는 그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았음직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묘사해낸다. 이혼하는 순간처럼 응당 기억에 새겨졌을 법한 장면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저 스쳐지나갔을 뿐이었던 작은 인연이나 사건들도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다. 특별한 연유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인간의 내면이 그 작은 순간들 속에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생의 신비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연유를 알 수 없이 기억에 새겨진 순간들. 이해의 한계를 벗어난 반짝임들. 설터의 담백하고 섬세한 묘사는 그 순간들 속에 아낌없이 담겨 있다. 정말 많다. 아무래도 설터는 마지막 소설에 다다라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사랑했는지를 고백한 것 같다.